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3년(4기)

시간을 기억하는 나무,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러브레터를 찾아서

대한민국 산림청 2013. 3. 13. 10:21

시간을 기억하는 나무,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러브레터를 찾아서

 

 

산림청 블로그 기자단 김민주

 

 

 살아있는 화석이자, 신의 나무인 메타세쿼이아처럼
당신의 사랑이 사라진 후에도 기적처럼 살아 숨 쉬게 하고 싶다면?

 

서울에도 안산이 있다. 295미터의 나지막한 산으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해있다. 무악산으로도 불리며 연희궁이 있던 뒷산으로 인왕산이 마주보고 있다. 서울에서 평양으로 이어지는 의주로의 무악재 고갯길에서 양분된 산으로 약수터가 27개나 있고, 역사적으로 조선시대 이괄이 반란을 일으켜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유명하며 한국전쟁 때는 서울을 수복하기 위한 최후의 격전지였다. 그곳에 안산이 숨겨놓은 보물, 살아있는 화석식물 메타세쿼이아 산림욕장이 있다.

 

 

 

 

 

 

화석에서 환생하여 천년을 사는 나무, 메타세쿼이아를 품은 안산의 무악정에서 바라본 풍경. 숲이 울울창창하여 여름이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는 토막 없이 지루해지기 쉬운 시간에 수직의 긴장을 느끼게 한다.

 

 

안산의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


메타세쿼이아는 백악기에 공룡과 함께 살았던 나무였으나 빙하기를 거치면서 절멸한 것으로 알고 있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발견됐다.

 

 


메타세쿼이아는 수삼나무로 불리기도 하며 1억 3천만 년 전 북극권(北極圈)에 생존했던 나무로 유럽과 아시아와 북미주에 분포되었으나 언제부턴가 식물학계에서 이 나무는 지구상에 더 이상 없다고 선포하였다. 


그런데 1943년 여름, 중국의 나무학자 왕잔은 말라리아에 걸려서 완센 농업학교에 들렀다가 그 학교에 근무하던 양룽씽에게서 거기서 1백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모다오씨에 가면 엄청나게 큰 '신의 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왕잔은 그의 안내를 받아 결국 높이가 35미터에 달하는 나무와 마주하게 되고, 그 나무가 1941년 일본 교토대학의 미키 박사가 화석으로 발견한 메타세쿼이아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것은 "20세기 식물학상 최대의 발견"이었다.

 

그 후 전 세계인은 더 이상의 멸종을 막자는 뜻으로 기금을 출연하고 연구해 대량 증식에 성공한다.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의 선물로 화분에 담겨 한국에 들어왔다가 대량번식에 성공하여 각지에 보급됐는데 성장속도가 빠르고 형태가 아름다워 가로수로 많이 심어졌다.

 

 


 인고의 세월 같은 메타세쿼이아의 삶.


메타세쿼이아는 더위나 추위에 강하다.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강하여 급격한 환경의 격변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 해충에 강하여 잎이나 열매가 독하여 다른 생물이 거의 먹을 수 없다. 수피가 두꺼워서 불이 잘 붙지 않고 수명이 길다. 종자의 발아력이 좋을 뿐더러 뿌리가 길게 뻗어 바람에 강하다. 이런 조건들이 이 나무가 오랜 세월 지구상에서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메타세쿼이아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다. 잔가지들이 촘촘히 뻗어있으면서도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빗살처럼 나란히 공존하고 있는 모습은 서로의 공간을 충분히 배려할 줄 아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리두기, 인간이 가장 하기 힘든 것이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상처를 주고 받을 수 밖에 없는 관계에서 거리 두기 만큼 꼭 필요한 덕목도 없을 것이다. 메타세쿼이아는 그러한 덕목을 인간보다 더 먼저 가지고 있다. 

 

 

 

 문학작품에도 등장하는 메타세쿼이아


김연수의 단편소설<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젊은 나이에 죽은, 시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세계의 끝까지 가고 싶었지만, 그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의 아내인지라 차마 함께 가자는 말을 하지 못했고, 둘이서 함께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이 고작 호수 건너편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불과했다는 시인의 이야기다. 시인은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고, 그녀에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편지에 써 그녀와 함께 앉았던 추억의 나무 메타세쿼이아 아래 묻어놓았다.
 

다시 수만 년이 흐르고, 빙하기를 지나면서 여러 나무들이 멸절하는 동안에도, 어쩌면 한 그루의 나무는 살아남을지도 모르고 그 나무는 한 연인의 사랑을 기억하는 나무일지도 모른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중에서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룡과 함께 살았고, 화석으로만 남았다고 믿었던 메타세쿼이아가 우리 눈앞에 기적처럼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웠던 한순간이 다 지나갔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그 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그 덕에 삶은 의미를 얻는다고 말한다.

 

 

 

여름이 기다려진다. 누군가에게 러브레터 한 장 써서 나무 아래 묻어 두고 싶은 계절, 안산의 신록 아래, 포슬포슬한 땅 밑 누군가의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를 나무 아래 서서 짙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공룡과 함께했던 살아있는 화석 나무, 신의 나무, 시간을 기억하는 나무를 보면서 우리의 존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냥 왔다 가는 삶이 아니라 어떻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무언의 몸으로 체험하면서 메타세쿼이아가 살아온 길을 더듬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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