작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핵전쟁과 생태계 파괴로 모든 나무가 사라진 지구가 나온다. 기껏 남아있는 나무들도 모두 죽은 나무일 뿐이다. ‘나무가 사라진 지구’는 비단 이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수없이 등장하는, 암울한 미래에 대한 메타포다. 문제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일어날 법한 두려운 상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세계산림감시(GFW)에 의하면, 지난해 1초마다 축구경기장 하나의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이 사라졌으며 1년 동안 이탈리아 면적에 육박하는 산림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심각한 속도로 사라지는 나무들을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
심각한 산림 훼손을 일으키는 불법 산림 벌채
생활을 돕는 도구나 가구부터 거친 비바람을 막아주는 집까지. 나무는 오랫동안 인류의 삶과 함께해온 지속 가능한 자원이다. 다만 그 ‘지속 가능’이 곧 ‘무한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번 훼손된 나무가 제대로 자라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무를 베거나 심는 일에는 신중한 관리와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년 전 세계는 불법 산림 벌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친환경 소재로써 원목을 찾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반면, 소비하는 목재의 83.6%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불법 산림 벌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2017년 11월, 강원도 인제군의 한 임야에서 4천 5백여 그루에 이르는 나무가 무단 벌채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피의자 A씨는 단순히 불법 산림 벌채에 그치지 않고, 중장비를 이용해 해당 임야를 마음대로 깎아 내거나 흙을 쌓는 등 심각한 산림 훼손을 일으켰다. 이미 동종의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산림을 훼손한 그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렇게 베어진 나무들은 다시 복구되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과 큰 비용이 들어간다. 더욱 큰 문제는 불법 산림 벌채가 단지 나무만 베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의 사례와 같이 심각한 산림 훼손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불법 산림 벌채 사례가 308건에 이르고, 이로 인해 축구장 110여 개에 해당하는 79ha의 산림이 훼손된 것으로 밝혀졌다. 산림청의 지속적인 방지 노력과 단속 강화로 2016년 147ha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많은 나무가 불법으로 베어지고 있다.
내 땅의 나무, 마음대로 베지 못한다?
토지에 자라고 있는 수목 또는 그 집단을 베어내는 ‘입목벌채’를 하기 위해서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나 지방산림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토와 자연의 보전, 문화재와 국가 중요 시설의 보호, 그 밖의 공익을 위해 산림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들은 입목벌채 자체가 금지된다.
만약 이를 어기고 산림을 훼손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형사 처분과 더불어 행정당국의 원상복구 명령에 따라 산지복구계획서를 작성하고, 해당 지역을 원래대로 복구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법 산림 벌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소유한 임야의 나무는 마음대로 베어내도 문제없을 거라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비록 사유지라 할지라도 입목벌채를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된 법률에 따라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불법 산림 벌채뿐만 아니라 불법 벌채된 목재를 수입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2018년 10월 1일부터 도입 「불법목재 교역제한제도」에 따라 합법적으로 벌채된 목재만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입 목재의 통관시스템은 관세청에 세금만 제대로 내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목재류 수입 시 의무적으로 산림청장에게 수입신고를 해야 한다. 또한, 한국임업진흥원에서 목재 합법성 관계 서류를 검사받은 후, 수입신고확인증을 세관장에게 제출해야만 통관이 가능하다.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 불법 벌채를 차단해 지구 온난화를 막고, 합법 목재 교역의 증진을 위해 마련된 「불법목재 교역제한제도」는 우리나라만 시행하는 제도가 아니다. 이미 미국·유럽연합(EU)·호주·인도네시아·일본이 해당 제도를 도입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를 채택한 나라가 점차 늘어나는 것은 산림 훼손이 그만큼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림청은 제도 시행으로 예상되는 목재산업계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인천·대전 등에서 제도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로만 그치지 않고 목재 관련 협회, 수입업계와 꾸준한 소통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최대한 산림 기능을 유지하는 친환경 벌채제도
벌채를 무조건 막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림을 통해 얻은 목재를 합법적으로 베어서 활용할 수 있도록 ‘벌채사업’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 산림청의 주요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친환경 벌채 운영요령 고시안」을 제정했다. 고시안에는 벌채 구역과 벌채 구역 사이에 20m 이상의 수림대를 설치하고, 5ha 이상은 벌채 구역 면적의 10% 이상을 남겨두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는 산림의 생태 환경적 건강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이 가능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산림청은 단순히 제도만 만들어놓고 지키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먼저 친환경 벌채 확대를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친환경 벌채 우수대상지’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이번 공모에서는 최우수 대상지로 강릉국유림관리소가 선정됐다. 벌채 후 하층식생 발달 변화에 따른 곤충 분포상의 변화양상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는데, 이는 산림환경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양의 목재를 생산하는 모델로써 큰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산림청은 친환경 벌채와 관련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벌채지 관리 담당자에게 지속적인 실무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제도의 정착과 확산에 힘쓰고 있다. 우리의 산림은 너무도 경이롭고 거대하기에 가끔은 무한한 인내력을 가진 존재로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내력은 생각처럼 강하지 않다. 우리가 착각 속에, 또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무심코 훼손한 산림은 이미 원상회복이 꽤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어쩌면 앞으로 인류는 영화를 통해서만 푸르고 아름다웠던 산림을 감상할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지 않게 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의 작은 결심과 선택에 달려 있다. 함께 지킬지 아니면 함께 내버려 둘지.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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