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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꾸베(Couvet) 지역의 택벌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15. 14:22

   # 스위스 꾸베(Couvet) 지역의 택벌림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택벌림의 구조는 숲의 자연적인 발달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린나무, 중간크기 나무, 큰나무가 일정한 공간 내에 같이 자란다. 이때 자연 고사할 큰 나무를 수확하여 숲의 구조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되면 택벌림이 되는 것이다. 꾸베 지역의 대표적인 택벌림인 꾸베 공유림을 살펴본다.

 

 

택벌림이란
택 벌림이란 독일어권에서는 Plenterwald, 영어권에서는 single-stem selection forest인데 선택하여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선택적 이용의 한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18세기 독일에서는 택벌작업이 지역적으로 금지되기도 하였다. 택벌림은 숲을 이용함에 있어 일반 교림에서처럼 수확주기가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소규모 즉 단목으로 수확을 하기 때문에 수확기가 없고 숲의 형태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이상적인 산림경영형태로 알려져 있다.

택벌림의 구조는 숲의 자연적인 발달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나타난다. 어린나무가 자라 성숙림이 되면 나무의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크고 나이가 많은 나무가 일부 고사하면, 이 자리에 어린나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빈 공간을 다시 차지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린나무, 중간크기 나무, 큰나무가 일정한 공간 내에 같이 자란다. 이러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숲이 택벌림인데, 자연 고사할 큰나무를 수확하여 숲의 구조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되면 택벌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택벌림을 구성하는 중요인자 중의 하나인 음수 수종이 제한되기 때문에 택벌림을 조성·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독일가문비나무, 전나무, 너도밤나무가 택벌림을 구성하는 수종으로, 전나무와 너도밤나무는 대표적인 음수 수종이고 독일가문비나무는 내음성이 있는 수종으로 3개 수종이 함께 택벌림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렇기 때문에 택벌림의 면적은 택벌림이 비교적 많은 독일과 스위스에서도 산림면적의 5% 미만을 차지할 정도이다.

 택벌림이 시작된 국가는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으로 대부분 산악지이거나 준산악지역에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알프스산맥 주위로 숲이 많지만 지형이 급하고 해발고가 높기 때문에 농가가 분산되어 있다. 이러한 농가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목재를 공급받기 위하여서는 일정면적의 숲의 유지와 관리가 필수적이었다. 이러한 이용 및 관리로 택벌림이란 숲의 형태가 발생하였다. 스위스의 숲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알프스 주위의 숲이겠지만 숲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임학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스위스의 택벌림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택벌림으로 유명한 곳은 독일어권의 에멘탈(Emmental)과 불어권의 꾸베(Couvet) 지역이다.

 

꾸베 지역의 택벌림
꾸베 지역의 대표적인 택벌림은 꾸베 공유림이다. 공유림의 면적은 180ha로 해발 760~1,020m에 위치하고 있으며 모암은 석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양성 기후지역으로 기후가 비교적 추운 편인데 연 강수량은 1,300mm, 연평균 기온은 6.5℃로 식물생장기간이 5개월로 비교적 짧다. 이 지역의 자연산림사회는 전나무·너도밤나무숲이다.

꾸베의 택벌림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1881년부터 비올레(Biolley)가 영림서장으로 부임하여 단목 택벌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부터 택벌림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 택벌림을 구성하고 있는 수종은 전나무와 가문비나무이다. 평균 임목축적은 370㎥/ha로 스위스의 ha당 평균 임목축적 350㎥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으나 이 수치는 흉고직경 17.5㎝ 이상인 임목을 조사한 자료이다. 최근에 흉고직경 7㎝ 이상인 임목을 측정한 표준지 조사에서는 ha당 500㎥ 이상으로 나타났다. 
 

 꾸베의 택벌림은 외형적으로는 일반 숲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평범한 숲처럼 보인다. 특히 농가 뒤로 보이는 택벌림은 전형적인 교림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실제 숲속으로 들어가면 숲의 모양이 바깥쪽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나무높이가 40m 이상이고 굵기가 1m에 가까운 가문비나무와 전나무가 대부분으로, 이들 큰나무의 줄기는 마치 대리석 기둥이나 전신주처럼 줄기에 가지도 없이 곧게 자라고, 이 줄기 주위에 중간 크기의 나무들이 에워싸고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양이 전형적인 택벌림 구조라는 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 같다.

숲을 자세히 보면 다른 부분보다 밝게 보이는 부분에 큰나무 그루터기가 있고 이 주위에 어린 전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것으로 큰나무를 수확하고 난 자리에 어린나무들이 천연적으로 발생하여 큰나무의 뒤를 잇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벌채한 그루터기 주변에는 아직 어린나무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주위에 어린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택벌림 구조의 특징적인 모습은 어린나무, 중간크기 나무 그리고 큰나무가 동일한 공간에 같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1년생 나무부터 200년생에 달하는 나무들이 숲바닥부터 높이 40m까지 같이 자라며 공간을 이용하는 숲의 모습은 택벌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숲의 모든 공간을 여러 크기와 나이의 나무들이 공간을 구분하여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자연이치에 따른 효율적 공간 이용은 우리들도 배워야 할 점이다. 이러한 숲의 구조는 노령목을 방치하지 않고 적정한 시기에 수확하고 중간 크기의 나무를 솎아주고 어린나무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유지된다. 즉 택벌림의 자연에 가까운 숲 모양은 임업인들의 지속적인 관리로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택벌림에 인접한 사유림은 50년 전부터 자연상태로 방치한 교림으로 숲은 단층림으로 이루어져 숲바닥에는 풀도 별로 자라지 않고 있으나 임목축적은 900㎥/ha로 택벌림보다 거의 2배 이상 높다. 이렇게 축적이 높은 것은 50년 이상 솎아베기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따라서 택벌림처럼 지속적인 수확은 불가능한 숲이다.

꾸베의 택벌림과 방치된 교림은 숲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숲의 생태적 특성을 바탕으로 한 자연에 가까운 형태의 택벌림 경영은 숲을 늘 일정한 모습으로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경영방식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시험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숲가꾸기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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