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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숲> 높은 나무에 올라 숲을 지킨다 - 아보리스트 김병모

대한민국 산림청 2018. 12. 12. 14:30





 크레인이나 사다리가 닿지 않는 깊은 숲, 줄 하나에 의지해 높은 나무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바로 수목관리 전문가, 아보리스트(Arborist)다. 크고 높은 나무에 올라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노거수나 보호수를 관리하거나 나무꼭대기에서 유전자원을 수집하며 때로는 위험목을 제거한다. 아직은 생소한 아보리스트에 대해 알아본다.


 아보리스트

높이 15m 이상인 높은 수목에 올라가 병해충목 관리, 위험 수목 제거, 종자 채취 등을 하는 수목관리 전문가를 말한다. 주로 하는 일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보호수를 관리하는 것이지만, 최근 휴양 및 산림레포츠에서 나무 오르기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좋아하는 취미를 제2의 직업으로

고창읍성 수목보호사업 현장, 헬멧을 쓰고 벨트에 각종 장비를 주렁주렁 매단 사람이 나타났다. 수령 100년이 넘은 소나무를 살펴보더니, 줄에 오자미를 달아 반동을 이용해 나무에 걸었다. 줄을 로프로 바꿔 매달더니 로프에 몸을 연결해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1호 아보리스트이자 (사)한국아보리스트협회 부회장인 김병모 씨다.

김병모 씨의 원래 직업은 CF 감독이었다. 소싯적 등산을 취미로 즐겼고, 코오롱 등산학교 강사를 할 만큼 수준급 실력도 갖췄다. 1975년 암벽등반에 입문한 그는 설악산 귀면암 암벽등반 코스를 개척했고, 유럽 알프스 3대 북벽(아이거 북벽, 마터호른 북벽, 그랑드조라스 북벽)을 등반했다. 그 후 CF 감독으로 일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아보리스트를 알게 되었다.




“2000년 CF 촬영으로 미국에 출장을 갔었는데, 노스캐롤라이나 숲에서 아보리스트들이 나무를 타고 작업하는 광경을 우연히 봤어요. 호기심에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얘기했더니, 처음엔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등산 경력을 얘기했더니 몇 가지 테스트를 하겠다고 해서 로프를 매고 매듭짓는 방법 등 몇 가지를 보여줬죠. 제 실력을 보더니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주일가량 아보리스트 기술을 배우고 돌아왔죠.”

김병모 씨가 바로 아보리스트로 전향한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CF 감독으로 열심히 일했고, 2010년 은퇴하면서 귀향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병모 씨는 그동안 사람이 관리하지 않았던 자신의 숲을 가꾸기로 했다. 밀식된 숲을 정리하기 위해 벌채하려고 했지만, 나무가 너무 빽빽이 심겨 있는 탓에 주변 나무를 훼손할 것이 분명했다. 그때 10년 전 배운 아보리스트 기술을 떠올렸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쉽사리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미국으로 나가 기술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미국에도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원처럼 CEU(Continued Education Unit)이라는 기관이 있어요. 그곳에서는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도토리를 받아요. 기본적인 트리 클라이밍부터 싱글 로프·더블로프 트리 클라이밍, 기계톱 사용, 인명구조 등 교육 하나당 도토리를 2~3개씩 부여하죠. 가장 수준 높은 과정은 ‘Art&Science of Practical Rigging’으로 로프를 이용해 목재를 원하는 곳으로 내릴 때 사용하는 기술이죠. 기본 리깅부터 줄기 밑동 묶기, 줄기 끈 묶기, 스파이더, 복합 리깅까지 기술이 복잡해 일주일간 교육을 받았어요. 과정을 수료해 16개 도토리를 받았죠.”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김병모 씨는 총 86개의 도토리를 따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아보리스트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나무를 모두 살리는 아보리스트

김병모 씨는 가장 먼저 아보리스트 관련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배워온 트리 클라이밍 기술을 복습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수목의 생리와 구조, 산림 생태계의 이론을 공부했다. 혼자 공부하는 것으로는 한계를 느낀 김병모 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서울대학교 이규하 박사에게 수목 생리 강의를 부탁해 수목관리 지식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수목에 맞는 등반 기술과 로프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외국은 수목관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라 가지에 로프만 잘 매달아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수목은 종종 썩은 가지가 매달려 있기 때문에 로프를 하나만 매달아선 위험합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통 로프를 두 개 정도 매달아 작업합니다.”

