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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숲이 키워낸 식물을 시들지 않는 작품으로 - 꽃누르미 지도자

대한민국 산림청 2019. 9. 24. 14:30





글. 김수영 / 사진. 김종현 


 화사하게 피어난 꽃을 보면 절정의 순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가을날 고운 단풍잎 한 장 책갈피에 끼워두는 마음도 가을 지나 겨울, 봄, 여름까지 두고두고 그 빛깔을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꽃누르미는 아름다운 것을 오래 두고 보고 싶어 하는 인지상정에서 시작된 예술이다. 자연의 재료로 사람이 만들어내는 숲과 사람의 합작품, 꽃누르미를 소개한다. 



 꽃누르미는 숲에서 시작된다


숲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생태계의 보고이고, 혹은 쉼터이자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생업의 터전이다. 한국에서 꽃누르미가 막 시작되던 1997년부터 22년째 꽃누르미를 하며 지도자이자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희 작가에게 숲은 미래의 꽃누르미 작품으로 가득한 보물창고다.


“크고 화려한 꽃을 찾아 꽃시장에 가기도 하지만, 작품을 준비할 때는 언제나 숲에서부터 재료를 찾기 시작합니다. 산에 피는 야생화뿐 아니라 뿌리, 줄기, 나뭇잎, 벗겨진 나무껍질까지 식물의 모든 부분이 꽃누르미 작품의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재료를 만나 어떤 작품을 만들게 될까,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숲으로 향합니다.”


꽃누르미는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식물’누르미다. 꽃, 줄기, 뿌리, 잎 등 재료가 되는 식물은 무궁무진하다. 공원이나 화단에 있는 식물이나 채소 혹은 과일도 누르미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지만, 꽃누르미 재료를 찾기에 온갖 식물이 넘쳐나는 숲보다 좋은 곳은 없다.


“꽃누르미를 하면 모든 식물을 세심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게 됩니다. 꽃누르미 작가들 몇이 모여 숲에 가면 다들 신이 나서 재료를 찾느라 힘든 줄도 모르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는 오랜 기다림과 차분함이 필요하다면, 재료를 찾을 때는 숲을 누빌 튼튼한 두 다리 그리고 필요한 재료를 찾아내는 호기심과 끈기를 가져야 합니다.”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꽃누르미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자연에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50대인 지금까지 강의를 다니고 공방을 운영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꽃누르미 재료를 구하러 자주 산에 다닌 덕이라는 것이 박영희 작가의 생각이다.





 공예와 예술 사이, 자연과 인공 사이 


꽃누르미 작품의 재료는 식물에서 오지만, 표현할 대상은 식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활짝 핀 모란꽃을 가장 아름다운 자태 그대로 담아내는 꽃누르미 작품이 있는가 하면, 옅은 보랏빛 꽃잎이 새벽녘 어슴푸레한 하늘이 되기도 하고, 가지 껍질 조각이 여인의 눈썹이 되기도 한다.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는 식물 모양을 그대로 눌러서 단순한 작품을 만듭니다. 하지만 강사나 지도자가 되어 전시에 참여하려면 창의적인 발상으로 다양한 작품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식물은 모양과 질감이 무척 다양해서 충분히 공을 들이면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의 한계를 넓혀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식물이 아닌 것을 표현하려면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꽃이나 잎 등 식물의 원래 모양을 그대로 살린 꽃누르미 작품도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든 식물을 누르미할 때는 건조매트와 화지로 위아래를 감싸고 조이며 2~3일간 말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연약한 꽃잎을 다룰 때는 흠집이 나거나 모양이 망가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작업해야 한다. 크기가 큰 꽃은 손이 더 많이 간다. 두꺼울수록 제대로 말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큰 꽃은 꽃잎과 꽃술을 일일이 떼어 누르미한 후 다시 모양에 맞춰 배치해야 제대로 말릴 수 있다. 


“누르미 과정을 번거롭게 생각해서 누르미된 꽃을 사다 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취미로 배운다면 비용이 좀 많이 들 뿐이지만, 지도자까지 하려면 꽃누르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자기 작품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꽃누르미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꽃, 잎, 수피 같이 재질도 두께도 제각각인 식물을 정성껏 눌러 말려 원래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냈을 때 느끼는 뿌듯함도 있죠.” 






