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꽃과 나무

꽃나무를 이용한 얼굴화장과 몸매관리의 고전미인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16. 17:41

옛날 여인들은 참나무숯으로 눈썹을 짙게 색칠하고, 복숭아꽃이나 모과꽃 물로 세수를 하며, 동백꽃목욕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했다. 동백기름을 바른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올려 매화나무와 그 꽃을 새긴 비녀를 꽂은 여인의 모습은 우리의 전통 미인이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모습. 사극 드라마에서 궁중 여인들의 고고한 자태와 뛰어난 미모. 특별한 화장품이 없었던 옛날에 여인들은 얼굴화장과 몸매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또한 우리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치장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일각에서는 단군신화에서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산달래(마늘)를 먹게 한 것이 그 시작이란다. 즉 미백효과가 있는 자연의 산물을 먹게 한 것을 흰빛의 피부로 변신하기 위한 주술(呪術)로 해석하는 데서 이를 짐작케 한다. 아름다움의 추구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이라면 화장재료와 기술이 별로 없던 시절에는 그것을 자연에서 찾았던 것 같다. 예전에는 자연의 여러 산물 중에서도 풀꽃나무가 주였음은 자질구레하게 늘어놓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을 터이다. 나무를 이용한 미용법도 제법 알려져 있는 것이 많다.

 

동백기름으로 긴 머릿결 곱게 해


수산리와 쌍영총의 고분벽화에서 고구려인의 화장을 보면, 수산리 벽화의 주인공은 귀부인이고, 쌍영총 벽화의 주인공은 여관(女官) 또는 시녀로 보인다. 모두 머리카락을 곱게 빗고 있다. 눈썹은 짧고 뭉뚝하게 다듬었다. 두 뺨에는 연지화장을 하고 있다. 또한 무인(舞人)들은 머리카락을 뒤로 틀고 연지를 이마에 바르고 있으니 삼국시대에도 신분과 빈부의 구별 없이 치장에 열중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머리카락 자르기가 부자연스러웠을 당시를 생각하면 긴 머리카락을 곱게 빗고 치장하는데 신경을 썼을 것으로 상상된다. 그 방법은 전통적인 동백기름을 썼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의 따뜻한 지역에는 잎이 반들거리고 붉은 꽃이 매우 아름다운 차나무과의 동백나무가 자란다. 이 씨는 기름을 짜낼 수 있다. 예전 여인들에게 동백기름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었다. 밤에 방안의 불을 밝히는 데도 사용했음은 물론 머리카락에 발라 모양을 내는 기름으로도 널리 썼다. 동백기름은 반드시 동백나무의 씨로만 짜냈던 것이 아니다. 녹나무과에 딸린 생강나무와 때죽나무과에 속한 때죽나무의 열매로도 기름을 짰다. 이들 나무의 기름도 동백기름이라 불렀고 그 때문에 생강나무와 때죽나무도 개동백나무라 별칭하기도 했다. 물론 아주까리기름도 많이 이용했다. 동백기름은 옛날 사대부집 귀부인이나 고관대작들을 상대로 하는 기녀들이 즐겨 사용하던 최고급 머릿기름으로 인기가 높았다. 강원도 아리랑에도 나오듯이 동백기름(생강나무 열매기름)과 아주까리기름은 여성들의 단장에 중요한 것이었다.

 

참나무숯으로는 눈썹 짙게 그려


4∼6세기에는 불교가 전래돼 널리 신봉됨으로써 청정과 청결을 몸소 실천하게 됐다. 때문에 목욕이 일반화됐다. 목욕의 대중화는 목욕용품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일반적으로는 쌀겨 목욕이 잘 알려진 것이고 궁중에서는 약탕 목욕이 유행했는데, 헝겊 주머니에 말린 쑥을 넣고 욕탕물에 우려낸 뒤 몸을 담갔다. 목욕하기 3~4시간 전에 말린 무청이나 순무 잎을 욕탕에 넣어 우려낸 물로 목욕하면 피부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도 있단다.

 

꽃나무를 이용한 목욕도 있었을 터인데, 50여 년 전만 해도 성행했던 거문도의 동백꽃목욕이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거문도는 다도해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동백나무가 많이 자라는데, 특히 거문리의 동백나무숲이 유명하다. 옛날 거문도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 저녁이면 뜨거운 물로 동백꽃을 우려내어 그 물로 목욕하는 풍속이 있었다. 동백꽃은 원래 2~3월에 피는 꽃이지만 거문도에서는 섣달에도 더러 꽃이 핀다. 이곳 사람들은 동백꽃을 우린 물로 목욕을 하면 종기에 약이 되고 평소에는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동백꽃목욕은 예전에는 성행하였던 습속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져 행하는 사람이 드물어 아쉽다.

