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자태가 용트림하는 듯 시원하게 하늘을 올라가는 소나무 - 경남 함양 병곡면 도천리 소나무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김종신
1위 67.7%, 2위 5.6%. 압도적인 지지로 1위에 당선(?)된 나무가 소나무다.
2010년 3월, 산림청에서 10년마다 실시하는 <우리국민의 산림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67.7%가 소나무를 좋아한다고 나왔다. 2위 은행나무가 5.6%이니 대다수 국민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소나무로 지어진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새 생명을 알리는 금줄에는 솔가지가 끼워졌다. 소나무로 밥을 지어 먹었다.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고 살았다. 소나무로 짠 관에서 들어가 세상살이를 마무리했다. 그만큼 소나무는 우리 곁 가까이에 있다. 또한, 소나무 송(松)이라는 한자는 중국 진시황제가 길을 가다 소나기를 만났는데 소나무 덕으로 비를 피해 고맙다는 뜻으로 공작이라는 작위를 내려 목공(木公)이 되었다. 목공(木公) 두 글자가 합쳐져 송(松)자가 되었단다.
나 역시 소나무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우리 집 아이들 이름 속에 <햇살 가득 머금은 푸르른 소나무처럼 옹골차게 살라>는 바람을 담아 ‘해찬솔’이라고 지었다. 큰 애가 해찬, 둘째가 찬솔, 막내가 해솔이다.
▲ 경남 함양 도천리
처가에 가기 위해서는 경남 함양의 천 년 숲 상림공원을 지나야 한다. 상림공원을 지나 병곡면사무소 소재지에 다다르기 전에 도천리가 있다. 함양읍에서 병곡면과 백전면으로 가는 도로 옆에서 빗겨 들어와 보면 돌담 많은 진주(진양) 하씨 집성촌, 우루묵동네가 바로 그곳이다. 졸졸거리며 흐르는 개울과 돌담 사이를 걸어 마을 중간으로 나가면 하륜부조묘인 ‘진산부원군부조묘’를 만난다. 조선 건국의 주역이었던 정도전의 맞수였던 하륜 대감이 누구던가. 오백 년 조선의 근간이 될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이가 아닌가. 이 동네는 조선 시대 하륜과 달리 또 다른 삶을 살아간 근현대사의 인물이 있다.
▲ 하륜대감 부조묘. 먼저, 의사(義士) 하승현이다. 1919년 4월 2일 함양 장날 때 만세 시위를 주도하다가 일본 헌병은 총격을 받아 현장에서 장렬하게 순국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하승현의 아버지 하재연과 숙부 하재익이 헌병에게 달려들자 총격을 가하여 역시 순국하였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인물들이 많았던 이 동네에 또다른 명물이 있다. 하륜부조묘를 나와 다시 10여 분 더 걸어가면 이 마을 할아버지들의 쉼터로 널리 이용된다는 느티나무가 나오고 느티나무에서 10m 거리에 경상남도 기념물 213호인 소나무가 있다.
▲ 함양 도천리 소나무
나무 앞에 서 있는 안내판에 따르면, 이 나무는 수령이 350여 년이고 높이는 10m, 둘레는 2.8m, 하늘에서 사방으로 뻗친 가지의 폭은 20m라고 한다. 아래에서 바라보면 땅에서 박차고 나온 힘찬 형세의 나무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용이 우물에서 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라 용천송(龍天松)이라 부른다고 한다. 특히나 소나무 아래에는 샘물이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즐겨 떠 마신다고 동네 사람이 귀띔을 해주었다. 떠 마실 바가지가 없어 아쉽게 입맛만 다셨다.
▲ 소나무 밑 샘물
이 소나무는 출생비밀과 전설을 가지고 있다. 하륜 대감의 후손 중에 하맹보가 이 우물 뒤에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헐려 대나무가 심어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다) 선생의 부인은 매일 새벽 이 우물의 맑은 물을 떠놓고 남편과 아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남편은 충, 효, 예를 갖춘 공신(功臣)이 되었고 아들도 벼슬을 지냈다고 한다. 아들이 어머니의 정성을 기리기 위해 우물 위에다 한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 나무가 점점 자라면서 용이 승천하는 모습으로 변해 현재에 이른다고 한다.
▲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한 용천송(龍天松)
미인대회에 나온 미스코리아처럼 빼어난 자태가 용트림하는 듯 시원하게 하늘을 올라가는 형상의 소나무 덕분에 기분마저 하늘을 나는 듯 상쾌했다.
이렇게 우리 곁에 있는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요즘 산림청을 비롯해 산림 관계자들이 고생이 많다. 치사율 100%. 걸리면 죽는 병. ‘소나무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을 박멸하기 위해서다. 소나무재선충병에는 치료법이 없고 효과적인 예방법도 없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10월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전국에서 784만 그루의 소나무가 말라죽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의 명줄을 끊는 재선충이라는 병원균과 재선충을 여러 소나무로 옮겨 주는 매개 곤충인 솔수염하늘소의 공생으로 피해지역이 넓어진다. 재선충은 0.6~1mm의 작은 곤충인데 번식력이 무척 강해 재선충 한 쌍이 20일 만에 1주일 만에 20만 마리로 급속히 번식한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의 몸 안에서 자라는데 1마리의 솔수염하늘소가 약 1만 5000마리의 재선충을 몸속에 지니고 있다.
. ▲ 아래에서 바라본 도천리 소나무.
몸 안에서 재선충이 일정 정도 자라면 솔수염하늘소는 재선충을 품고 주변의 소나무를 찾아 날아가는데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는 거리가 4km라고 한다. 그렇게 옮겨간 재선충이 소나무 줄기를 파고들어 보금자리를 만들도 뿌리에서 잎으로 올라가는 수액을 빨아먹고 자란다. 또한, 수액이 이동하는 통로 수관(水管)마저 막혀 말라 죽는다. 말라 죽은 소나무는 솔수염하늘소의 최적의 산란장소가 된다. 날아온 솔수염하늘소가 날아와 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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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의 소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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