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수영 / 사진. 김종현, (주)지오씨엔아이
이정표가 될 만한 구조물이 없는 산에서는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확한 공간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면 산림 관리, 재난 대응과 대비, 산림 정책 수립 등의 활동이 수월해진다. 또한 수목 분포와 토양 등 산림 관련 데이터는 공간정보와 연동될 때 더욱 가치가 높아진다. 산림공간정보시스템(Forest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구축하는 기업 ㈜지오씨엔아이를 찾아 GIS 기반 산림공간정보 구축, 활용, 발전 가능성을 들어봤다.
식생부터 토양까지, 산림의 모든 것을 담다
디지털 정보기술이 발달하기 전, 산림에 관한 정보는 종이 지도나 문서 형태로 관리했다. 하지만 산 구석구석을 탐사해 정보를 모으거나, 환경 정보를 제때 파악해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산림청이 확보한 산림공간정보는 GIS를 기반으로 구축, 관리되고 있다. GIS는 인공위성과 항공기, 드론 등을 활용해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종합적인 데이터를 구축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현장 조사를 통해 확보한 실측 자료를 더해 정확한 디지털 산림 주제도를 만들었다. 이 주제도가 바로 GIS 기반 임상도와 산림입지토양도다. ㈜지오씨엔아이는 GIS 전문 기업이다. 현재 1:25,000 비율의 기존 산림입지토양도를 1:5,000로 한층 정밀하게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산림입지토양도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2020년 전국 단위 1:5,000 산림입지토양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임상도는 2013년 전국 단위 구축 사업을 완료했으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1차 현행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영욱 부장은 GIS 기술을 활용해 공간정보구축 사업의 결과물이 정밀해지면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산림공간정보 구축사업은 크게 임상도와 산림입지토양도로 구분할 수 있어요. 임상도는 나무 종류부터 나이, 높이까지 수목 분포 정보를 담은 나무 지도예요. 산림입지토양도는 토양의 종류와 상태 정보를 담은 지도죠. 더 정밀해지는 만큼 종합적인 산림 경영과 재난 예방, 산림정책 결정 등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서 큰 몫을 해내리라 기대합니다.”
㈜지오씨엔아이는 해상 위성 사진 등 풍부한 RS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실사도 병행하고 있다. 정확성과 실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먼저 원격 탐사(Remote Sensing, 이하 RS) 기법으로 1차 정보를 확보한다. 이어 나무 나이나 토양 성분 등 실측이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 직접 조사한다. 효율을 높이면서 데이터 정확도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산림입지토양도는 표면층 토양과 그 아래층 토양까지 직접 샘플을 채취·분석해 완성했다. 표면층 토양은 외부 환경 영향을 많이 받고, 그 아래층 토양은 원래 상태의 토양이기에 서로 다르다. 전국 임상도와 산림입지토양도완성과 현행화에 10년이 걸린 이유다.
“전국 산림공간정보를 한 번에 완성할 수는 없었어요. 따라서 구역별로 구축한 후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죠. 여기에 몇 년이 걸렸어요. 완성 후에는 현행화 사업을 했어요.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했어요. 원인이 자연적인 것인지 인위적인 것인지도 봐야 합니다.”
관리부터 정책까지 GIS로 스마트하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한 임상도와 산림입지토양도. 이 지도는 그동안 들인 노력만큼이나 다양하게 활용된다. 특히 GIS 기술을 기반으로 위치 정확도가 높아졌다. 기존 산림 주제도보다 많은 데이터를 손쉽게 종합하고 적용할 수 있게 되며 더욱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산림 경영에 활용 가능한 맞춤형 조림지도가 대표적인 사례죠. 임상도와 산림입지토양도에서 나무 종류별 분포, 나이와 높이를 포함한 생장 속도, 토양 정보를 종합하면 어느 지역에서 어떤 나무가 잘 자라는지 정밀하게 비교할 수 있어요. 또한 보호가 필요한 지역, 개발 가능한 지역을 결정할 때 유용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GIS 기반 산림공간정보 구축사업의 임상도와 산림입지토양도는 산사태, 병충해, 산불 등 재난 대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지역별로 면적당 나무 수, 깊이 뿌리 내릴 수 있는 종류 혹은 수령(樹齡)의 나무 비율, 토양의 단단한 정도 등을 종합해 산사태 위험지도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다. 병충해 예방 관리를 할 때도 GIS 기반 RS 기법을 활용해 재선충 분포 지역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더 적은 인력으로 빠르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산불 진화에서도 GIS 기술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저희 회사에서 진행한 첫 프로젝트가 GIS 기반 산불대응 시스템입니다. 창립 계기가 된 셈이죠. 진화 헬기에 GPS를 장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모니터링하고, 현장 산불진화대원들에게 PDA를 지급해 진화 현황과 산불 확산 방향을 공유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지만, 15년 전에는 획기적인 기술이었죠.”
2003년 설립자인 조명희 경북대학교 교수가 대학원생 2명과 교내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한 ㈜지오씨엔아이가 70명 규모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GIS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GIS 기술은 이제 재난 대응의 필수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최형욱 부장은 앞으로 GIS 기반 산림공간정보 구축사업의 임상도와 산림입지토양도를 활용해 좀더 정확한 산불확산 예측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어느 지역 토양에 낙엽층이 두꺼운지, 침엽수 비중이 높은지 등의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는 것. 그러니 지역별 화재 취약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산불 발생 시 확산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림공간정보의 가치를 키우는 융합과 확장
통신, 영상, 분석, 예측, 감지, 항공과 드론 등 모든 분야에서 기술은 점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미 내비게이션이나 포털사이트 지도 서비스 등 GIS 기술은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은 기술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다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지오씨엔아이 역시 그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의 기업을 넘어 미래 세상을 변화시킬 GIS 분야 인재를 키우기 위해 공간정보학과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준명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확보한 GIS 기반 정보를 빅데이터로 조성하는 중이다.
“국가 지리정보 체계 구축이 6차까지 진행됐어요. 이미 다양한 분야에 GIS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지오씨엔아이 역시 산림 분야를 비롯해 수자원 관리, 재난·재해 대응, 해양수산 분야까지 폭넓게 참여하고 있죠. 빅데이터 구축은 분야별로 나뉘어 수집·관리되던 데이터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한 시도입니다.”
GIS 데이터 간 융합이 가능해지면 산림공간정보도 더욱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 또한 GIS 기반으로 수집된 기상정보, 수자원 관리, 재해 대응, 도시계획 등의 빅데이터 정보가 산림경영과 산림정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전망이다. 숲을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줄 산림공간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지오씨엔아이. 이들의 도전이 산림을 더욱 이롭게 하기를 기대한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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