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21년(12기)

백패킹의 성지, 대관령 선자령을 둘러싼 궁금증

대한민국 산림청 2021. 8. 25. 14:57

 





코로나19 전파로 인해 사람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는 언택트 여행지의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트래킹과 함께 캠핑의 인기가 핫하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에 대한민국 곳곳에 숨겨진 명소들이 하나 둘 그 정체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중, 특히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이른바 '성지'들이 눈길을 끈다. 제주도 섬 속의 섬인 우도의 비양도. 인천의 굴업도. 경북 영남 알프스의 사자평. 통영의 우도 그리고, 강원도 대관령의 선자령 등이 바로 그곳이다. 산과 바다 청정 자연을 마주하며 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성지들 중 대관령 선자령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명품 트래킹 코스
국가숲 1호로 지정
대관령 선자령 국민의 숲






▲ (상) 대관령 선자령 트래킹 코스 지도 / (하) 선자령 백패킹 포인트

 




선자령 등산코스 주의사항 및 팁


- 주차장 주소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마루길 483-32 대관령양떼목장
- 선자령 등산코스 1 : 양떼목장 - 백두대간트레일삼거리 - 제궁골삼거리 - 샘터 - 선자령 - 백패킹성지 - 전망대 - 국사성황사 - 주차장
- 선자령 등산코스 2 : 주차장 - 국사성황사 - 전망대 - 백패킹성지 - 선자령 - 샘터 - 제궁골삼거리 - 백두대간트레일삼거리 - 양떼목장
- 전체 길이 및 예상 소요시간 : 왕복 10km, 약 3시간.(빠르면 2시간 30여 분)
Tip1) 백패킹 성지는 국사성황사 방면으로 오를 시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요.
Tip2) 선자령 최단 코스는 국사성황사에 주차 후 등산로로 진입하는 방법(다만, 만차 약 10대 정도로 주차공간이 협소함)
Tip3) 양떼목장 주차장 화장실 / 국사성황사에 위치



백패킹 성지로 알려진 <대관령 선자령> 포인트는 주차장에서 약 5km, 1시간 30여 분 걸어야지만 만날 수 있다. 출발지로 대관령 휴게소(양떼목장 주차장) 보다 가까운 거리로 '국사성황사' 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주차장 부지가 협소하여(약 7~8대)만 차인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국사성황사 방문객들을 위한 주차장 시설이니 되도록이면 대관령 휴게소(주차장)를 이용하도록 하자. 대관령 휴게소 주차장에 주차 후 휴게소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우측으로 걷다 보면 진입로가 보인다. 성지로 불리는 백패킹 장소는 정상 바로 아래 넓은 들판에 위치하고 있다. 위 지도상 전망대 방면으로 오르면 정상 도착 직전에 포인트를 만나게 되고, 샘터 코스로 향할 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만나게 된다.










지난 5월 산림청은 전국 곳곳의 이름난 숲길을 대상으로 상징성이 높아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했다. 2024년까지 지속적인 관리와 정비 사업을 통해 명품 숲길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숲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하게 될 계획이며, 제1호 국가숲길로 대관령 선자령이 지목됐다. 백패킹 유저들에게뿐만 아니라, 산과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셈.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뉴스를 듣고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마주한 대관령 선자령 숲길은 그런 부푼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을 정도로 매력이 가득했다.








주차장 출발해 약 10분 정도 걸으니 본격적인 숲길로 접어들었다. 순식간에 빼곡히 자라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하늘을 덮었다. 짙푸른 수목으로 둘러싸인 길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자연의 정취를 자아냈다. 전날 폭우의 영향인지 숲내음과 풀 내음이 유난히 진득했다. 이슬과 물기를 머금은 잎사귀가 싱그러웠다. 온갖 계조의 녹색을 품고 있는 숲의 생명력이 생경했다. 숲이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았다. 풀벌레 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이 생명력을 더했다.



 




800m 이상의 고산지형에서 자라나고 있는 나무들.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솔나무가 전하는 향이 유난히 은은했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는 기분. 무더운 한여름의 더위마저도 날려버리는 듯했다. 빼곡한 수림이 만드는 시원한 자연 그늘이 땀을 씻기고 스트레스마저 날려버렸다. 울창한 숲이 전하는 기운은 이토록 소중하기만 하다. 백패킹의 즐거움을 누려보기도 전에 대관령 선자령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게 된다.










약 1시간 정도 오르니 어느샌가 선자령 능선이다. 주변 360도 파노라마도 대한민국 백두대간의 빼어난 절경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굽이지는 능선을 보고 있자니 눈이 절로 맑아진다. 능선 곳곳에 하늘에 닿을 듯 떡하니 세워져 있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한없이 자유로운 감성을 더했다. 하나, 둘 그 수가 늘어갈 때마다 탄성도 커져만 간다. 저 멀리 양떼목장의 모습도 비쳐든다. 정상에 당도하기 전 능선부터가 이미 신세계였다. 많고 많은 명소들을 제쳐두고 성지로 손꼽히는 이유가 눈앞에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능선 곳곳에 어린 묘목들이 심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자연의 보고 백두대간은 지금도 꾸준히 애정어린 관심 속에서 관리되고 있다. 누군가는 단순 즐길 거리를 위해 생각 없이 다루고 있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애정 어린 손길로 소중하고 가꾸려고 노력 중이다. 단순히 '~하지 마세요!!'라고 적혀 있는 금지 팻말보다는 정성스레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 훨씬 더 진솔한 마음을 전달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해보게 된다.



