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결 같은 금강이 굽이쳐 흐르고 그 곁에는 산의 능선이 물결칩니다. 구름도 풍경에 취했는지 느릿느릿 흘러갑니다. 거센 바람 소리만이 이 공간을 채웁니다.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세종시 금남면 부용리에 자리한 장군봉은 해발 243m의 산으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닙니다. 산의 이름도 채 갖추지 못하고 '봉우리'라 불리는 장군봉에 서면 아직 연두 빛깔에 더 가까운 황금들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내비게이션에 '세종시 금남면 부용리 321-1번지'를 검색한 후 좁다란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그마한 주차장이 나옵니다. 이곳이 바로 부영주차장입니다. 부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안내판을 한 번 훑어봅니다.
현 위치에서 1km 정도 더 걸어가면 장군봉 전망대가 나오고, 거기서 300m 더 걸어가면 이름도 귀여운 '꾀꼬리봉'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정확히 따지자면 부영주차장에서 장군봉까지는 940m입니다. 오늘은 장군봉까지만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섭니다.
등산 소요시간은 30분 정도. 하지만 만만히 볼 산은 아닙니다. 역시나 '짧고 굵은 대신 전망대에 서면 풍경이 가히 절경이라 말할 수 있는 산'입니다. 장군봉에는 유난히도 바위가 많습니다. 오르락내리락. 바위를 헤집고 걷다 보면 등산가보다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바위를 헤집고 나오면 이제는 깎아지른 듯 가파른 계단이 나옵니다. 이 가파른 계단은 딱 두 곳. 두 번의 고비를 넘으면 이제 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다 뒤를 돌아봅니다. 발을 헛디디면 데굴데굴 굴러갈 것만 같아 손잡이를 꼭 부여잡고 계단에 털썩 앉습니다. 풍경이 가히 절경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 너머에 우아한 곡선을 뽐내며 흐르고 있는 금강이 보이고, 아직은 완공되지 않은 대교도 보입니다. 그리고 모든 풍경을 감싸는 부용산도 보입니다.
가방에서 물병을 꺼냅니다. 쨍한 햇살이 '어서 정상까지 걸어가거라.' 재촉하지만, 급할 일은 없습니다. 다시 풍경에 취해 한참을 그곳에 앉아 쉬어 봅니다.
무거워진 엉덩이를 겨우 들어 정상까지 올라왔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그 기둥 위에는 노란색의 귀여운 꾀꼬리 조형물도 보입니다. 여기서 300m 더 걸어가면 나오는 꾀고리봉을 상징하는 조형물인가 봅니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앞에서 잠시 소원을 빌어봅니다. 마을이나 절 입구에 세운 사람 모양의 기둥을 두고 장승이라고 부릅니다. 장승은 예로부터 마을이나 절의 수호신이자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신앙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소원이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건 속는 셈 치고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무 데크 전망대에 오르면 가파른 계단에서 볼 때보다 더 드넓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정면에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부용산업단지 굴뚝이 보입니다. 부용산업단지 오른 편은 매방산입니다. 좀 더 깊은 가을이 오면 연둣빛의 들판도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을 것입니다. 산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지겠죠?
전망 데크 바로 아래에는 하염없이 쉬었다 가기 좋은 너른 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돌 위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간 쌓아둔 고민이 잠시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뭉게구름이 참으로 어여쁜 가을입니다.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하지만 찰나의 망중한 덕분에 이제는 도시에서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여전히 생각나는 가을의 그 산, 장군봉은 언제나 넉넉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1기 기자단 김혜민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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