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9년(10기)

부처의 향기를 따라 산사(山寺) 여행하기 좋은 불암산

대한민국 산림청 2019. 10. 29. 17:00

이름처럼 바위와 절이 많은 불암산길




 요즘은 산들바람 불어 좋은 가을 산을 자주 찾게 된다. 숲길에서 들려오는 운치 있는 풀벌레 소리, 나뭇잎이 내는 소슬한 바람소리에 가을이 더욱 청명하게 느껴진다. 수락산(水落山), 도봉산(道峰山)등 서울의 산 가운데는 이름 속에 그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산들이 있다. 불암산(佛岩山)은 거기에 더해 정체성까지 간직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에 걸쳐 있는 509m의 산으로 거대한 암벽과 울창한 수목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한다. ‘불암산 하루길’이라는 편안한 둘레길도 조성되어 있어 산책 같은 산행을 할 수 있다.

 

산에 가보니 정말 이름처럼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많다. 옛 부터 인근 주민들은 돌산이라 불렀단다. 불암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공룡바위, 물개바위, 여성의 음부를 닮은 여근석(또는 음석) 등 큰 수석이라고 할 만한 바위들이 서있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여근석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던 바위로 아랫마을에서 동제를 지냈다고 한다. 작은 돌들을 올려놓으면 자석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신기한 바위도 있다.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며 마을 동제를 지냈던 여근석

서울시 유형문화재(제124호)인 학도암 마애불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좋은 산


큰 바위에 기대어 자리한 절과 암자가 산 곳곳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다. 불자가 아니어도 마음이 경건해지고 안온해지는 사찰들이 등산객을 맞는다. 홀로 사색하는 듯 고독한 모습의 부처, 인자한 아버지 같은 부처,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픈 친근한 부처 등 암벽에 새겨진 부처(마애불-磨崖佛)의 형상이 절마다 달라 흥미롭다.

 

절이나 암자의 모습도 어느 하나 똑같이 생긴 곳이 없다. 호젓한 산사(山寺)여행하기 좋은 산이다. 불자에겐 사찰 순례길로 삼아도 좋겠다. 굳이 산 정상까지 갈 필요를 못 느끼게 된다. 산행객에겐 어색한 일인데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덩달아 걸음이 느려졌다. 숲 속의 고즈넉한 절이 발산하는 그윽한 향기를 느끼며 휴식과 여행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좋은 산은 좋은 절을 품는다.’는 옛말이 맞구나 싶었다.   





커다란 암벽에 새겨진 천보사 마애불

바위를 파서 만든 불전

스님처럼 점잖은 불암사 견공

불암산에서 가장 큰 절 불암사




사찰보다 절집이란 말이 어울리는 작은 절이 대부분이다 보니, 세속의 번뇌를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일주문 대신 청청숲길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점도 좋다. 공양시간(점심시간)에 가면 근래 자연식·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절밥도 얻어먹을 수 있다.


불암산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절은 불암사다. 서울 근교 4대 명찰로 불린다. 절 입구에 앉아있는 개 2마리가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짖기는커녕 마치 스님처럼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어 재밌다. 절 뒤 암벽에 조각한 마애삼존불은 조각솜씨가 예술작품처럼 우아해서 꼭 들러보아야 한다.    


절에 가면 꼭 들리는 곳이 삼성각 혹은 산신각이라는 불전이다. 사찰마다 있는 전각으로 산신령과 여러 무신(巫神)을 모시는 곳이다. 불교가 전래되기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믿어오던 무신을 배척하는 대신,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 포용한 것이다. 절마다 산신령이나 무신 그림이 달라 절을 하면서 유심히 보게 된다. 어릴 적엔 꿈에 나올까봐 무서웠는데 어느 때부턴가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거대한 암벽아래 자리한 작은 절집 같은 암자들

한옥 집처럼 편안한 산속 암자




‘깔딱고개’를 지나고 나무계단을 걸어 산꼭대기에 오르면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거대한 화강암 통바위가 우뚝 서있다. 송낙(승려가 쓰는 모자)을 쓴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불암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바위다. 이 바위 덕인지 해발은 높지 않지만 주변 전망이 넓게 트여 마치 높은 산에 오른 느낌을 받는다.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도봉산, 옆으로는 수락산이 동양화 그림처럼 펼쳐진다. 경기도 지역의 검단산과 예봉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을 오르는 동안의 힘겨움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땀방울 맺힌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불암산 정상 아래엔 아쉽게도 옥의 티 같은 존재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쉬어갈 만한 평평한 공간에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들어서있다. 음주산행이 금지된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음식과 함께 버젓이 술(막걸리)을 팔고 있다. 돌산이다 보니 곳곳에 거칠고 급한 경사의 산길이 있는데, 술을 마시고 하산하다가는 사고 나기 십상이겠다.  


게다가 산속에서 채취한 도토리들을 포대로 쌓아놓고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노점에서 팔고 있던 도토리부침개나 도토리묵용이다. 도토리 좀 줍는다고 별 대수냐 싶겠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도토리나 밤·잣은 산에 사는 짐승들의 먹거리로 가을은 물론 겨울을 나는 중요한 식량이다.

 

도토리는 흔히 다람쥐의 먹이로 알려져 있지만,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야생동물은 다람쥐 외에도 많다. 멧돼지·고라니·너구리 등 큰 동물에서부터 청설모·산 쥐 등 작은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새들도 도토리를 먹는다. 임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높지 않은 해발임에도 장쾌한 풍경이 펼쳐지는 불암산

비가 내리면 폭포수가 장관이라는 경수사 불암폭포




하산길에 만난 경수사는 작은 암자 같은 절이지만 거대한 암벽이 인상적인 불암폭포를 품고 있다. 서울 근교의 산을 통 털어 가장 크다고 한다. 지나가던 스님이 비가 내리면 폭포수가 쏟아지는 경치가 장관이라며 그때 또 오라고 알려 주셨다. 서울 4호선 전철 당고개역에서 도보 15분 거리로 가깝다.

 

이 절에도 바윗돌에 부처를 새겼는데 마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숙한 모습이다. 혹시 ‘미륵불’인가 했더니 ‘아미타불’이라고 한다. 스님들이 흔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고 염불을 하는데, '아미타불과 관음보살에게 귀의한다'는 의미란다. 아미타불은 관음보살과 함께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고 중생의 소원을 이루어주며 또한 극락왕생을 이끄는 부처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0기 블로그 기자단 김종성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