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9년(10기)

만경강 발원지 ‘밤샘’ 가는 길

대한민국 산림청 2019. 7. 23. 17:00





 강의 근원은 산입니다. 산이 물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면 애초에 강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산은 강의 어머니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습니다. 전라북도에는 네 개의 강 발원지가 있습니다.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 뜬봉샘, 섬진강의 발원지 진안 데미샘, 동진강 발원지인 정읍 여우치마을, 그리고 만경강의 발원지 완주 밤샘입니다. 이 중에서 만경강의 시원을 찾아 떠납니다.  






 만경강 발원지를 찾아서


전주에서 출발하여 진안 방향으로 가다가 완주 소양면 화심에서 동상면 쪽으로 좌회전합니다. 평지를 달리던 차는 이내 굽이굽이 고개를 넘습니다. 밤티 고개입니다. 밤이 많은 고개라는 의미로 밤치(峙)인데 밤티로 변했습니다. 고개를 내려가면 버스정류장 옆에 밤샘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마을로 들어갑니다. 마을 끝에 있는 작은 다리 밤샘교를 건너 우측 빈터에 주차를 하고 이곳부터는 걸어서 오릅니다. 밤샘으로 가는 길은 임도(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도로)로 되어 있습니다. 승용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정도 넓은 길입니다. 





임도를 걷는 것은 편하지만 조금 밋밋하기도 합니다. 일반 등산로나 둘레길에 비해 변화가 적기 때문입니다. 대신 풀꽃이 많은 시기라서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입구에서 맞이하는 들꽃은 개망초꽃입니다. 흔하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꽃이지만 눈 높이를 맞추고 보면 꽤 괜찮아 보이는 꽃입니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예쁘고요.





어제부터 내렸던 비가 마침 물러가고 있어 주변 산봉우리에도 구름이 걷히고 있습니다. 촉촉하게 비에 젖은 숲은 생기가 넘칩니다. 바라보는 눈도 시원해집니다.





밤샘으로 가는 숲길도 비에 젖어 있습니다. 숲길을 걷기에는 오히려 좋은 날씨입니다. 임도의 경우 숲이 우거진 구간도 있지만 그늘이 없는 구간도 있거든요.





이번에는 싸리나무꽃이 아는 체합니다. 여름에는 흰 꽃이 많은 계절인데요.  자주색인 듯하면서도 보라색이 보이는 싸리나무꽃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밤샘까지 1.5km


숲 사이에 감추어진 이정표가 보입니다. 숲길을 걷다가 이정표를 만나면 항상 반갑습니다. 지나온 거리를 확인하고 앞으로 남은 거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정표가 1km가 남았음을 알려 줍니다. 출발지에서 500m 정도 올라왔나 봅니다. 





까치수영꽃도 많이 보입니다. 어릴 적에는 꽃보다는 연한 잎에 관심을 가졌던 풀입니다. 연한 잎을 따서 씹으면 시큼한 맛에 인상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꽃이 이렇게 예쁜 줄 그때는 몰랐었습니다. 특히 긴 꽃 대에서 작은 꽃이 순차적으로 피고 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볼 수 있답니다. 





길을 가는데 오른쪽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가늘게 들립니다. 물소리에 끌려 계곡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계곡 바위 위에는 이끼가 파랗게 올라앉았습니다. 그 옆으로 졸졸졸 흐르는 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밤샘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입니다. 밤샘을 빨리 보고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밤샘까지는 약 500여 m가 남았습니다. 마음으로는 단숨에 닿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면서 오릅니다. 이번에는 꿀풀꽃이 눈에 띕니다. 





숲길을 걸을 때 아름다운 장면 중의 하나가 빛을 받은 나뭇잎 풍경입니다. 빛을 받은 나뭇잎은 파스텔 톤의 색으로 바뀌면서 은은한 느낌을 줍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잎맥이 선명히 드러나 보입니다. 자연히 빚어내는 예쁜 풍경입니다. 





