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산림청/임산물 먹거리

넘나물과 쑥국이 있는 산골마을의 밥상

대한민국 산림청 2010. 6. 3. 17:11

 山村의 보물, 임산물 따라 떠나는 참 먹을거리 기행

 

임산물은 산에서 나는 모든 물품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게 참취, 고사리, 산마늘, 버섯 같은 나물류이고, 밤, 감, 오미자, 잣, 구기자 같은 열매류가 있고, 그밖에도 각종 약초와 산양삼과 마 같은 뿌리류도 있습니다. 산림은 오염되지 않은 마지막 보루이며 그곳에서 자라는 각종 식품들은 참 먹을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임산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또, 우리 식단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임산물의 세계를 다음 VIP 블로거 '맛있는 인생'을 운영중인 맛객님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한편씩 소개되는 임산물에 대해 독자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넘나물과 쑥국이 있는 산골마을의 밥상

산림청 파워블로그 / 맛객

구례와 나 조금 특별한 인연 그리고...

 

"구례 버스터미널에서 선비차림의 행인이 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있군요~^^"

 


전남 구례가 내 고향은 아니다. 하지만 고향만큼이나 각별한 지역이다. 구례와 나와의 인연뿐만 아니라 내 주변인 몇 분도 구례와 연을 맺고 있다. 뿐인가. 육회무침을 처음 맛보았던 지역 또한 구례였다. 지금이야 만인이 알고 있는 고로쇠역시 구례산을 처음으로 입 대었다. 그때가 무려 20여년 전이다. 지금의 고로쇠는 쨉도 안될 정도로 풍부한 맛이었다. 이처럼 연이 얼키고 설켰으니 아니 각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나이 20대 초반, 구례 화엄사 아랫동네에서 보름여 민박을 한 적이 있었다. 명분은 만화공모전출품작 준비였다. 한 겨울이라 아랫목은 까맣게 탄 흔적이 있을 정도로 따끈 거렸다. 정적을 깨는 건 차를 마시기 위해 끓고 있는 물소리뿐, 긴긴 겨울밤을 고독과 싸우면서 종이와 펜에 내 꿈을 그려나갔었다. 지리산에 휘몰아치던 눈발은 아직도 기억에 선연하게 남아있다. 술에 취해 올려다본 겨울밤하늘은 장관도 그런 장관이 없었다. 시릴 정도로 파란 겨울 밤하늘에서 쏟아지던 별빛과 강줄기처럼 흘렀던 미리내도, 내 젊은날의 초상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감수성으로 충만했던 그 시절, 노고단 정상에 산장이 있다는 말에 나의 상상은 한없이 낭만적으로 옮겨갔다. 산장에 들어서면 난로 옆에서 턱수염을 기른 산장지기가 따끈한 차를 건네리라고 굳게 믿었을까. 무작정 산행을 감행했다. 서너시간 걸려 올라간 그곳에 산장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상상과는 너무나도 갭이 있었다. 젊은 친구 몇사람이 고스톱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과 현실을 절감했었다. 화엄사 선물코너에서 흘러나온 노래에도 심취했었다. 인생은 흘러가는 구름과도 같다는 노래는 그렇게 나의 의식을 지배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삭발을 밥 먹듯 하면서 20대를 보냈었다.

 


그 후에도 구례와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1년에 한 두 번 구례를 찾는다. 현재는 블로거뿐만 아니라 방송까지 탔던 동아식당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알린 사람이 나였다. 2005년 20일 가까이 전국일주를 하면서 첫 방문을 하게 되었었다. 그때 먹었던 요리는 가오리찜이었지만 알록달록 모양낸 달걀프라이는 이 집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6년여가 흘렀지만 허름한 외관뿐만 아니라 주인장의 인심도 변함없는 듯하여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관광식당의 싸리버섯탕, 중동마을의 넘나물과 쑥국

 

 

 
지난 5일에도 구례를 찾았다. 늘 가던 관광식당에서 싸리버섯탕으로 점심부터 챙겼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싸리버섯을 소고기와 함께 끓인 버섯탕에는 여느 산채밥상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찬으로 나온 도토리묵이나 산채나물과 함께 싸리버섯탕 한 냄비 비우고 나면 구례에 왔다는 실감이 든다. 점심을 마치고는 화엄사에 들렀다.

 

 

 

작년에도 보았던 홍매는 올해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중이다. 홍매를 근접 촬영하고 있는 저들처럼 나 역시 처음엔 들여다보려 애썼다. 하지만 올핸 먼발치에서 관조하는 것으로 그쳤다. 홍매의 꽃잎이 몇장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우러짐의 미학은 내 몫이었다.  

 


화엄사를 뒤로하고 사성암으로 올랐다. 원효·의상·도선·진각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이곳에서 수도했다하여 ‘사성암’이라는 기록이 있는 암자이다. 사성암에서는 구례 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강이 휘어져 흐르고 주변에 펼쳐진 평야를 지리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지역이 아닐 수 없다. 

 

 

  

 넘나물(원추리)

 


다음날 아침, 산수유꽃이 만발한 중동마을에서 아침을 접했다. 찬뿐만 아니라 국까지 모두 자연식이었다. 그러니 소중하지 않는 찬이 없겠지만 그중에 특히 넘나물이 반가웠다. 넘나물은 찬이 아니라 계절이 봄임을 알리는 이정표와도 같다. 봄나물 중에 거의 유일하다시피 쓴맛이 없어 초식동물들이 아주 좋아하는 나물이다. 맛은 달아 나 역시 상에 오르면 반드시 챙겨먹는다.

 

 

 


또 하나 감동의 맛은 쑥국이었다. 향이야 말할 것도 없이 풍부했던 쑥국은 구례의 산야를 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요리법을 보니 된장을 푼물에 데친 쑥과 감자, 들깨를 갈아 넣고 끓였지 싶다. 반주로 즐긴 매화와 솔순으로 담근 가양주는 밥맛을 더욱 돋구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있고, 자연이 담겨있는 밥상에 감사의 마음으로 즐거이 식사를 마쳤다. 지천에 산수유꽃이 만발한 구례 산골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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