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안 허전했던 숲에 봄기운이 돌면서 나무들은 하나씩 봄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산 색깔은 파스텔 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변해 갑니다. 가을 단풍은 강렬한 빛깔로 무장한 화려함이라면, 봄 색깔은 부드러움으로 감싼 은은함이 특징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둘레길을 찾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걷기 좋은 둘레길을 소개하려 합니다. 전라북도에는 14개 시·군에 천리길을 조성했는데요. 그중에 완주군에 있는 고종시 마실길입니다.
고종시마실길
고종시마실길은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위봉산성에서 출발해서 동상면 거인마을까지 가는 18km 구간을 말합니다. 고종시마실길은 중간에 있는 학동마을을 중심으로 2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구간은 학동마을에서 거인마을로 이어지는 6.5km 거리의 2구간입니다.
둘레길 이름을 고종시(高宗枾)라 지은 것은 이 지역에서 유명한 감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고종시(高宗枾)는 씨가 없고 육질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 조선시대 고종에게 진상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고종시로 만든 완주 동상 곶감은 그 맛이 일품이라 지금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답니다.
고종시마실길 2구간의 시작점은 학동(鶴洞)마을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김해 김씨 몇 사람이 여기에 정착해서 마을을 만들었는데요. 마을 이름을 지으려고 고심하던 중, 어느 날 학이 계곡에서 날아가는 것을 보고 학동이라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1905년에 설립한 교회가 있고, 마을 입구에는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는 역사 깊은 마을입니다.
대부산을 지나는 길
고종시마실길 2구간은 대부산(602m)을 넘어 동상면 소재지가 있는 거인마을로 가는 길인데요. 예부터 마을 사람들이 걸어서 오갔던 길입니다. 대신 지금은 임도(林道,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길)를 만들어 조금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병꽃-
이 둘레길은 대부산재를 넘는 산길이라서 산행 기분을 느끼며 걷는 길입니다. 완만한 임도를 따라 걷기 때문에 편하게 즐기는 산행이라고나 할까요? 탁 트인 길을 걸으며 주변 산 경치도 구경하고, 길가에 핀 꽃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 있는데요. 대부산재를 오르면서 만난 꽃 중에서 인상에 남는 꽃은 병꽃, 구슬봉이꽃과 금낭화입니다. 병꽃은 꽃이 막 피기 직전입니다. 노란색 꽃이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색으로 바뀐답니다.
-구슬봉이꽃-
구슬봉이꽃은 모양이 용담을 닮았는데 용담과 식물이라서 그렇습니다. 용담은 8월~10월에 꽃이 피면서 20cm~60cm까지 자라는 것에 비해 ‘구슬봉이’는 4월~6월에 꽃이 피고, 3cm~8cm 정도로 자라는 귀여운 꽃입니다. 용담이 가을꽃이라면 ‘구슬봉이’는 봄꽃입니다. 계곡에는 금낭화 군락지도 있습니다. 완주군에 있는 대아수목원은 전국 최대 규모의 금낭화 군락지인데요. 그러고 보면 완주군은 금낭화 보고입니다.
둘레길 주변에 보이는 나뭇잎들도 그 자체가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잎 색깔이 진해지면 나뭇잎들이 비슷한 색깔을 띠는데요. 봄에 새 잎이 올라올 때는 나무마다 잎 색깔이 조금씩 다릅니다. 같은 연두색이라도 다른 느낌이 들고요. 연두색 외에도 여러 색이 보입니다. 색색의 나무들이 어울려 멋진 수채화를 그려 놓았습니다.
잠시 멈추어 대부산 정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정상이 바위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정상 바로 아래쪽 커다란 바위에는 통일신라 말기 또는 고려 초기에 새긴 마애불상이 있답니다. 이번 일정에는 마애불 코스는 빠졌지만 다음에 꼭 찾아보고 싶은 곳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산벚꽃을 만나게 되는데요. 꽃에 발목이 잡혀 자꾸만 머뭇거리게 됩니다. 산 아래쪽 벚꽃은 대부분 꽃비되어 흩어졌지만 아직 산벚꽃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부산재 쉼터
학동마을과 거인마을을 이어주는 길이 지나는 고개가 대부산재입니다. 대부산 정상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고갯길입니다. 고종시마실길 2구간 중간쯤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대부산재에는 소박한 쉼터가 준비되어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준비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동행한 일행이 간식으로 곶감을 가져와 잘 먹었습니다. 고종시마실길에서 고종시로 만든 곶감을 간식으로 먹었으니 대단히 의미 있는 답사입니다. 쉬면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뒷모습도 예쁜 길입니다.
대부산재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 능선길로 오르면 원등산으로 가는 등산로입니다. 거리는 5.5km입니다. 반대로 왼쪽으로 오르면 대부산 정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거리가 약 1km이기 때문에 둘레길 답사 일정에 포함해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대부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마애불상 가는 길로 활용해도 좋겠습니다.
거인마을 가는 길
대부산재를 지나 거인마을 방향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면 도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대부산 동쪽으로는 대부산보다 높은 산들이 이어져 있어 웅장한 느낌입니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연석산(927m)과 운장산(1125.7m)이 대부산 자락과 겹쳐 보입니다.
둘레길은 이제 나뭇잎들이 나오고 있는 상태라서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햇빛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습니다. 봄볕이 그리운 이 시기에는 오히려 그늘 없음이 고마운 일입니다.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리지 않아 풍경 감상하기도 좋은 시기입니다.
대부산재 반대쪽에서 올라올 때 만났던 꽃들을 내려가는 길에서도 만나는데요. 금낭화 군락지도 있습니다. 군락지 규모는 서쪽 계곡에 비해서 작지만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는 풍경은 분명 고종시마실길 2구간의 자랑입니다. 가을에는 붉게 익은 고종시가 달려있고, 봄에는 금낭화가 무리 지어 피어 있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둘레길입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갈수록 산 풍경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산벚꽃과 나뭇잎이 어우러진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으로 걷는 길입니다.
거인마을로 향해 가면서 대부산 정상 쪽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서쪽에서 보았을 때는 돌산 이미지로 강해 보였는데 반대쪽에서 보니 숲으로 둘러싸인 부드러운 산 느낌입니다.
길은 가면서 경사가 완만해집니다. 목적지인 거인마을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나무 사이로 거인마을이 내려다보이는데요. 동상면 소재지이기 때문에 조금 큰 건물들도 보입니다. 마을 옆으로는 만경강 발원지인 밤샘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지나고 있습니다. 맑은 물에 얼굴을 비추어 보면서 둘레길 걷기를 마무리했습니다.
고종시둘레길 2구간은…
고종시둘레길 2구간은 임도를 따라 걸어서 산 고개를 넘는 길입니다. 둘레길 걷기를 하면서 등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코스랍니다. 특히 봄철에는 어느 산이나 다 그렇겠지만 연둣빛으로 물든 풍경을 보면서 걷는 내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이런 둘레길이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러분도 바쁜 일상에서 잠시 틈을 내어 가까운 둘레길을 걸어 보길 권합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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