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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츠 지역의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

대한민국 산림청 2009. 10. 22. 14:58

# 하르츠 지역의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 

글 ·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배상원

  

 물질생산의 향상과 경제적 가치의 제고를 위한 침엽수단순림 조성은 조성 당시보다는 장기간이 흐른 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역수종이 아닌 수종을 경제성 때문에 대면적으로 조림하는 것은 장기적 차원에서 득이 아닌 실이 된다는 것을 하르츠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일의 하르츠(Harz) 지역은 니더작센 주(Niedersachsen)와 작센-안할트(Sachsen-Anhalt)의 경계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하르츠 국립공원이 있다. 독일 통일 이전에는 니더작센 주가 1994년에 하르츠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였고 작센 안할트 주에서는 1990년에 고산 하르츠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다 2006년 1월 1일에 통합된 하르츠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국립공원면적은 총 24,700ha로 작센 안할트 주에 8,900ha, 니더작센 주에 15,800ha가 있다. 하르츠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141m의 브로큰(Brocken)으로 작센 안할트 주에 위치하고 있으며, 니더작센 주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은 브름베르크(Wurmberg)로 해발 971m이다. 니더작센 주에서 하르츠 지역으로 가는 도중의 지형은 구릉지로 바람이 비교적 많이 불기 때문에 풍력발전소가 눈에 많이 띄고, 대서양기후의 영향으로 기후가 비교적 온난하기 때문에 유채밭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구릉지대를 지나 하르츠 지역 외곽에 도달하면 농가 주변에 활엽수림이 많이 나타난다.

하르츠 지역에 들어서면 우선 독일가문비나무 숲이 눈에 띈다. 하르츠 지역 전체가 독일가문비나무 숲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브름베르크에서 브로큰 지역을 바라보면 산 전체가 독일가문비나무로 덮여 있는 것 같다. 산에만 독일가문비나무가 조림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지대에도 독일가문비나무가 빽빽이 조림되어 있다. 산 전체가 독일가문비나무로 덮여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이 원래 독일가문비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경제림을 조성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림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면적으로 독일가문비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독일가문비화(Verfich- terung)라는 신조어가 생기기까지 하였다. 원래 하르츠 지역에 독일가문비나무 천연림이 있기는 하나 해발 800m 이상의 지역에서 나타난다. 현재 천연림이 유지되고 있는 곳은 브로큰 정상 아래 부근에만 일부 있을 뿐이고, 800m 이하의 지역에는 독일가문비나무와 너도밤나무가 함께 자라는 혼효림이 있고 그 아래로는 너도밤나무활엽수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독일가문비나무 단순림 조성은 원래 경제림 조성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면 하부에서부터 산정까지 조림을 실시하였다. 경제림 조성에 따라 이 지역의 독일가문비나무림은 영급림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사면 전체를 보면 숲의 나이가 똑같은 것이 아니라 구획에 따른 면적단위로 숲의 나이가 차이가 있는 것을 나무크기로 알아볼 수 있다.

이러한 대면적 조림은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산림피해가 발생하였을 때, 바람이 맞닿는 산정부에서 자라고 있는 독일가문비나무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다. 소면적으로 피해를 본 것이 아니라 대면적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이를 보여주는 곳이 브름베르크 정상 주위에 있는 독일가문비나무 숲이다. 이곳 대부분의 지역에는 고사하였거나 바람에 의해 뿌리가 뽑힌 독일가문비나무의 죽은 줄기가 줄지어 서 있고 넘어진 나무 등걸이 땅 위에 널려 있어 마치 숲의 폐허를 보는 듯하다. 이 지역은 죽은 나무를 제거하지 않고 대기오염피해지를 보존하여 연구와 일반인들에게 산림피해를 홍보하는 교육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상 아래 지역의 독일가문비나무는 피해가 비교적 적은 편으로 숲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나뭇잎이 약간 붉은 빛을 띄고 있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독일가문비나무 노령림은 나무높이는 30m 이상, 흉고직경도 50㎝ 이상 자라고 있으며, 상층부가 일부 소개된 곳에는 어린 독일가문비나무가 자라고 있다. 상층부의 울폐된 곳에는 어린나무들이 자라지 못할 정도로 어둡고 풀만 조금 자라고 있는 편이며 일부에서는 산앵도가 자라고 있다. 산앵도는 토양이 산성화된 곳에 많이 자라는 식물로 이 지역이 대기오염에 의해 토양산도가 높아진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 지역 독일가문비나무는 경제림으로 조성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하는 가지치기를 실시하지 않아 죽은 가지가 많이 달려 있다. 이렇게 죽은 가지가 많이 달려 있는 것은 상층부가 울폐된 상태로 숲이 자라면 나무들의 아래쪽 가지가 말라 죽어 자연낙지가 되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죽은 가지는 줄기 아래쪽보다는 줄기의 위쪽에 많이 달려 있는데 대부분 나무높이가 크고 직경이 큰 나무들이 해당된다.

하르츠 지역 그리고 하르츠 국립공원에서는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 그리고 안정성 문제 때문에 단순인공림을 혼효림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면적의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은 생태적으로 볼 때 대단히 불안정하다. 특히 토양 산성화, 종다양성, 동식물 서식공간 측면에서 대단히 취약하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단순림으로 여러 세대가 지속되면 생산성저하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대단히 크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을 이 지역의 고유숲인 독일가문비나무·너도밤나무 혼효림으로 바꾸는 작업이 최소한 국립공원과 자연보호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작업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작업이 시작됨에 따라 독일가문비나무림에서 자라고 있는 활엽수종이 보호·육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유령 독일가문비나무림에서 이러한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저지대에서는 독일가문비나무 단순림을 원래의 너도밤나무림으로 바꾸는 작업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침엽수인공림을 활엽수림으로 바꾸는 지역의 숲은 검은 초록빛으로 뒤덮인 침엽수림에 연초록빛 너도밤나무림이 소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계곡부의 독일가문비나무를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오리나무나 버드나무로 대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을 혼효림이나 활엽수림으로 바꾸는 것은 인공단순림으로 야기될 수 있는 경제적·생태적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하르츠 지역의 대면적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은 목재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전형적인 임업에 기초를 두고 장기간에 걸쳐 조성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배상금 지불을 위한 벌채가 단기간 대면적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독일가문비나무 면적이 더 증가하였다. 이렇게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을 대면적으로 조성함으로써, 대기오염에 의한 피해, 해충 피해, 생산성 저하 등 직접적인 피해와 생태계 불안정 등이 대두되어 이에 대한 해결방안들이 모색되고 일부 실시가 되고 있는 곳이 하르츠 지역의 독일가문비나무 인공림이다. 단지 물질생산의 향상과 경제적 가치의 제고를 위한 생태적으로 불안정한 침엽수단순림조성은 조성 당시보다는 장기간이 흐른 후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독일 하르츠 지역의 대면적 단순인공림 조성은 우리나라의 조림정책 결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지역수종이 아닌 수종을 경제성 때문에 대면적으로 조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득이 아닌 실이 된다는 것을 하르츠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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