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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수목한계지역의 쳄브라소나무숲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4:30

 

# 알프스 수목한계지역의 쳄브라소나무숲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쳄브라소나무는 알프스의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지만 그린델발트 수목한계지역의 쳄브라소나무숲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이자 소를 방목하는 축산지이지만 자연 상태를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알프스하면 보통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빙하와 고산대 초지를 연상한다. 특히 베르너 오버란트(Berner Oberland) 지역의 융프라우(Jung Frau)는 대표적인 알프스관광지로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 지역 내에 있는 그린델발트(Grindelwald)는 관광과 등산의 거점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린델발트는 관광도시이기도 하지만 농축산업도 병행하고 있는 곳이다.

그린델발트에는 농축업가구가 138가구 정도 있는데 이중 95개 축산업가구에 연간 우유 225만ℓ, 치즈 92t을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젖소 사육은 계곡지역별로 농가마다 일정 숫자가 지정되어 있다. 알프스의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5월 초에 알프스 초지로 소를 몰고 올라가는 행사가 거행되기도 한다. 그린델발트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융프라우, 아이거(Eiger), 쉬렉호른(Schreck horn) 등으로 해발 4,0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많고 만년설이 덮여 있다. 그린델발트는 이렇게 만년설과 초지 그리고 숲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알프스지역의 해발대별 나무 분포는 해발 500∼1,000m 하부 산악대의 산림지대에서는 너도밤나무, 피나무, 참나무, 밤나무 등이 자라고, 해발 1,000∼1,500m 상부산악대의 산악림지대에서는 너도밤나무, 독일가문비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이 자라고, 해발 1,500∼2,000m의 준알프스대의 한계림지대에서는 무고소나무(Pinus mugo), 쳄브라소나무(Pinus cembra), 낙엽송이 자라며 해발 2,000∼2,500/3,200m의 알프스대의 관목림지대에서는 왜성관목, 관목성 너도밤나무, 쳄브라소나무, 알프스오리나무 등이 자란다. 알프스의 고산대와 수목한계지대에는 다양한 풀과 꽃들이 자라는데 무고소나무와 쳄브라소나무는 한계지의 대표적인 소나무 종류이지만 그린델발트 지역 수목한계지대에는 쳄브라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쳄브라소나무는 한속에 잎이 5개씩 자라고 있으며 스위스에서는 아르베(Arve) 또는 찌르베(Zirbe)라고 부른다. 쳄브라소나무는 수목한계선 아래지역에서는 나무높이 30m까지 자라는 교목으로 수목한계지역에서는 1000년까지 자랄 수 있지만 크기는 작다. 이렇게 수목한계지역에서 크게 자라지 못하는 것은 해발이 높아 생장기간이 상대적으로 대단히 짧고 기온이 낮아 생장이 더디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수목한계지대에서 자라는 독일가문비나무, 낙엽송, 무고소나무 등 모든 나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해발 2,061m에 위치한 클라이너 샤이드엑(Kleiner Scheidegg)에서 그린델발트로 내려가면 소의 방목지로 이용하는 초지가 나타난다. 경사진 초지는 멀리서 보면 선을 그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폭이 좁은 길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이 길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방목된 소들이 풀을 먹기 위해 이동하면서 만든 길로 마치 거미줄이 쳐져 있는 것 같다. 7월에는 초지 가운데 붉은색 철쭉꽃이 피는데 알프스장미(Alpenrose)라고 부르며 학명은 (Rhododendron ferrugineum)이다. 알프스장미는 쳄브라소나무림의 하층에 잘 자라는데 쳄브라소나무가 겨울에 눈을 덮어주어 알프스장미가 어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초지로 조금 지나다보면 키 작은 침엽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나무의 키는 작지만 가지가 거의 지면까지 있으면서 잎이 촘촘히 나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나무들이 쳄브라소나무로 숲을 이루지는 못하고 몇 그루가 모여서 소군상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이렇게 여러 그루가 모여서 자라는 것은 추운겨울과 바람 그리고 폭설을 견디기 위해서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나무 높이 1∼2m가 되는 쳄브라소나무가 자라는 곳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독일가문비나무가 같이 자라고 있다. 독일가문비나무도 이렇게 해발이 높은 곳에서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쳄브라소나무와 같이 자라는 것 같다.

군상으로 자라는 쳄브라소나무 중에는 해발이 낮은 지역에서처럼 키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수고 10m 내외의 쳄브라소나무 노령목이 높이에 비해 굵고 큰 가지 줄기의 낮은 곳에 파란잎을 달고 아직까지 자라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노령목 줄기는 대부분 고사하여 회색빛을 띠고 있지만 일부 줄기 부분이 살아 있어 나무 꼭대기 부분에 파란 잎을 달고 있는 모습은 이곳의 열악한 생활환경을 보여준다. 노령목 주위에는 어린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 어린나무들은 노령목의 종자가 발아를 하여 노령목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노령목은 40∼50년 전에 찍은 사진 속의 모양이 지금의 모양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수령이 200∼300년은 족히 됨직하다. 경사지 노령목의 뿌리부분 중 일부는 침식에 의해 토양이 유출되어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 모습은 모진 환경 속에 자라온 오랜 세월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노출된 자리에 자라는 쳄브라소나무와는 달리 소계곡부에 자라는 쳄브라소나무는 소계곡부의 환경이 노출된 지역보다 좋아서인지 줄을 지어 자라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이 길을 가다 다시 산 위쪽을 올려다보면 쳄브라소나무 위쪽으로 클라이너 샤이드엑 기차역이 보인다. 주위의 쳄브라소나무 뒤쪽을 보면 독일가문비나무숲이 보인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지고 해발고가 낮아짐에 따라 독일가문비나무 단순림이 형성된 것이다.

초지와 쳄브라소나무가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로 난 길은 중간에 방목된 소가 일정구역에만 있게 하기 위하여 문을 만들었는데 문의 모양이 특이하다. 길의 대부분은 가로막으로 막혀 있는데 길 가장자리에 사람은 통과할 수 있지만 소는 통과할 수 없는 기역자 모양의 통로를 만들어 놓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이 초지에는 노란 야생화가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초지 속을 자세히 보면 키가 10㎝도 채 안 되는 쳄브라소나무 치수가 풀 사이로 자라고 있다. 목초지에 소만 방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 아래쪽으로 조금 더 내려오면 방목된 돼지들도 있다. 알프스지역에서는 돼지를 방목할 수 있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쳄브라소나무는 적어지고 독일가문비나무숲들이 주를 이룬다. 독일가문비나무 아래로는 그린델발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구름 낀 소도시의 모습은 아늑하기 그지없다.

쳄브라소나무는 알프스의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지만 그린델발트 수목한계지역의 쳄브라소나무 지역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이자 소를 방목하는 축산지이지만 자연 상태를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생태적으로 외부영향에 민감한 고산지대의 보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쳄브라소나무가 40∼50년 전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2001년 융프라우 지역을 UNESCO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설악산도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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