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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둘레길을 거닐며 인생을 나누다 - 한성섭 숲길등산지도사

대한민국 산림청 2019. 4. 12. 11:00






 누군가는 다시 내려올 산을 왜 그리 힘들여 오르느냐고 하지만, 사실 등산의 목적은 높이 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산길을 걷는 걸음걸음이, 그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이,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등산의 의미이자 이유다. 숲길등산지도사는 등산객들이 그 의미와 이유를 더 넓고 깊게 누리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숲과 마을, 사람을 잇는 지리산둘레길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비를 몇 번씩 넘기고 정상에 올라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을 내려다볼 때의 성취감은 등산의 짜릿한 묘미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등산 그 자체, 산길을 걷는 순간순간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둘레길 열풍이 불어왔다.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통영 해파랑길, 지리산둘레길, 북한산둘레길 등 전국적으로 산길을 끼고 걷는 둘레길이 조성된 배경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마을과 산, 그리고 다시 마을을 잇는 22개 구간으로 2008년 조성돼 10년 넘게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북, 전남, 경남 3개 도에 걸쳐 있는 지리산의 넉넉한 산세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둘레길 안에 담겼다. 숲길과 마을길, 농지길, 옛길을 넘나드는 22개 구간은 숲길등산지도사가 함께해 더 안전하고 넉넉하다. 숲길등산지도사는 산을 찾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등산을 즐기도록 돕고,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여 주는 역할까지 담당하는 산림교육전문가다. 산림청 인증 교육과정 운영기관에서 3개월 145시간 이상, 암벽등반부터 스틱 사용법까지 등산 기술과 숲길 생태 이론 등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전국 국립자연휴양림 등에서 숲길등산지도사로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이 주어진다. 지리산둘레길에서는 자격을 갖춘 지역 주민 중 선발된 23명이 숲길등산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5개 구간이 속한 경남 산청 지역 안내소에 근무 중인 한성섭 숲길등산지도사도 그중 한명이다.


“각 구간마다 담당 숲길등산지도사가 등산로를 관리합니다. 5~9구간이 속한 산청 지역에는 5명의 숲길등산지도사가 각 구간을 담당하고 있죠. 우리 구간을 방문하는 분들이 안전하게 등산을 즐기도록 돕는 둘레길 지킴이로서, 방문객과 지리산둘레길에 속한 마을 주민 사이에서 각종 민원 창구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한성섭 숲길등산지도사는 둘레길을 걷기 좋게 관리하고 등산객을 안내하는 것만큼이나 마을 주민과 방문객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도 숲길등산지도사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말한다. 마을길을 빌려 쓰는 지리산둘레길이 평화롭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숲을 만나고 건강한 즐거움을 찾다


지리산 주변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지리산둘레길 숲길등산지도사 23명은 수시로 만나 정보를 나누고 일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즐거움도 공유하는 끈끈한 동료다. 특히 귀농·귀촌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더욱 잘 통한다는 것이 한성섭 숲길등산지도사의 설명이다.


“제가 올해 62세인데, 농촌에서는 60대면 청년으로 칩니다. 도시에서 나름 치열하게 살다 삶의 여유를 찾아 농촌에 왔지만, 이곳에서는 한창 일할 나이죠. 저 역시 3~4년쯤 한가하게만 지내다 보니 일이 하고 싶더라고요.” 


도시에서 살다 지금은 농촌에 살고 있으니, 방문객의 마음도 마을 주민의 입장도 두루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도시 출신 숲길등산지도사의 장점이다. 지역의 살아 있는 역사인 마을 어르신들을 대접하며 지리산둘레길과 마을 굽이굽이 깃든 이야기를 듣고, 이 이야기를 다시 방문객들과 나누는 것도 새롭게 마을 주민이 된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산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지리산둘레길 숲길등산지도사는 격일로 안내소와 산을 오가며 근무한다. 단체 탐방객을 안내할 때도 있지만, 예약이 없는 날에도 이틀에 한 번은 산에 올라 둘레길을 정비하고 점검한다. 산을 좋아하는 마음을 숲길등산지도사의 첫째 조건으로 꼽는 이유다. 하지만 부산 해운대 도심에서 바쁘게 일만 하다 귀촌한 그는 숲길등산지도사가 되기 전까지산과는 별 인연이 없었다. 가장으로서, 제법 규모 있는 회사의 임원으로 짊어진 무거운 책임에서 오는 부담을 하루 3갑의 담배와 술로 풀던 그에게 등산은 어울리지 않는 취미였다. 건강이 나빠진 아내를 위해 귀촌한 후에도 그런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퇴근하는 긴장감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고 이장님 권유도 있어서 얼떨결에 시작했지만, 첫 교육을 받으면서부터 아차 싶었어요. 쉼 없이 피워 대던 담배를 등산하는 동안 피우지 못하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산길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몸이 견디질 못했죠.” 