 늘 새롭게 피어나는 꽃누르미의 즐거움 


꽃누르미는 표현할 수 있는 대상과 재료로 쓸 수 있는 식물만큼이나 활용도도 다양하다. 액자 형태의 작품은 물론이고 금속 액세서리나 양초, 보석함, 병풍, 가구 등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데도 제격이다. 


“자연에서 온 식물 재료를 쓰기 때문인지 한지공예나 목공예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 또 액자 작품을 만들 때 캘리그라피를 더하면 수묵화 같은 운치를 낼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 꽃누르미를 해왔지만, 어떤 공예와 접목하는지 혹은 어떤 식물로 무엇을 표현하는지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작품이 나옵니다. 그래서 연구와 도전을 멈출 수 없습니다.” 


박영희 작가는 한국 꽃누르미 1세대지만 여전히 (사)한국꽃누르미협회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와 특강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또 다른 공예 분야와 꽃누르미를 접목하는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마다 열리는 (사)한국꽃누르미협회전에 꾸준히 대작 작품을 내놓으며 공예를 넘어 예술작품으로 꽃누르미를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전에는 기업 강의도 오래 했는데, 이제는 젊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넘겨주고 싶어서 외부 강의는 많이 줄이고 있습니다. 대신 작품 활동과 꽃누르미 전문가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죠.” 


남보다 먼저 꽃누르미를 시작한 선배로서 새로운 시도로 작품 수준을 높이고 역량 있는 꽃누르미 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즐겁기 때문이다. 식물 채집부터 작품 제작까지 꽃누르미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든 과정이, 자신과 같은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꽃누르미 전문가의 꿈을 키우는 후배들을 교육하는 모든 순간이, 박영희 작가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널리 알리고 싶은 꽃누르미의 맛과 멋


박영희 작가가 운영하는 예랑공방에는 12명의 수강생이 자격증 과정을 듣고 있다. 직업도 배경도 연령도 제각각인 수강생들은 작품을 풀어가는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박영희 작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곤 한다. 꽃누르미를 꾸준히 배울 흥미와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자격증 과정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박영희 작가의 생각이다.


“하고는 싶은데 나이 때문에 망설여진다는 분이 많습니다. 그럴 때 저는 한번 해보라고 자신 있게 권합니다. 꽃누르미는 나이가 들어서까지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의 일’이 있다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누구나 자격증 과정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 박영희 작가는 꽃누르미 취미 과정을 배우며 심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한 수강생을 잊지 못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꽃누르미를 배우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 경우는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취미 과정을 배워 새로운 취미생활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 수강생 중에는 취미로 배운 꽃누르미로 간단한 소품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상당한 소득을 올리는 경우도 있죠.”


꽃누르미 지도자이자 작가로 많은 것을 이뤘지만, 박영희 작가에게는 아직 이루고 싶은 목표가 남아 있다. 식물을 소중히 여기는 꽃누르미의 감수성을 다음 세대로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오래 봉사해온 노인요양시설 강좌를 그만두고 지역사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재능기부로 진행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박영희 작가의 노력이 성과를 내서 한 송이 꽃도, 한 포기 풀도 곱게 간직할 줄 아는 마음들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꽃누르미 지도자 Q&A


꽃누르미 지도자가 되기까지 교육과정은?


꽃누르미 교육과정은 크게 취미 과정과 자격증 과정으로 구분된다. 자격증 과정을 수강하려면 먼저 입문과 고급 각 3개월 12회로 구성된 취미 과정을 마쳐야 한다. 자격증 과정은 강사와 지도자 과정 각 6개월 24회로, 꽃누르미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총 1년 6개월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사 과정만 수료하고 자격시험에 통과해도 취미반 강의와 기본적인 작품 활동이 가능하다. 자격증 과정은 강의와 작품 활동 역량을 키우는 과정으로 수료 후 자격시험에 통과하면 강사 과정 교육 자격이 추가로 주어진다.


(사)한국꽃누르미협회 홈페이지 www.pressmi.com

전화 0502-711-4506



꽃누르미를 배우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강사 및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면 학교, 기업, 기관, 혹은 개인 공방에서 꽃누르미 과정을 가르칠 수 있다. 또한 (사)한국꽃누르미협회 정회원 자격으로 협회전에 참여해 작품 판매 기회를 갖게 된다. 회화 작품과 마찬가지로 호당 가격이 정해져 있어 작품이 커질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이밖에 액세서리나 인테리어 소품 등을 제작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해 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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