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 지나면 끝나겠지, 봄이 지나면 끝날 거라 생각했던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삶 가까이에 있습니다. 유례없는 바이러스는 우리의 심신을 지치게 하기 충분했는데요.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겨 올 한해가 절반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무언가 억울한 기분까지 드는데요.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심신의 안정을 위해 이곳은 어떠신가요?
무더운 여름, 나뭇잎이 울창한 숲만큼 시원한 곳이 있을까요? 정선을 그 옛날 도원이라 불렀다고 하는데요. 무릉도원과 같은 수려한 경치 덕이라고 합니다. 이른 아침 숲을 찾았다면 좋았겠지만, 땡볕이 이글거리는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부지런히 숲길을 걸었습니다.
그래도 이 길을 걷는 게 힘들지 않았던 건, 나무가 만들어 준 선선한 그늘과 숲길을 걸으며 만나는 야생화 때문이었습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말하는 지금, 숲은 생기가 넘칩니다. 활력이 넘칩니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쉼터에 앉아 쉬어 갑니다. 무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미지안가든은 치유의 숲인걸요. 자연을 만끽하며 컨디션에 맞춰 느긋하게 숲길을 걸어봅니다. 가뜩이나 바쁘고 정신 없는 일상을 살아 온 우리잖아요. 이 시간만큼은 자연이 주는 풍요와 여유를 느껴 봐도 좋습니다.
7월 7석 아리각시 재회의 날이라는 작품입니다. 세속과 이별하고 많은 밤, 홀로 지새운 아리각시의 애틋한 재회를 기원해 달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독특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로미지안가든의 특징입니다.
로미지안 가든은 23개의 테마가 있는 장소와 4시간 반 코스의 <아라한밸리순례길>과 <나를 너머 나를 찾아가는 순례길> 등으로 조성되어 있는데요. 로미지안을 소개하는 글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하는 수목원이 되기보다, 로미지안 만이 품고 있는 독특한 이야기와 지역 고유의 색을 담은 이야기의 정원이 되고 싶다.’ 그래서인지 여느 수목원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과 호기심이 자꾸만 피어납니다.
갑자기 내리는 빗줄기에 포기하고 내려갈까 생각했지만, 한차례 내리고 지나갈 소나기일거란 생각에 카메라만 정리해 넣고 나머지 길을 마저 걷기로 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이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우중 숲 산책을 여름이기에 도전해 봤습니다. 정선 수목원에서 만난 피라미드라니,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독특한 조형물로 꾸며진 정원은 조금은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한참을 걸은 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갑니다. 장엄한 풍광을 가진 가리왕산 화봉에 자리한 수목원이라 오르락내리락 한참을 걷고 또 걷는 코스가 이어지는데요. 아름다운 풍경에 힘든 것도 잊고 맙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쉴새 없이 내린 비에 카메라를 좀처럼 꺼낼 수 없었다는 거죠. 로미지안가든을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가는 것 같아 다음에 다시 만날 그날이 기대됩니다.
호젓한 숲 그늘을 걸으며 자연을 벗 삼아 즐긴 힐링의 시간.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정선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자리한 금강송 산림욕장을 함께 즐겨보길 바랍니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1기 기자단 조연희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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