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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 펠트베르크의 펠트제 천연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4:26

 # 흑림 펠트베르크의 펠트제 천연림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흑림이란 숲속에 들어가면 햇빛을 볼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슈바이츠발트 지대에 가문비나무가 햇빛을 볼 수 없을 만큼 빽빽이 들어선 숲이 있다. 울창하게 자란 가문비나무를 보면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게 된다. 이 숲은 단순히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기도 하지만 실용성 있게 가꾼다는 것이다. 자연을 필요 이상으로 벌목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숲이다.

 

독일 흑림은 독일의 대표적인 산림지대이자 경제림지역으로 독일가문비나무, 전나무, 유럽소나무, 너도밤나무가 경제수종으로 무육·관리되는 지역이다. 이러한 흑림지역에는 단지 경제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보호림이 있는데 보호림은 절대보존림인 반발트(Bannwald), 보존림인 숀발트(Schonwald)로 구분할 수 있다. 절대보존림인 반발트의 bann이라는 단어는 중세시대에 귀족들이 수렵 등을 위해 일반인의 이용을 금지한다는 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지금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지만 산림이용의 금지라는 것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절대보존림인 반발트는 일체의 인위적 간섭이 금지된 지역으로 수목, 야생동물, 지피식생 등이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모니터링·연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절대보존림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원시림이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환경부에서는 이와는 별도로 자연보호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흑림지역을 관장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산림청에서는 산림의 1%(14,000ha)를 보호림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을 하였지만 절대보존림 6,000ha, 보존림 17,600ha를 지정하여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이다.

흑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펠트베르크(Feldberg)로 해발고가 1,493m이지만 정상은 숲이 아니고 초지이다. 정상지대가 초지로 되어 있는 이유는 해발고가 높거나 나무가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해서가 아니라 중세시대부터 이 지대의 숲을 이용하고 초지를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펠트베르크 지역은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펠트베르크의 아래 지역에 절대보존림인 펠트제발트(Feldseewald)가 있다. 펠트제발트 절대보존림은 1993년에 지정이 되었으며 크기는 102.6ha이다. 이 절대보존림은 빙하호, 암벽, 늪지에 형성된 천연 산악혼효림을 보호·유지하기 위하여 지정이 되었다. 펠트제발트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펠트제(Feldsee)는 해발 1,109m에 위치한 빙하호로서 내수면 면적이 9ha이며 가장 깊은 곳은 30m가 넘는다. 산악혼효림은 주로 독일가문비나무(Picea abies), 너도밤나무(Fagus sylvatica), 산악단풍(Acer pseudoplatanus), 유럽 마가목(Sorbus aucuparia)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악단풍은 높이 30m 이상 자라며 수령이 500년까지 될 수 있는 교목으로 척박지에서도 자리를 잡고 자라는 선구수종의 특성을 갖고 있다. 유럽 마가목은 높이 15m까지 자라는 아교목에 속하는 나무로 포유동물 31종과 곤충 72종의 먹이가 되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나무이기도 하다.

펠트베르크에서 펠트제로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나 있는데 이 길 주위의 숲은 벌채를 한 흔적이 없으며 단지 길 중간 중간 쓰러진 나무들을 톱으로 잘라 정리한 것들만 가끔 보인다. 처음으로 나타나는 숲은 너도밤나무 노령목인데, 너도밤나무의 수피는 원래 매끈하지만 이곳의 너도밤나무수피는 얼룩이 있어 너도밤나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얼룩이 진 것은 근처의 호수로 인해 대기습도가 높아 이끼와 지의류들이 잘 자라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너도밤나무 줄기의 아래쪽 부분은 대부분 아래쪽으로 휘었다가 다시 위로 자라는 모양인데 이러한 모양은 너도밤나무가 어렸을 때 겨울철에 눈의 압력에 의해 아래쪽으로 기울어졌다가 나무가 커감에 따라 다시 정상적으로 자랐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 모양만으로도 이 지역에 눈이 많이 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이 너도밤나무들은 가슴높이 직경이 50㎝, 높이도 30m가 넘는다.

너도밤나무 주위로 가슴높이 직경이 70㎝가 넘는 독일가문비나무 노령목이 자라고 있는데 일부는 고사하고 고사한 줄기에 우리나라의 바람버섯과 같은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들 사이에는 가문비나무 고사목들이 숲바닥에 줄지어 누워 있는 것이 많이 눈에 뜨인다. 이렇게 너도밤나무와 독일가문비나무 노령목들이 자라고 있는 숲의 바닥은 너도밤나무 치수, 고사리류 그리고 여러 종류의 풀들이 자라고 있어 숲 전체가 초록빛으로 덮여 있다. 이와는 달리 너도밤나무만 자라는 곳으로 들어가면 너도밤나무줄기가 마치 장대를 세워 놓은 것처럼 쭉쭉 자라고 있는데 숲바닥을 보면 초록빛은 별로 없고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숲의 색이 변한 것은 너도밤나무 수관이 빛을 가려서 풀들이 자라지 못하였기 때문인데 이러한 숲은 긴 시간이 흘러야 초록빛이 많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숲을 지나 짙은 푸른색의 펠트제(Feldsee)에 다다르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경관이 나타난다. 호수 뒤편으로 하얀빛의 암벽지대가 있고 호수가로는 연초록색 띠, 급경사의 사면에는 독일가문비나무, 산악단풍나무, 너도밤나무가 어울려 자라고 있다. 독일가문비나무가 군상으로 고사한 곳은 독일가문비나무의 하얀 줄기와 가지가 초록빛 바탕에 변화를 주어 펠트제 주위의 숲이 얼마나 자연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암벽 아래쪽의 너도밤나무와 독일가문비나무 숲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나무들이 인공조림을 한 듯이 일자로 줄을 지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나무가 줄을 지어 자라는 것은 사람들이 손을 보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암반지대에서 떨어지는 돌이 구르는 길이나 겨울철에 발생하는 소규모 눈사태 길에 있는 나무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바위가 많은 지역이라 바위 사이에 자라는 나무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나무가 바위 아래쪽보다 바위 위쪽에 자라는 것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큰 바위가 흙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아주어 자연적으로 날아온 종자가 발아를 하여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암석 위에 발아된 독일가문비나무가 자라기 위해 커다란 바위 아래로 뿌리를 뻗어 땅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모습은 강인한 자연의 적응력과 생명력을 보여준다.

호수가의 초록빛 띠는 가까이에서 보면 여러 가지 색의 꽃들이 피고 있고, 갈대와 같은 수초가 자라고 있는 곳의 뒤편에는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어 숲과는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펠트제의 물이 흘러내려가는 주위는 습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초지처럼 보이고 초지가 끝나는 곳에서 버드나무와 오리나무, 그 뒤를 이어 독일가문비나무가 자라고 구주소나무가 드물게 나타난다. 흑림의 최고봉인 펠트베르크의 바로 아래에 있는 펠트제 주위의 숲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아 절대보존림으로 지정이 되었으나 일반인들에게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숲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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