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9년(10기)

나무에도 벼슬이 있다고? 보은 정이품송과 순조대왕 태실 :: 보은 가볼만한 곳

대한민국 산림청 2019. 8. 22. 17:00






 나무를 주제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인물, 사건 등 다양한 역사의 흔적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나무가 벼슬을 받았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의외로 해당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제법 인지도가 있는데요. 바로 보은 정이품송입니다. 정이품이면 판서급으로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높은 품계인데요. 나무가 이런 품계를 받았다는 자체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벼슬을 받은 소나무, 보은 정이품송



이처럼 나무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또한 정이품송과 함께 속리산에 자리한 순조대왕 태실은 나무의 관점에서 한번 주목해보면 좋은 현장인데요. 과거 능원이나 태실이 만들어질 때 이를 보호하기 위한 화소와 금양지 등이 설정했는데요. 각각 능원과 태실의 보호와 자연경관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표를 세워 나무를 보호했습니다. 실제 순조대왕 태실로 가는 길에 이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눈여겨볼만 합니다.



 나무에 벼슬을 내린 세조, 속리산에 온 이유는? 

보은 법주사로 가는 길에 자리한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유래를 살펴보면 조선의 왕 중 세조(재위 1455~1468)와 관련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조는 계유정난(1453)을 통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했던 인물로, 결국 단종은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떠났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세조와 정이품송, 더 나아가 보은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요?(영월 청령포와 관련 앞선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http://blog.daum.net/kfs4079/17213499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조의 행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우선 왕위에 오른 우선 세조는 말년에 이르면 심한 피부병으로 고생하게 되는데요. 당시 이러한 피부병과 관련해 야사에서는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 권씨가 꿈에 나타나 침을 뱉은 자리에 피부병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피부병으로 고생한 세조는 말년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사찰을 방문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실제 평창 상원사의 문수동자상(국보 제221호)의 복장유물로 피 묻음 적삼이 나왔는데, 이를 세조의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해당 문수동자상을 세조의 딸인 의숙공주가 세조의 안녕을 기원하며 조성했는데요. 실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통해 세조의 피부병은 사실로 확인됩니다. 이와 함께 속리산에는 세조가 목욕했다고 전해지는 목욕소가 남아 있어 피부병으로 고생했던 세조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속리산에 남아 있는 목욕소, 피부병이 심했던 세조가 목욕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세조의 능인 남양주 광릉

광릉의 원찰인 봉선사에는 정희왕후 윤씨가 발원한 동종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세조는 왜 사찰을 방문했던 것일까요? 당시 조선은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사회였기에 불교는 탄압을 받던 시기였는데요. 그럼에도 스스로를 호불군주로 자처했던 세조는 어떻게 보면 불교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실제 승려들의 역을 면해주는 조치를 취했으며, 세조가 세상을 떠난 뒤 광릉(光陵)의 원찰로 봉선사가 세웠습니다. 특별히 봉선사에는 세조의 어실각을 세워졌는데요. 왕비인 정희왕후 윤씨가 발원한 동종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당시 불교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세조는 말년에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국의 사찰을 다니면서 휴양을 했는데요. 때문에 보은의 정이품송과 세조의 만남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이품송 아래, 옛 길의 흔적


문화재 표석과 함께 바라본 정이품송




정이품송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세조가 법주사로 가는 길에 해당 소나무를 지나게 되는데요. 이때 낮은 가지를 보면서 연 걸린다고 말하자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세조가 지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세조가 소나무에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다 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이품송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이나 공식기록에서는 확인된 바 없는데요. 단지 ‘병풍송’이라 해서 잠시 머물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야사의 성격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찰을 방문했던 세조와 소나무의 만남은 막연히 나무가 벼슬을 받았다는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조 말년의 행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이품송과 함께 주목해볼 보은 서원리 소나무



한편 정이품송과 함께 주목해볼 나무가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서원리 소나무입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서원리 소나무는 민속신앙의 하나로, 서낭당의 기능을 했는데요. 지금도 나무 아래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형태상 정이품송과 매우 유사한 소나무입니다. 때문에 정이품송의 부인송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정이품송을 다녀가실 때 서원리 소나무 역시 함께 주목해보시면 좋습니다. 


