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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1년 365일 푸르른 상록정원 - 보성 초암정원

대한민국 산림청 2019. 1. 22. 11:00






 전라남도 제3호 민간정원, 초암정원은 광산김씨 문숙공파 종손 집안 3대에 걸쳐 가꿔온 곳이다. 200년 된 옛집을 중심으로 조성된 정원에는 소나무, 편백나무, 대나무를 비롯해 구실잣밤나무, 참가시나무, 목서 등 다양한 상록수가 자리해 일 년 내내 항상 푸르름을 선사한다. 80년의 역사를 간직한 보성 초암정원이 빗장을 열고 지난해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초암산 자락에 위치한 신비의 정원, 초암정원을 소개한다. 

 종가 고택을 품은 난대상록정원

초암정원은 광산김씨 문숙공파 종손의 200여 년 된 종가 고택에서 시작된다. 숲을 좋아했던 김재기 대표의 조부가 선조 때부터 살아왔던 고택 주위에 나무를 심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정원을 가꾸면서 친분 있는 문인과 화가들이 사랑채를 즐겨 찾았고, 조부는 정원 가꾸기에 더욱 열과 성을 다했다. 대대로 이어 정원을 가꿨고, 어느덧 80여 년이 흘렀다.





고택 사랑채 앞에 있는 종려나무는 김 대표가 대학에 입학할 때 직접 심은 기념수다. 이 나무도 세월이 흘러 60년이 넘은 고목이다. 언뜻 보면 야자수처럼 보이지만, 제주도에 있는 야자수와는 다르다. 제주도에 있는 야자수는 워싱턴야자로, 초암정원에 있는 종려나무와는 사촌지간이다. 이색적인 풍광을 좋아하는 김 대표는 육지에서 야자수를 기를 수 없는 대신 종려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 역시도 초암마을이 소쿠리처럼 마을 뒤편과 좌우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따뜻하기에 가능했다. 구실잣밤나무, 꽝꽝나무, 참가시나무 등 다양한 상록활엽수를 기를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정원이 위치한 초암마을은 예로부터 늘 푸르름을 유지해 풀음(草岩)마을이라 불렸던 곳이다. 마을의 영향 때문인지 조부는 향나무, 아버지는 유자나무, 김 대표는 종려나무와 금목서를 좋아했다. 3대가 좋아하는 나무가 각기 다르지만, 모두 푸르른 상록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의 초암정원이 난대상록정원으로 조성된 이유 역시 어려서부터 푸르른 나무를 보고 자란 영향이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겨울이 가장 아름다운 초암정원

초암정원에는 호랑가시나무부터 감탕나무, 낙상홍, 먼나무, 치자나무, 까마귀쪽나무 등 교관목 117종과 개미취, 감국, 구절초, 비비추 등 초화류 26종까지, 200종이 넘는 다양한 꽃과 나무가 심겨 있다. 나무의 경우, 대부분이 사계절 푸르른 잎을 띄는 상록수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이 모두 아름답지만, 초암정원의 별미는 겨울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갖가지 난대림 꽃들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산다화(애기동백)와 비파꽃이 피고,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빨갛게 무르익는다. 김 대표는 12월이 가장 절정에 이른다고 했다. 계절과 상관없이 정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인지 김 대표에게 묻자 오래도록 정원을 가꾼 덕에 본인의 눈에는 모든 곳이 다 예쁘다고 답했다. 굳이 한 곳을 꼽으라면, 정원의 최상단이라고 했다. 예당평야와 득량만이 훤히 내다보이는데, 넓게 펼쳐진 논과 지평선 근처의 푸르른 바다, 바다 건너 산까지 그 풍경이 아름답다.





 가족을 생각하며 가꾼 정성

초기 정원이 지금처럼 울창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대학에 입학한 이후, 학교 주변 산소가 예쁘게 조성된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정원을 만들게 되었다. 김 대표는 편백나무를 매년 100그루씩 심었고, 지금은 정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초암정원에는 김 대표의 현조 내외부터 5대조가 잠들어 있는 묘원이 있다. 봉분이 없기 때문에 언뜻 봐선 묘지가 어디인지 쉽게 구별되지 않지만, 평묘와 묘석이 그 자리가 묘지임을 알려준다. 이는 검소함으로 종가에서 앞서서 장묘 문화를 바꿔가겠다는 김 대표의 뜻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정원 곳곳에는 가족들에 대한 사랑도 엿보인다. 정원의 시작인 난대전시원 1에는 400m 잔디길이 조성되어 있다. 선조들이 정원에 찾아오실 때 험난했던 흙길 대신 걷기 좋은 잔디를 걸으며 쉬엄쉬엄 올라오시라는 의미에서다. 잔디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오르면 난대전시원 2의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곁을 떠난 막내 여동생이 이곳에서 뛰어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것이다. 혼자 놀기 심심하지 않도록 그네도 설치하고, 낙타 모양으로 나무도 조경했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심은 나무, 마음으로 키워주신 새어머니를 생각하며 심은 나무, 두 살의 나이에 곁을 떠난 막내 여동생을 생각하며 심은 나무까지, 저희 정원에는 사연이 많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며 정원을 정성스레 가꿨죠.”

김 대표는 열 명의 손주들을 위해 과실나무도 많이 심었다. 봄에는 앵두, 살구, 자두, 비파나무가 열매를 맺고, 여름에는 무화과, 가을에는 감이 열린다. 운이 좋다면정원에 방문하는 이들도 제철 열매를 맛볼 수 있다.

정원 중간 중간에 놓인 절구통에서도 김 대표의 배려가 엿보인다. 정원을 찾은 산새와 토끼, 노루가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절구통 안에는 물을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정원을 찾는 사람과 동물까지 챙기는김 대표의 마음이 정원만큼 아름다웠다.
이곳 초암정원은 유원지도, 관광지도 아니다. 조상을 모시는 선산을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개인 정원인 만큼 이곳을 방문한다면 관람 에티켓을 꼭 지켰으면 한다.



김재기 대표
김재기 대표는 광산김씨 문숙공파 김선봉 선생 9대 종손으로,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거쳐 가꿔온 초암정원을 6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관리하고 있다. 광주은행 행원부터 상임감사까지 20여 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보성에 내려와 정원을 관리했다. 은퇴한 이후에도 정원을 직접 관리하고, 정원수 전문가를 섭외해 미용하며 매년 100그루의 편백나무 묘목을 심는 등 정원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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