길 위에 기다란 꽃이 노랗게 떨어진 곳을 지납니다. 굴피나무꽃입니다. 제 역할을 다한 수꽃이 떨어져 길을 노랗게 물들였습니다. 수정을 마친 암꽃은 솔방울 모양으로 자라게 됩니다. 가을에는 진한 갈색의 열매를 볼 수 있겠습니다.





만경강 발원지를 알리는 커다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임도 옆에 있어 접근성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내려가면 늪지가 나옵니다. 죽은 나무로 적당히 걸쳐 놓은 다리를 지나면 편백숲입니다. 





편백숲을 지나는 순간에 다시 구름이 내려앉아 주위가 조금 더 어두워졌습니다. 신비스러운 효과를 주기 위해서 하늘이 배려한 모양입니다. 편백숲을 살짝 돌아가면 바로 그곳이 밤샘입니다.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은 주변에 인공 시설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밤샘 주위를 돌로 쌓은 정도이고 수로는 정비하지 않아 늪지대가 되었습니다. 밤샘 옆에는 만경강 발원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물이 많이 흐르지는 않지만 잘 흘러내려갈 수 있도록 물길 정도만이라도 정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도 끝가지 걷다


밤샘을 보고 바로 내려가는 것보다 임도 끝까지 산책 삼아 걷기로 했습니다. 임도 구간이 3km 정도인데 밤샘이 그 중간쯤에 있습니다. 밤샘은 임도 고개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조금 오르고 나서 그 뒤로는 내리막길입니다. 경사는 완만한 길이라서 편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튤립나무숲이 보입니다. 백합나무라고도 부르는 나무인데요. 빛을 받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임도의 끝은 보룡재와 연결됩니다. 완주와 진안의 경계입니다. 보룡재를 전주-진안 간 도로가 지납니다.





보룡재에서 뒤돌아 출발 지점으로 향합니다. 지나왔던 길이지만 반대 방향에서 보면서 걸으면 새로운 느낌입니다. 보지 못했던 것도 보기도 하고요. 임도의 경사진 구간은 부분적으로 시멘트 포장이 된 곳도 있는데요. 그 위에 굴피나무가 꽃으로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다시 고개를 지나 내려갈 때는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올라올 때는 풀꽃에 관심이 팔려 숲속에서 나는 소리를 많이 듣지 못했거든요. 주로 새소리입니다. 소리가 다른 것을 보면 4~5종류의 새가 놀고 있나 봅니다. 그러다 푸드덕거리며 가까운 곳에서 새가 날아가는 소리도 들립니다.  






숲속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찾아 눈을 돌리다가 나뭇잎이 부분적으로 하얀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덩굴식물인 개다래입니다. 개다래꽃도 하얀색인데요. 잎 아래에 꽃이 피어 있어 위에서는 꽃 잘 보이질 않습니다. 잎이 하얗게 된 것은 매개 곤충에게 꽃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변한 것이랍니다, 수정이 끝나면, 흰색이 사라진답니다. 식물들도 종족 번식을 위해 대단한 진화를 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도 걷기를 마치고 갈 때는 밤샘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졸졸졸 흐르던 물줄기가 다른 물줄기와 합해져 큰 물줄기를 이루고 동상저수지, 대아저수지에 머물렀다가 다시 흘러 만경강을 이룹니다. 만경강은 완주, 전주, 익산, 김제, 군산을 적시고 서해로 흘러갑니다.  





 만경강 발원지 밤샘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을 찾아가는 여정은 대단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만경강의 근원을 찾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그렇고 길을 걸으며 만나는 들꽃을 감상하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밤샘을 보는 것 외에 덤으로 임도를 걷는 수확도 얻었습니다. 밤샘을 다녀오면서 한 가지 바람도 생겼습니다. 밤샘이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0기 산림청 블로그 기자단 김왕중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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