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블로그 주부 기자단 오성희
계절은 저마다의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중 봄을 알리는 색은 단연 노란색으로 가장 먼저 이른 봄날 온 산하에 무늬들을 새겨 넣기 시작합니다. 노랗게 핀 개나리, 산수유, 민들레, 유채꽃들이 있으며 냉이꽃도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그리고 산수유가 만개하는 4월 초입에는 우리나라에서 산수유로 알려진 곳곳에서 축제가 시작됩니다. 산수유하면, 전남구례 산동마을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경기도 이천 백사면, 양평의 개군면, 그리고 의성군 사곡면도 산수유로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잔뜩 흐린 날, 의성 산수유마을은 낮게 낀 안개로 산과 들이 노란색의 물감에 젖어 있는 듯 물기를 머금은 그 모습이 신비로움을 자아내어 마음 안에 작은 파장을 일게 합니다.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마을은 숲실마을(화전2리)과 전풍마을(화전3리)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숲실마을은 숲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며, 이 이름은 조선 임진왜란 때부터 마을에 다래와 머루넝쿨이 어우러져 넓은 숲을 이루면서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냄새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숲실마을'이라는 예쁜 지명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이 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바람을 가져 보게 됩니다.
화전리 산수유 마을 일대에는 조선시대부터 자생한 수령이 300여년 된 산수유나무들이 3만여 그루가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마을의 개울가나 밭두렁에 비틀어지고 휘어진 나무와 가지들은 지난 시간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화전리가 산수유 마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옛날 가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가 힘든 시절에 마을사람들은 산수유의 붉은 열매가 한약재로 쓰인다는 것을 알고 소득을 얻기 위해 마을에 산수유나무를 하나둘씩 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가난했던 화전리는 지금의 살기 좋은 마을로 변모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긴 세월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희생과 고목으로 자란 산수유나무들은 그 당시 화전리 사람들의 고단했던 지난 삶을 짐작하게 합니다.
마을 초입에서는 일렬로 서 있는 노란 물결을 만나게 됩니다. 논과 밭두렁에 나란히 줄지어 서서 마치 마을을 호위하듯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수유나무는 가지 끝마다 꽃망울을 매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마늘밭에 돋아난 파릇파릇한 연초록빛의 마늘 순들과 산수유의 노란꽃무리가 함께 어우러져 보여주는 색상대비는 자연의 순수한 조화로움에 경이로움마저 갖게 합니다. 자연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인위적이지 않은 정직함, 하나가 되는 이치를 자연에게서 배워보게 됩니다.
부지런히 농사일을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틈틈이 농외소득을 가져다주는 산수유축제(2013.3.29~4.7)는 로 벌써 6회를 맞이한다고 합니다. 또 올해부터는 야간 조명을 설치하여 야간에도 산수유 꽃길을 산책할 수 있게 하였다고 합니다. 4월 초입에 시작하여 일주일정도 진행되는 축제기간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산수유축제를 열만큼 산수유가 우리들과 친숙한 것은 꽃이 보여주는 아름다움도 있겠지만 가을에 붉게 익은 열매가 한약재로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산수유열매는 농가에 소득을 창출하고 그 소득으로 자녀들의 학비도 충당했다고 해서 대학나무, 효자나무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의성은 마늘로도 유명하지만 산수유 마을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어, 전국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느 곳에서나 산수유나무를 볼 수 있지만 군락을 이루어 보여주는 꽃무리는 흔치 않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로움을 뿜어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피어난 아름답고 빛나는 그 산수유 군락이 만들어지기까지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킨 자연에게 새삼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동양화를 그리며 늘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동양화를 그린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산과 들, 나무와 꽃 등의 자연의 풍경들을 담는 것이기에 저는 늘 자연과 함께 하는 작업을 하였지만 지금처럼 절실히 자연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연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지켜내고 보존하기 위한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의 손길이 곳곳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마음들이 제 안에서 회복된 것 같습니다.
봄 여행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산자락 가득 메운 산수유길을 천천히 돌아 나오니 햇살이 퍼지고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의성 산수유 마을은 아직 소박한 시골풍경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을 분위기도 평온하고, 넉넉한 자연만큼 훈훈한 인심까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산과 밭이랑에 핀 산수유, 마을과 자연이 하나 되어 어우러진 그곳은 요란스럽지가 않아 여유와 낭만을 가지고 한 박자 느린 걸음으로 걷게 되는, 그리고 걷다 보면 저절로 행복바이러스가 충전되어지는 곳입니다.
꽃길과 초록빛의 마늘밭은 평지로 이어지는 길이라 가족과 함께 나들이로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나 홀로 호젓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축제기간을 비껴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오래전 제가 구례산동산수유마을 스케치여행에서 담아온 작품입니다. 산수유 그림이라 함께 올려보았습니다.
경북 의성군 산수유마을은 인터넷이나 지도에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확인해 보시고 출발한다면 전국어디서나 쉽게 찾아 갈 수가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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