 

고려시대에는 중국의 기록으로 가늠해 보면, 부인은 귀밑머리를 오른쪽 어깨에 내려 드리우고 나머지 머리는 아래로 내려 댕기로 매고 비녀를 꽂았고, 짙은 화장을 즐기지 않아 짙은 연지의 사용이 많지 않았으며, 버드나무 잎같이 가늘고 아름다운 눈썹을 그렸다. 또한 비단향료주머니를 차고 다녔단다. 비녀는 뒤쪽에서 가지런히 모아 정리한 쪽머리를 가다듬고 고정하는 역할 외에 장식적인 의미도 컸다. 비녀의 재료는 금과 은, 나무, 산호, 옥 등 매우 다양한데 과거에는 사용된 재료나 길이 등을 통해 신분을 알 수 있었다. 왕실 여인네들은 용이나 봉황을 조각한 비녀를 꽂았으나 일반여성들은 대나무나 매화나무 등의 나무와 꽃이 조각된 비녀를 사용했다.

 

눈썹에 바르는 묵은 눈썹먹이라고 하는데 눈썹이 진하고 숱이 많은 경우에는 일부를 뽑거나 가다듬은 다음 꽃가루를 발라 부드럽고 연한 빛깔을 냈다. 반대로 빛깔이 흐린 경우에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나 굴참나무 등의 참나무 목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목탄은 가루가 떨어지는 결점이 있어 솔잎을 태울 때에 나오는 솔기름을 받아 유채기름에 갠 것이 고급품으로 취급됐다. 그런가 하면 목화의 꽃을 태운 재를 솔기름에 묻혀 참기름에 갠 것이나 보리깜부기를 솔기름에 개어 사용하기도 했단다.

 

복숭아꽃으로 여드름 치료하기도


또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제도화된 기생(妓生)을 중심으로 짙은 화장이 성행했다. 동백기름을 바른 머리카락, 짙은 눈썹과 연지화장 외에 향을 애용한 것으로서 당시로서는 매우 짙은 화장이었다. 살결을 곱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독특한 세숫물을 사용했는데, 세안수로 수세미를 잘라 솥에 넣어 삶은 물을 사용했고 여기에 향나무나 창포로 향을 돋우었다. 향을 애용했음은 단군의 첫 거주지가 향나무(또는 박달나무)인 단목 밑이었다는 사실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이 외에도 세안수는 수박, 창포, 복숭아잎, 유자나무 열매로도 만들었으며, 천연 화장수로는 배꽃, 복숭아꽃, 모과꽃, 사과꽃, 진달래꽃, 살구꽃 등의 꽃잎을 술에 담가 맑게 여과시킨 것이 있었다. 뽕나무잎을 진하게 끓인 물을 쓰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화장이 기생과 여염집 아낙, 그리고 왕실의 여인들이 하는 하나의 사치였다. 여염집 아낙들은 기녀의 진한 화장을 천박시하고 경멸하여 기녀와 혼동되지 않도록 거의 표시가 나지 않는 엷은 화장을 하기도 했다. 예전의 여인들은 여드름이나 기미를 제거하기 위해 꽃나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복숭아꽃을 찧어 발라서 여드름을 치료했으며 콩, 팥, 목화의 꽃을 함께 섞어 바르거나 달걀노른자와 살구씨를 으깨 기미를 예방했다. 또한 유자나무 씨를 절구에 빻아 달인 물을 얼굴에 발라 피부가 트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어엿한 여인네가 저고리 밑으로 두 젖가슴을 내놓고 다니던 조선후기. 보통 여인들은 고된 생활 속에서도 몸치장을 빠트리지 않았지만 특별히 꾸미지는 않았다. 잘 빗질한 머리카락에 검정염색과 동백기름을 바르는 몸단장 정도에 불과했다. 의복은 남루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부유한 집안의 부녀와 기녀들을 제외하곤 몸에 장신구를 달지 못했다. 흔한 귀걸이나 반지는 거의 하지 않았고 손톱을 봉숭아로 물들이는 것 외에 인위적인 치장이 거의 없었다. 또한 자유롭게 옷을 입고 적당히 얼굴을 화장하면 그만이었다. 그 적당한 화장이 우리네의 소박한 여인상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원시적인 분꽃 열매를 곱게 빻아 하얗게 분가루로 바르고, 머리카락은 동백기름으로 광택을 내며, 참나무숯으로 눈썹을 그리고, 동백꽃목욕으로 몸을 청결하게 하여 아름다움을 유지하려 했던 전통여인. 그리고 단옷날에 창포탕으로 머리도 감고 목욕을 하는 여인. 되돌아보면 단아하고 순박하면서도 고고한 여인의 아름다움이 눈가를 떠나지 않는다.

 

< 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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