기왕에 시작한 일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아 담배부터 끊고, 그 김에 술도 끊었다. 등산을 할수록 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무엇보다 몸이 건강해졌다.


“근육이 붙으면서 체중이 좋게 늘고, 근력도 생기니 일할 맛이 나더군요. 몸이 건강해지니 저도 좋지만, 가족들이 더 좋아합니다.”






 걸을수록 걷고 싶은 숲길로의 초대


한성섭 숲길등산지도사에게 2016년부터 4년째 일하고 있는 지리산둘레길은 일터 이상의 의미다. 특히 산청 지역 둘레길이라면 돌멩이 하나까지 훤히 꿰고 있을 정도. 날이 궂으면 궂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쓰러진 나무가 길을 가로막을까 무성한 풀이 발걸음을 늦출까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담당구간에 대한 애착은 더욱 크다.


“지리산둘레길 숲길등산지도사라면 누구나 자기가 관리하는 구간이 가장 좋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산청에 두 손까지 짚어야 겨우 넘을 만큼 험하기로 악명 높은 7구간이 있는데, 담당하는 숲길등산지도사에게 물어보면 그 정도는 돼야 등산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제 담당은 9구간인데, 난이도도 적당하고 참 걷기 좋은 길이죠.”


치열한 경쟁 속에 부대끼며 살던 도시를 떠나 산청 산골마을 주민으로, 지리산둘레길 숲길등산지도사로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한성섭 숲길등산지도사.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그가 느끼는 행복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각박한 일상에 지친 마음에 위안을 얻으려 오신 분들에게는 따뜻한 차와 함께 사람 사는 정을 나눠 드리고, 바쁜 일상에 치인 몸을 추스르려 오신 분들께는 숲길을 걸으며 건강을 되찾는 기쁨을 나눠 드리고 싶습니다. 좀 더 많은 방문객이 지리산둘레길을 찾아 우리 숲길등산지도사들을 귀찮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마다의 이유로 지리산둘레길을 찾는 방문객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참 많다는 한성섭 숲길등산지도사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그래서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기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함께 바라본다.







 핵심을 쏙쏙,숲길등산지도사 미니 가이드


산림교육전문가인 숲길등산지도사는 해마다 꾸준히 양성되고 있는 산림 신직업 중 하나다. 지금까지 숲길등산지도사는 얼마나 양성됐으며 교육은 어디서 얼마나 받아야 할까? 꼭 필요한 정보들을 담았다.


Q.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등산객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도록 돕습니다. 또한 산에 오르는 이들이 지역의 역사, 문화를 체험하며 경관을 즐기고 건강을 증진하도록 돕습니다. 건전한 등산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등산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하는 숲길등산지도사는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한 산림교육전문가입니다.


Q. 전국적으로 양성 인원은 어느 정도인가요?

지역별, 연도별로 수치는 다르지만 해마다 꾸준히 숲길등산지도사들이 양성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의 통계를 보면, 2014년 139명, 2015년 185명, 2016년 167명, 2017년 126명, 2018년 253명의 숲길등산지도사가 양성됐습니다.


Q. 교육 이수까지 몇 개월 정도 걸리나요?

산림교육전문가의 양성기관에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학력이나 경력, 연령 등에 제한은 없으며 숲길등산지도사는 시작부터 이수까지 2~3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또다른 산림교육전문가인 숲해설가는 4~5개월, 유아숲지도사는 5~6개월 정도 소요됩니다. 물론 이는 평균 기간으로 양성기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은 연 1~2회 진행됩니다.


Q. 지역별 양성기관은 얼마나 되나요?

강원, 서울, 경기, 대전, 전북 등지에 총 7곳의 양성기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양성기관을 찾아보고 싶다면 아래를 확인해주세요.


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학길 1 www.ile.kangwon.ac.kr 033-250-7191

(사)한국등산연합회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로 258, 602호 (화곡동) www.cafe.naver.com/ikma 02-2699-3636 / 02-2697-5100

(사)한국트레킹연맹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62길 9, 404호(산림비전센터 4층) www.cafe.daum.net/ktreking 02-3775-3399 / 02-3775-3415

(사)한국산악회 경기도 의정부시 망월로 13번길 9 www.cac.or.kr 031-855-8848 / 031-855-1945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상로 67(가양비래공원 내) www.komount.kr 042-672-2749 / 042-672-1950

(사)대한산악연맹 전라북도 전주시산악연맹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49(2층) www.cafe.daum.net/jjkaf 063-221-2682 / 063-221-2683

(사)대구등산학교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 38길 5 www.dms.or.kr 053-257-8804 (Fax)053-257-8803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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