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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에 가면> 프롤로그-수목원의 어제와 오늘, 전국 수목원의 공존을 꿈꾸며

대한민국 산림청 2019. 6. 3. 14:30






글, 사진. 김혁진(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


 오늘날 식물원과 수목원은 식물 수집, 전시, 연구, 교육, 현지외 보전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국공립수목원과 사립수목원의 경영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과거와 현재 수목원의 기능을 살펴보며 전국의 수목원이 공존할 방법을 생각해본다.

덕평공룡수목원





 감상과 교육을 위해 태어난 식물원

오래 전, 식물원과 수목원은 감상과 교육이 목적이었다. 주로 상류 계층이 진귀한 화초를 감상하거나 약초를 재배했으며, 일부 대학에서 약용식물학을 교육했다. 세계 최초의 식물원은 1453년, 루카 기니(Luca Ghini)가 이탈이아의 피사에 세운 수목원이다. 이후 1545년 프로렌스와 파도아 지역에 식물원이 설립됐다. 이후 유사한 기능을 가진 식물원은 1600년 덴마크 코페하겐, 1606년 영국 런던, 1635년 프랑스 파리, 1679년 독일의 베를린과 다양한 지역에 설립됐다. 18세기부터 19세기에 설립한 식물원들은 세계 곳곳의 식물 종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식물원과 수목원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표본관, 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을 추가했다. 오늘날, 식물원과 수목원은 식물 수집, 전시, 연구, 교육, 현지외 보전1 등 다양한 기능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있다.


베어트리파크




 다양하게 변화해가는 기능과 역할

국제식물원보전협회(BGCI)는 식물원과 수목원을 ‘과학적 연구, 보전, 전시, 교육 등을 목적으로 살아있는 식물을 문서와 수집물로 기록 및 보관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한다.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목원은 ‘수목을 중심으로 수목유전자원을 수집·증식·보존·관리 및 전시하고 그 자원화를 위한 학술적· 산업적 연구 등을 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식물원과 수목원은 식물자원 수집, 전시, 연구 및 교육 기능을 수행해왔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 이후, 생물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물원의 현지외 보전(Ex-situ) 기능이 중요해졌다. 이에 보전(conservation) 기능이 추가됐다. 산림청은 수목원 기능을 수집, 증식, 보존, 연구, 전시, 교육, 휴양으로 구분하고 있다. BGCI에서는 식물원·수목원의 기능으로 수집, 보전, 연구, 전시, 교육, 휴양의 6가지 기능을 언급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사회적 욕구가 다양해지며 식물원 기능도 다변화하는 추세다. 국가적 차원에서 식물종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수목원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외 식물유전자원 보전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BD)의 세계식물 보전전략(GSPC 2020)은 국가의 희귀식물 75% 이상을 현지외 보전 시설에서 보전·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도심형 식물원 운영·관리 및 활성화 방안 연구’2에서 사립식물원의 공익적 기능을 정량적, 정성적 방법으로 가치를 평가했다. 사립식물원의 6가지 공익적·기능별 경제적 가치를 산출한 결과, 보전 기능 약 547억 원, 휴양·관광 기능 약 409억 원, 조사·연구 기능 약 388억 원, 수집과 증식 기능 약 376억 원, 교육 기능 약 318억원, 전시·문화 기능 약 299억 원, 총 2,337억 원으로 나타났다. 


울산 테마 식물·수목원




 방문객이 늘어나도 경영난을 겪는 사립수목원들

2018년 기준 수목원과 식물원 연간 방문객은 이미 1,583만 명을 넘어섰다. 여러 가지 여가 활동의 수요가 증가하며 수목원 방문객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국·공립수목원에 비해 사립수목원의 방문객 수는 정체되어 있다. 최근 사립수목원 방문객 수는 국·공립수목원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산림청에 수목원·식물원으로 등록된 곳은 62개소이며, 2020년 이후에는 70여 개 이상 등록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공·사립 수목원 간 경쟁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전국 수목원·식물원 중에는 연간 방문객 수가 10만 명 미만인 수목원·식물원이 더 많다. 이들은 경영 위기 혹은 부도 위기까지 겪고 있다. 경영 환경에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2005년 이전에 설립된 사립수목원과 식물원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CBD, GSPC 등 국제협약에 따라 생물자원의 보호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사립수목원·식물원의 경영이 악화되며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따라서 사립수목원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도입, 활성화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한택식물원





 국공립수목원과 사립수목원의 공존을 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립, 공립, 사립, 학교 수목원 모두는 공익적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수목원은 국·공립수목원이 제공하는 수집, 증식, 보전, 연구, 전시, 교육, 휴양의 공익적 기능을 다하면서도 국·공립수목원, 공원등과의 경쟁에서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 개선을 위해 자체적인 활동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익 목적을 근거로 재정적 지원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수목원·식물원의 수입원 문제에도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산림청은 사립수목원의 수익사업 근거 마련, 전기세 및 재산세 감면 등 제도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찾고 있다.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해외 수목원·식물원 운영 중 수입원 사례를 보면 회원권이나 기부금 수입, 정부나 학교 등이 지원하는 지원금 수입 기념품, 식물 판매 수입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런 사례를 참고해 실정에 맞게 다각도로 수입원 다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국공립과 사립 수목원·식물원의 업무, 기능, 역할을 구분해 정립해 서로 공존하는 토대를 마련하면 어떨까. 인근 지역별 수목원·식물원을 클러스트로 형성해 식물 및 종자, 연구 장비, 업무 협조 등으로 나누는 방법도 있다. 이로써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협업에 의한 기능 조정, 업무 분담, 비용 절약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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