이처럼 아보리스트는 안전한 방법으로 나무에 오르고, 나무 위에서 수목관리나 특수한 목적을 위한 작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수목관리 전문가다. 구체적으로는 크고 높은 나무에 올라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노거수나 보호수를 관리하거나 나무꼭대기에서 유전자원을 수집하며 때로는 위험목을 제거한다. 보통 고가사다리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나무를 관리하며, 간단한 보호 장비를 지니고 로프에 몸을 맡긴 채 올라가 작업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나무 오르기, 집라인 등 산림레포츠 시설 설치도 수행하고 있다.





“아보리스트는 구조물을 설치할 때도 수목과 설치물의 안정성을 모두 고려합니다. 최근 일반 구조물설치 업체에서 만들어놓은 집라인 등 시설 보수 작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설치 초기, 나무의 생장을 고려하지 않고 잘못된 방법으로 시공한 탓에 나무에 대놓은 부목이 부러지거나 와이어가 나무 안으로 들어가는 등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죠. 더군다나 와이어가 나무를 파고들면 물은 올라가지만, 당분이 뿌리로 내려가지 못해 윗부분만 커지는 이상 현상이 일어납니다. 나무가 이 상태로 오래 지속되면,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부러지게 되죠. 수목의 생리를 파악하고 있는 아보리스트들이 구조물을 설치하면, 나무도 사람도 안전한 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면서 관리해야 할 숲이 늘고 있지만, 수목관리 전문가인 아보리스트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보리스트의 규모 역시 적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사)한국아보리스트협회 레벨1 아보리스트는 80여 명이지만, 실제로 온전한 작업이 가능한 레벨2 아보리스트는 3명, 아보마스터는 1명에 불과하다. 이에 김병모 씨는 아보리스트에 대한 홍보와 인식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아보리스트는 이미 ‘Tree Worker’로서 하나의 직업군입니다. 특히 미국과 서유럽의 경우 수목원마다 아보리스트를 채용할 정도로 그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죠. 단편적인 예로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공원 가로수는 아보리스트들에게 관리받으며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나무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아보리스트를 양성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아보리스트에 대한 전망은 밝다. 수목관리와 산림복지서비스가 날로 중요해져 가고 있기 때문. 김병모 씨는 (사)한국아보리스트협회와 수목보호관리연구소를 통해 아보리스트 교육 과정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나무는 사람을 살립니다. 제대로 관리된 숲의 효용성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말할 것도 없죠. 이제는 사람이 ‘올바른 방법으로’ 나무를 살려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보리스트만큼 여기에 특화된 직업도 없죠. 저희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나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보리스트에 관심을 갖고, 보람을 가지며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위해 계속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Question & Answer :아보리스트에 관한 Q&A

Q 아보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A 산림청 인증 법인으로 등록된 (사)한국아보리스트협회에서는 아보리스트 민간자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보리스트-클라이밍 스페셜리스트(이하, 아보리스트) 자격 취득은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아보리스트는 2급, 1급, 아보마스터로 나뉩니다. 2급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클라이밍 매듭, 안전 및 구조, 드로우 라인 및 클라이밍 로프 설치, DRT(Double Rope Technic), SRT(Single Rope Technic), 하강, 기계톱 사용 등 수목관리 전반의 활용능력에 대한 2주(80시간)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교육 이후,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1급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600시간의 수목관리 작업 시간과 2주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1급을 보유한 사람은 3명으로, 자격을 취득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1급을 취득한 사람의 경우, 공중에서 나무 1t 정도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Q 아보리스트에게 필요한 소양과 덕목은 무엇일까요?

A 나무를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단순히 아보리스트 교육만 받았다고 해서 아보리스트가 아니라 나무를 생각하는 자세로 관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죽은 가지가 있다면, 윗부분을 잘라줘야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죠. 하지만 가지가 제거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고 해서 현실과 타협해 중간을 자른다면, 나무에 코디트(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s; 수목 부후의 구획화)가 생기면서 병들게 되죠. ‘아보리스트’라는 사명 의식을 가지고 나무를 위해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정확하게 자를 수 있는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아보리스트의 직업적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미국, 캐나다, 영국 등 해외에서는 수천 명의 아보리스트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최근 나무의사 자격증 제도가 생기고 수목 생리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목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조경수협회, 산림과학원,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등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있죠. 뿐만 아니라 휴양·산림레포츠가 활성화되면서, 로프 시설 및 산림 레크리에이션 체험 시설 설치도 늘고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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