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3년(4기)

딸아, 지는 꽃의 의미를 너는 아니?

대한민국 산림청 2013. 5. 22. 12:18

딸아, 지는 의미를 너는 아니?

 

 

산림청 블로그 주부 기자단 김민주

 

 

 

은 왜 이라 부를까? 정말 꽃처럼 아름다운 이름이다.


플라톤은 모든 사물에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사물의 본질적인 원형(原形)인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장미, 국화, 백합 등 이러한 각각의 꽃은 '꽃'이라는 이데아가 있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 눈에도 아름다운 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꽃이 '꽃'이라는 단어 대신 '물'이나 '떡' 혹은 '책상'이었다면 얼마나 어울리지 않은 이름일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처럼, 장미가 장미라는 이름이 아니었어도 향기는 났을 테고, 로미오가 로미오가 아니었더라도 그 미덕은 변하지 않았겠지만,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 있다면 아마도 '꽃'일 것이다. 언어에도 생명이 있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꽃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핀다는 것은 침묵이 있었다는 것이다. 핀다는 것은 미리 그 앞에 죽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피어나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어둠이 있어야 하고 닫혀 지는 것, 숨겨져 있는 것, 결핍과 고통과 무가 있어야만 한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시멘트 틈에서, 혹은 나무로 만든 평균대 기둥에서 피어난 꽃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옥상의 민들레처럼, 풀 한 포기 자라나기 어려운 곳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오롯이 방긋 웃는 꽃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찌푸린 얼굴을 피고 경이로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작다고 우습게 볼 것도 아니다. 작은 것이 인간사에서나 불리한 조건이다. 작은 것들에도 있을 건 다 있다. 꽃이 꽃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한 가지도 부족함이 없다.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면서도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식물의 힘이 봄이 되면서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건 그런 것이라고 온 몸으로 보여준다.

 

 

 

 

꽃에서 자연의 신비를 느낀다.  꽃은 최소 공간에 최대의 씨앗을 촘촘하게 배치하는 최적의 수학적 해법으로 피보나치 수열을 따른다. 피보나치 수열의 조합대로 정렬된 꽃과 잎사귀들에서 과학이 설명해 낼 수 없는 자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또 각종 꽃에는 놀랍도록 신기한 효능이 있다. 항산화 효과, 손상된 피부의 재생 기능, 아로마테라피와 디톡스, 면역력 증강 등 각종 질병의 치유와 예방에도 유용하다.

 

 


꽃은 사람을 다가가게 한다. 꽃이 쓸모가 있어서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꼭 쓰임이 있어야, 유용해야,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꽃은 그저 꽃이기에 아름다우며, 인간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재생의 힘을 다져준다.

 

 

 

 


이 꽃도 홀로 존재할 수는 없다. 세상의 어떤 것도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동물과 동물의 공존이 아닌, 식물과 동물의 공존. 땅에 수직으로 붙박여 사는 식물에게 바람과 곤충 같은 자연은 또 하나의 생명의 연장이요 부활의 수단이다. 즐거운 공존이 가능해진다.

 

 


인간이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남김으로서 종말이라고 여기지 않듯 꽃 역시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어 종말이 와도 그 종말은 새로운 삶을 기약하는 죽음이다. 민들레는 홀씨는 사방에 날려 보냄으로써 자연의 약속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연은 봄보다 더 허무한 우리의 인생에 베푸는 가장 큰 미덕이다. 그 자연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면서도 우리 가까이 있으며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꽃이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고 나무를 보고 꽃을 보며 생명의 순환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활짝 피는 꽃만이 꽃은 아니다. 안도현님의 글을 읽으며 지는 꽃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들아, 알겠느냐? 그러니까 저 석류 두 알은 / 저 혼자의 힘으로 열매가 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 지난 여름 땅으로 떨어져간 수백송이의 꽃들 / 그 지는 꽃들의 도움으로 / 가까스로 열매가 맺힌 거란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을 보면 해답이 보일 것이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이며, '내가 앉은 자리가 꽃방석'이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때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하는 5월이다. 꽃와 자연이 함께하는, 새 신부 같은 5월의 축복이 모든 이에게 골고루 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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