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해외 숲을 가다!

라인하르츠발트의 참나무 원시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1. 16:11

 

# 라인하르츠발트(Reinhardswald)의 참나무 원시림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독일 헷센(Hessen) 주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라인하르츠발트는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산림지역으로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많이 자라고 있다. 특히 방목림이 예술가들에 의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이에 따라 숲이 자연스럽게 보존된 라인하르츠발트와 원시림으로 보전되는 사바부르크 숲은 우리에게도 우리 숲을 어떻게 관리를 하여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독일 중부지역 헷센(Hessen) 주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라인하르츠발트(Reinhardswald)는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산림지역으로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많이 자라는 곳이다. 이 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은 숲이 좋아서 오기도 하지만 이 숲속에는 동화와 신화가 살아 있기 때문에 오기도 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동화작가인 그림(Grimm) 형제의 「숲속의 잠자는 공주(Dornroeschen)」가 이 숲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숲속에는 공주가 잠들었던 성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성의 이름이 사바부르크 성(Sababurgschloss)으로 지금은 결혼식장과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사바부르크 성으로 가는 옛길은 현재는 이용되지 않고 있지만 수령 200년 이상 되는 참나무들이 옛길 옆으로 줄지어 서 있어 동화가 실제인 것처럼 느껴진다. 라인하르츠발트에는 동화가도(童話街道)가 있다.

라인하르츠발트 지역은 이전에는 산림방목이 활발하였다. 200년 전까지만 해도 말 3,000마리, 소 6,000마리, 돼지 6,000마리, 양과 염소 2,000마리 등 최소 18,000마리의 가축이 동시에 이 숲속에서 도토리, 너도밤나무열매, 어린 치수들을 먹고 자랐다. 특히 도토리를 먹고 자란 가축들은 육질이 좋기 때문에 참나무 숲이 선호되었다.

이러한 과도한 방목으로 도토리 등의 종자가 모두 사료로 없어져 어린나무가 새로 생겨나지못하게 된데다 기존의 어린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이든 나무들만이 남아 숲이 황폐되기 시작하였다. 급기야 1748년에 방목가축 숫자를 규제하기 시작하였고 1860년에 산림방목이 종료되었다. 이러한 장기적인 이용은 숲의 황폐화를 초래하여 참나무와 너도밤나무 노령목을 벌채하고 독일가문비나무를 식재하기 시작하여 이 지역의 숲이 독일가문비나무숲으로 많이 바뀌었다. 사바부르크 지역의 방목림도 벌채되고 침엽수림으로 탈바꿈할 위험에 처했으나 이 숲을 대상으로 그린 그림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1907년에 '화가를 위한 보호지역(Malerre servat)'으로 66ha가 지정되었다. 이후 보호지역은 면적의 변동이 있어 현재 99ha가 절대자연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중 가장 자연유지가 잘된 곳이 사바부르크 지역의 숲으로서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이 아니고 방목림이 200년 동안 자연력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2차 원시림이다. 이 숲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이 나무높이 30m 이상 되는 너도밤나무 노령목이다. 너도밤나무의 매끈한 수피는 200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으나 이끼가 끼고 땅 위로 노출된 뿌리는 이 나무들이 얼마나 나이가 들었는지 짐작케 한다. 이 너도밤나무들 밑에는 낙엽만 쌓여 있을 뿐 풀이나 관목이 없어 일부러 숲바닥을 정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위쪽을 보면 너도밤나무잎들이 햇빛이 못 들어올 정도로 위를 덮어서 아래에 풀들이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너도밤나무 숲을 지나면 수령이 수백 년이 넘는 참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참나무줄기의 굵기는 2~3m에 이르고 줄기를 보면 고사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지의 일부가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나무들의 나이는 700년 이상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백 년의 풍상을 말해주는 참나무의 줄기는 다양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가지가 부러진 자리에는 빈 속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700년 이상 자리를 잡고 아직까지도 자라는 나무가 있는 반면 주위에는 불에 타서 밑둥치만 남아 있는 참나무도 있다. 이러한 참나무 노령목과 불에 탄 나무들은 숲의 정령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 그려졌다. 참나무노령목의 모습은 참나무라고 여겨지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노령목마다 정령(精靈)이 깃들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여진다. 참나무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나무가 있는데 그 모양이 특이하여 독일 우표의 모티브로 이용이 될 정도이다.

참나무 노령목 외에 너도밤나무 노령목도 수백 년을 살다 바람에 부러지거나 뿌리가 뽑힌채 누워 있다. 나무들이 쓰러지거나 죽은 자리에는 어린나무들이 다시 자라고 있다. 불에 타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도 자연 그대로 방치되어 자연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자연에 맡겨진 숲에서는 자연의 뜻에 따라 큰나무 자리를 작고 어린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참나무 노령목과 너도밤나무 노령목 주위를 살펴보면 어린 참나무는 없고 대개 너도밤나무 어린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너도밤나무 어린나무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너도밤나무가 음수수종으로 참나무보다 큰나무 아래에서 잘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너도밤나무도 증가하지만 나지에 제일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자작나무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선구수종인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와 극상림을 이루는 너도밤나무의 검은 수피는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수종구성 역시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어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 특히 초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은 주위부터 활엽수 치수들이 발생되어 서서히 숲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사바부르크 원시림은 일정한 틀에 박힌 숲이 아니라 동일한 수종이라도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나타나고 다양한 수종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자라는 자연 상태의 숲으로 볼 수 있다.

라인하르츠발트의 참나무 원시림은 산림이용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들이 아무리 어떤 방법으로 숲을 이용하더라도 숲으로 남겨지기만 한다면 200~300년 후면 다시 자연으로 복귀를 하는 자연의 힘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이 숲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방목림이 예술가들에 의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이에 따라 숲이 자연스럽게 보존된 라인하르츠발트와 특히 이중에서 원시림으로 보전되는 사부브르크 숲은 우리에게도 우리 숲을 어떻게 관리를 하여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되셨다면 VIEW를! 가 져가고 싶은 정보라면스크랩을! 나도 한 마디를 원하시면 댓글을!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서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