 

 




1시간 30여 분의 거리인데 풍경에 취해 삼보일 컷(세발 걷고 사진 한 장 촬영)을 하다 보니 두 배 가까이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급한 발걸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은 갈수록 드라마틱한 뷰를 선사했다. 한참이나 지체해서 석양까지 보고 난 뒤에야 급하게 발길을 재촉했다. 이대로라면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텐트를 쳐야 했기에 있는 힘을 짜내어 내달렸다.

 

 

 

 


성지 아닌 금지였던 백패킹 명소

 

 

 




무려 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도착한 선자령 백패킹 포인트. 그런데 이게 웬일?? 곳곳에 캠핑 금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출발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백패킹 글들을 봤었는데 금지구역이라니?? <백패킹 성지>라는 이야기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진에 빠져 가장 중요한 걸 놓쳤던 것이었다. 아무렴, 국립공원에서 백패킹이라니. 너무나 당연한 왜 몰랐을까?? 망연자실한 채 한참을 멍하니 서서 선자령을 바라보았다. 금지 팻말 뒤로 보이는 몇몇의 텐트들이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가 없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적법과 합법의 경계가 모호했다.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관련 내용을 검색했다. 출처와 진의를 알 수 없는 글들이 난무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도 관련 산하 기간들도 모두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몇몇 글들이 눈길이 끌었다.


"산림청 문의 결과, 선자령 전체가 보호구역이 아닌 보호 구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특정 구역을 제외하고는 비박에 대해 산림관계법령에 제한사항이 없다."


"선자령 백패킹 성지로 알려진 포인트의 경우 <대관령 하늘목장>에서 초지 관리의 목적으로 국유림을 임대한 것이므로, 법적으로 비용을 받을 수도 백패킹 허용도 원칙적으로는 불가하다. 다만, 초지 관리의 목적이 가축들을 위한 사료이니만큼, 초지가 자라나지 않는 겨울에는 백패킹이 허용되는 분위기. 동부 국유림 관리사무소에서 한 번씩 단속을 하기는 하나 안내된 법적 제제 문구와는 달리 구두 경보의 수준."


일단, 합법보다는 불법에 가깝다는 여론이다. 산림청 답변에 부분적 비박 허용이 가능하다고는 하나 우리에게 알려진 포인트가 허용된 구역인지 아닌지도 모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는 두고 있다. 바로 초지가 자라나지 않는 겨울철에 대해서다. 혹여나, 반드시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화기 사용, 쓰레기 처리 등의 백패킹에 대한 매너 수칙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자. 가장 좋은 건 백패킹을 제한하는 것이겠지만 너도 나도 다녀오는 분위기인데다 현실적으로 완벽한 단속을 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어차피 발길 자체를 막지 못하는 거라면 차라리 국립공원 비박에 대한 확실한 준칙과 그 이상의 문화시민으로서의 자세를 갖춘 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하루 두 번의 선자령 트래킹

 






한참의 고민 끝에 결국은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명확한 답변 확인이 먼저였다. 무엇보다 명확한 답변이 있더라도 초지가 자라나고 있는 지금은 분명 적기가 아니란 생각에 아쉬운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본심보다는 강제였던 셈.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능선 너머로 석양이 물들기 시작했다. 다시없을 아름다운 풍광을 마주하니 또다시 고민이 됐지만 도무지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주차장에서 차박 후 새벽에 일출 산행을 한 번 더 나서기로 마음을 다잡고 하산을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어두운 발길을 헤치고 다시 한번 선자령을 올랐다. 일교차 때문인지 숲 전체가 축축했다. 그런데 찝찝하진 않았다. 초여름이었지만 고도가 높기 때문인지 선선했다. 20kg에 육박했던 배낭도 내려두고 오르니 몸도 가벼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운무가 걱정이었다. 능선으로 오르니 운무가 더더욱 심해졌다. 발밑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했다. 아무래도 욕심이 지나쳤나라고 생각하고 바닥만 보고 걸었다. 바로 그때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순식간에 운무가 걷히기 시작했던 것.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갑자기 떡하니 눈앞에 나타났다. 그토록 신비한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뭔가를 잘못 봤나라고 생각하는 그 짧은 찰나에 또다시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귀신에 씌이기라도 했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상으로 향했다. 또다시 백패킹 포인트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거짓말처럼 운무가 걷히더니 붉은 일출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동해 방면으로.






 




선자령 능선으로는 운해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테이프를 빠르게 돌리는 것처럼 빠르게 변화했다. 시간이 빨라진 듯했다. 절경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선자령은 절경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황홀한 풍광에 또다시 욕심이 생겼다. 다시 한번 백패킹에 대한 욕심이었다. 초지가 없는 겨울, 새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는 겨울 선자령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그때는 꼭 또다시 찾겠다고 다짐했다. 간절한 다짐과 함께, 언젠가는 자유롭게 백패킹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길 간절히 염원했다. 그렇게 선자령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 본 기사는 산림청 제12기 기자단 노성경 기자님 글입니다. 콘텐츠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