* 보은 정이품송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17-3
편의시설 : 주차공간, 화장실 있음

* 보은 서원리 소나무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 49-4
편의시설 : 주차공간 있음, 화장실 없음



 속리산에 순조대왕 태실이 있다고? 주목해볼 화소 표석 

대부분 보은 정이품송을 지나면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법주사로 향하게 되는데요. 물론 법주사 역시 훌륭한 관광자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장에서는 속리산과 나무의 관점에서 순조대왕 태실을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보통 태실이라고 하면 아기의 탯줄을 태항아리에 넣어 길지에 묻고, 석물과 비석 등을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조선왕실에서는 아기의 탯줄도 소중히 보관했는데요. 이러한 태실 가운데 순조대왕의 태실(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1호)이 속리산 태봉 정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법주사의 일주문, 순조대왕 태실로 가기 위해서는 법주사 방향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러한 순조대왕 태실을 가기 위해서는 등산 준비를 하고 움직여야 하는데요. 법주사 매표소를 통과해 법주사와 문장대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문장대 방향으로 등산로를 따라 이동하면 됩니다. 계속 길을 따라 걷다보면 세심분기점에 나오는데 여기서 두 곳의 갈림길 모두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태실 300m 이정표를 마주할 수 있는데요. 이정표가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점은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주목해볼 점으로 법주사와 문장대로 가는 갈림길에 세워진 하마비를 들 수 있습니다.


법주사와 문장대 갈림길에 세워진 하마비, 순조대왕 태실과 관련이 있다.


하마비의 뒤에 새겨진 화소(火巢)




보통 하마비는 유교적인 건물에 세워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에 대개 왕궁이나 왕릉, 향교 및 서원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주사에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는 건 순조대왕 태실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하마비의 배면인데요. 여기에는 화소(火巢)가 새겨져 있습니다. 화소는 보통 능원이나 태실이 만들어질 때 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간으로, 산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정 구간의 나무와 풀 등을 제거하는 일종의 완충공간입니다. 이러한 화소와 함께 더 큰 범위의 금양지도 설정이 되는데요.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의 벌채나 가축을 기르거나 경작 등을 금지했습니다. 때문에 이런 곳에는 금표를 세우기도 했는데요. 하마비의 뒤에 새겨진 화소는 이러한 역사의 장면을 보여주는 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심분기점에서 찾은 이정표

세심정에서 바라본 태봉

태봉의 정상에 자리한 순조대왕 태실

가봉태실비, 주상전하태실(主上殿下胎室)이 새겨져 있다.




한편 태봉의 정상에 세워진 순조대왕 태실은 가봉태실비와 함께 장태석물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현재 이곳에 있던 태항아리는 일제강점기 당시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고양 서삼릉으로 옮겨졌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모습은 태항아리가 없는 빈 석물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선이 있었을 당시 엄격하게 관리가 되었을 태실의 이러한 모습은 조선이 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정이품송과 태실을 통해 나무가 우리 역사에 남긴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시면 좋습니다. 혹 속리산 법주사나 문장대로 가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정이품송과 함께 순조대왕 태실도 함께 주목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 순조대왕 태실(화소 표석 포함)
주소 :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405(법주사) 
입장료 : 법주사 관련 입장료 징수, 어른 : 4,000원 청소년, 군인, 학생 : 2,000원 어린이(12세 이하) : 1,000원
편의시설 : 주차장 이용요금 있음(=4,000원) 법주사, 문장대 갈림길까지 도보로 이동 후 문장대 방향으로 산행 시작 







※ 본 기사는 산림청 전문필진 김희태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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