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송홧가루!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레르기로 고생하기도 하고, 자칫 창문이라도 열어두고 나온 날은 온 집안에 노랗게 쌓인 꽃가루를 닦아내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송홧가루라고 하는 것은 주로 소나무류의 화분을 말하는데, 이것이 바람에 날리는 시기가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반갑지 않지만, 나무의 입장에서는 씨앗을 맺기 위한 중요한 꽃가루받이 과정이다. 수꽃은 꽃가루를 바람에 멀리 날려 보내 유전자를 퍼트리고 암꽃은 바람에 날려 온 꽃가루를 받아 수정을 통해 씨앗을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꽃가루받이 전략을 가지는 꽃을 ‘풍매화’ 라고 한다.
곤충에 의해 수분 매개가 되는 충매화는 곤충이 꽃과 꽃을 옮겨 다니면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꽃가루를 많이 만들기 보다는 성공적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쪽으로 진화해 와서 화려한 꽃잎, 달콤한 향기와 꿀샘 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풍매화는 꽃가루가 무작위로 부는 바람을 타고 날아 다른 나무의 암꽃에 앉아야하기 때문에 바람을 잘 타는 구조의 꽃가루를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유리하다. 활엽수 중에서도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종이 있지만, 봄철 집중적으로 날리는 꽃가루의 주인은 대부분 전국의 산지에 많이 심겨져 있는 침엽수종일 것이다.
그렇다면 봄에 꽃가루를 날리는 침엽수가 어떤 나무들이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살펴보자.
전국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면서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침엽수는 일본잎갈나무이다. 아직도 ‘낙엽송’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나무이지만 정식 명칭은 ‘일본잎갈나무’ 이다. 개화 시기는 날씨나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월 초 중순 전후로 잎이 나기 전에 또는 잎이 나는 것과 동시에 꽃을 피운다.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그렇듯이, 낙엽송도 이미 전년도에 잎눈과 꽃눈을 별도로 만들어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봄이 오면 바로 꽃눈을 터트려 꽃을 피운다.
암꽃은 위를 향해 펴서 바람에 날려 온 꽃가루를 받기 쉽게 되어있고, 수꽃은 아래 방향으로 떨구면서 펴서 꽃밥이 터지면 쉽게 바람에 날려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꽃도 개체에 따라 색깔과 모양이 다양하다.
편백은 남부 지역에서 ‘치유의 숲’으로 많이 알려진 나무이고 목재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내한성이 약해서 남부지역과 제주도 일대에만 식재되고 있어 중부지역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지만 기후변화에 의해 점차 식재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꽃은 4월 중순 전후로 피는데 특히 암꽃은 워낙 작고 눈에 띠지 않아서 관심 있게 찾아보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암꽃과 수꽃이 같이 달리는 줄기에서 암꽃은 가지의 끝 부분에 달리고, 수꽃은 그 아래의 곁가지 쪽으로 달린다. 수꽃만 달리는 경우도 많으며, 암꽃의 개화량은 연도마다 큰 차이가 있어서 종자 생산량의 풍흉도 심한 편이다.
소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나무 중 하나로 예로부터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 흔하게 자랐고 역사 문화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나무이다. 소나무는 5월초에 꽃을 피우는데, 주변 산지에 많이 분포하는 만큼 송홧가루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유사한 나무로 리기다소나무, 곰솔 등도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운다. 낙엽송과는 달리 소나무는 그 해에 자라는 새 가지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꽃 피는 시기가 늦은 편이다. 보통은 5월 초에서 중순쯤 꽃이 피는데, 한 가지에 암꽃과 수꽃이 동시에 달리기도 하고 수꽃만 또는 암꽃만 달리기도 하는데 보통은 암꽃은 새 가지의 끝에 달리고, 수꽃은 자라난 새 가지의 줄기 아래 부분에 돌아가며 빽빽이 달린다.
간혹 수꽃이 달려야 할 자리에 암꽃이 빽빽하게 피는 변이가 관찰되기도 한다. 성 전환에 의해 생긴 것으로 원래 수꽃이었다는 뜻에서 남복송(Pinus densiflora for. aggregata)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무배 종자가 많지만 때로 유배 종자도 있다고 한다.
잣나무는 침엽수류들 중 비교적 늦게 꽃을 피우는 나무 중 하나이다. 소나무 꽃이 지고 나서 5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잣나무의 꽃이 피는데, 주로 중부 이북에 많이 식재되고 있어 남부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이다. 또한 암꽃은 주로 나무의 높은 가지 끝에 피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속(Pinus)에 속하는 소나무와 꽃피는 형태와 결실은 비슷해서 새로 자라는 가지의 끝에 암꽃이 그리고 그 아래로 수꽃 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풍매화인 침엽수의 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변이가 관찰되고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한 특별한 개화전략들을 볼 수 있다. 송홧가루는 분명 우리에게 불편한 존재이지만, 나무의 입장에서는 온 힘을 다해 눈에 잘 띠지도 않는 작은 꽃을 피우고, 암꽃과의 수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 날려 보내며 지구상에서 종을 유지해 나가고자 하는 치열한 생존의 과정임을 한번쯤 생각해 본다면, 불편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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