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동계(封山東界) "황장금표"를 찾아서 숲해설가 신정애
올해는 유난히도 잦은 폭설과 추위로 냉해가 심하였다. 그래서 이곳 대관령 일대의 우람한 금강소나무들이 수난을 겪었다. 가지가 부러지고 허리가 힘없이 꺾여 누런 속살을 드러낸 채 계곡 여기저기마다 쓰러진 모습에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내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한 그루의 소나무는 평범한 미물일지라도 한국인에게 있어 소나무는 그들의 삶속에 깊이 연관되어온 귀중한 자원이다. 오랜 세월 소나무를 아끼고 보전해온 한국인의 소나무 사랑,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평창군에 있는 문화유산인 봉산동계(封山東界) "황장금표" 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평안리에는 옛날 우리조상들이 소나무를 육성하고 보호정책을 알리던 작은 표지석이 있다. 봉산동계(封山東界) "황장금표"라는 표지석은 그 옛날 이곳에 우수한 산림자원이 분포했던 곳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임업관련 역사유물이다. 조선후기 숙종(서기 1674~1720)이후부터 금산제도의 강화 내지는 보호차원에서 이 표지석이 세워진 유래로 짐작된다. 이 표지석의 현 위치에서 동쪽방향 일대를 경계로 하는 소나무를 황장목으로 , 이 일대의 참나무,밤나무 등을 함부로 벨 수 없는 금산구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6년 12월 동부지방산림청에서 이곳에 황장금표 표지판을 세웠다.
세계 각국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나무가 있어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웃나라 일본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중국에는 버드나무, 캐나다는 단풍나무, 유럽은 올리브나무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나무는 소나무다. 소나무무는 농경문화를 대변하던 시대부터 우리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이유는 이 땅에서 자라는 1천여 나무 중에서 조상들의 삶에 가장 혜택을 많이 베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나무는 건축재와 연료재료, 약재 구황식물로 가장 뛰어났다. 생명과 죽음의 문화에도 깊이 관여 했으며, 문학, 예술신앙, 사상 풍습에도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한국인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
우리조상들의 소나무 보호정책은 신라의 화랑도 "식송"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고려시대에는 귀중한 산림자원으로 인정되어, 1398년 왕조의 묘 앞에 서있는 소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산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 "봉산" 같은 말은 과거 우리의 소나무 보호를 보여 주는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금산", "봉산”은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소나무, 참나무, 밤나무 등의 목재자원을 육성하는 정책의 하나였다. 이와 같은 소나무 보호정책은 조선시대에 더욱 강화 되었으며, 특히 정조 시대에는 "송금절목" 이라 하여 소나무를 베는 것 자체를 금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 소나무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소나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숭배라는 민족정서가 있었던 까닭도 있지만, 집이나 선박을 만드는 재료로써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조선 왕실에서는 왕이나 왕족이 죽으면, 반드시 나무의 속 부분이(속고갱이) 누런빛을 띠는 소나무로 관을 짰는데, 이렇게 색이 누런 나무를 황장목이라 불렀으며, 이를 귀중히 여겨 "황장금표" 등의 표석을 세워 황장목을 보호하고 육성하였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수 천년동안 겨레의 얼과 정신을 담고 있는 특별한 상징성을 지니며, 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생명 문화유산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소중한 소나무가 기후변화와 병충해, 폭설과 냉해로 사라지고 있다는 걱정과 함께 그 옛날 우리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소나무를 아끼고 보호하여, 산림자원은 물론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다음 세대까지 영원히 물려주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즐기는 산림청 > 걷고싶은, 숲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림문화자산, 삼국시대 석축산성 "구라산성" (0) | 2010.08.05 |
---|---|
옛조상들의 애환이 담긴 백복령 그 곳에는.. (0) | 2010.08.02 |
하루 80명에게만 열린 그 곳! 울진 십이령 금강소나무숲길 (0) | 2010.07.19 |
산림안에서 꿈과 희망 키워요 (0) | 2010.07.06 |
강원도 홍천군 숲길 시리즈 [두번째] (0) | 2010.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