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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가 익어가는 단지봉

대한민국 산림청 2007. 6. 20. 17:22

 

가을이 오면 산에는 여러 가지 색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능선을 따라,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발길을 붙잡는 작은 잎새와 열매들의 다양한 색깔로 인하여 우리의 몸과 마음이 즐겁다. 특히 김천시 증산면 단지봉 일대는 오미자 자생지로 가을이 되면 영롱한 구슬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오미자를 볼 수 있다. 굳이 거창하게 깊은 산으로 등산을 계획하여 떠나지 않았더라도, 집 뒤의 야트막한 뒷산을 한가하게 거닐 때 우리의 관심을 끄는 작고도 앙증맞은 빨간 구슬들, 그런 오미자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열매'라는 뜻의 한자 이름이다.
오미자는 우리나라의 웬만한 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목련과에 속하는 덩굴 식물로, 겨울에 낙엽이 지는 활엽수이다. 꽃이나 열매가 없을 때 만나면 큼직한 타원형의 잎은 그 흔한 미역줄나무를 닮기도 했고 다래나무 잎새와도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유심히 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게 마련이다. 오미자나무는 산의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곳까지 모두 만날 수 있고 깊은 산골짜기의 석력지 같은 곳에서도 무리지어 자라곤 한다.

오미자는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 달린다. 은행나무처럼 암나무도 있고 수나무도 있는 것이다. 여름이 시작된 6월이나 7월이면 다소곳이 고개 숙인 황백색의 오미자 꽃들이 피어난다. 그 향기로운 꽃송이들은 꽃잎이 서너 장에서 아홉 장까지 달려 마치 작은 종처럼 고운 모습이지만 무성한 잎새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름을 보내며 오미자 열매가 익기 시작한다. 빨갛고 작은 구슬 같은 열매들이 손가락 길이만큼 줄줄이 달리는데 작고 붉은 포도송이처럼 보인다.
오미자 열매의 오미 , 즉 다섯 각지 맛이란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을 말하다. 이 가운데 신맛이 가장 강한 듯하고 다른 맛들은 여간한 미각을 가지지 않고는 따로따로 구분하여 느끼기 어렵지만 이러한 맛들이 어우러져 오미자만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맛을 낸다.

오미자 나무는 열매를 이용하는 유명한 약용식물이다. 오미자의 약효는 수없이 많다. 오미자는 뛰어난 강장작용으로 이름이 높다. 그래서 결핵 치료제를 비롯하여 자양 강장제, 피로 회복제 등으로 널리 이용된다. 또 오미자에는 결핵균을 살균하는 성분도 있다고 하여 결핵 환자를 치료하는 병동에는 오미자를 많이 심어 둔다. 동의보감을 보면 허한 곳을 보하고, 눈을 밝게 하여 장을 따뜻하게 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갈증을 없애 주고, 몸에 열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피가 머리로 몰려 생기는 홍조나 기침을 다스릴 때도 두루 쓰인다. 게다가 오미자는 약성이 완하고 순하여 독은 물론 부작용도 전혀 없어서 약 중에서도 오래토록 쓸 수 있는 좋은 약이라고 한다. 오미자를 약으로 쓸 때에는 붉게 익은 열매를 햇볕에 말렸다가 은근한 불에 달이거나 가루를 내어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술에 오래 담가 오미자 주를 만들어 마셔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오미자의 뛰어난 효능으로 한방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음은 물론이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것을 차로 만들어서 마시는 지혜가 있었다. 오미자 차는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달여 마셔야 제 맛과 약효과 난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오미자차를 두고 약차라고도 한다.

< 산림 IN 넷포터 최재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