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4년(5기)

두 여자의 꽃보다 "경주, 남산 "

대한민국 산림청 2014. 3. 27. 16:39

두 여자

꽃보다 "경주, 남산"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김남우


 

 두 번째 경주다. 짧은 2박 3일의 여행이지만, 떠나기 전날까지 무엇을 할지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바쁜 일상 탓이기도 했지만, 무엇을 하든 그저 좋을 경주에 대한 무한 신뢰감이기도 했다. 6년 전 처음 경주에 왔을 때 유명하다는 곳은 죄다 둘러보았던 터라, 그저 이번 여행은 타박타박 걷고 쉬며 경주를 천천히 느껴보고 싶었다. 떠나기 1주일 전쯤 경주 관광청에서 신청한 관광 지도를, 떠나는 고속버스 안에서 살펴보는 느긋한 여자 둘. "남산을 보지 않고서는 경주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 이 한 줄의 문장을 만나기 전까지, 우리가 경주까지 가서 산행을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 그렇게 등산화조차 챙겨가지 않은 채로 우리의 마음은 이미 남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기… 그냥 산인데요. 뭐 그냥 크게 볼 건 없는데…." 호텔의 젊은 여직원에게, 남산 코스에 대해 물었다가 들은 말. 우리가 또래 여자애들보다 산을 특별히 좋아라 하는 여자들이라는 사실을 뭐 굳이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호텔 프런트에서도,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아주머니께서도 "남산은 뭐, 그냥 볼 거 없는데…." 하시는 바람에 '이거 괜히 그냥 동네 뒷산에 오르는 걸까?' 살짝 의기소침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곳 사람들에게 경주는 버스를 타고 창밖을 지나는 풍경이자, 그 자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인 유적지니 새삼 우리만큼 특별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들은 매일 천 년의 무덤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다.

 

 

 


 Bus Trip : 경주의 흔한 버스 창밖 풍경. 곳곳에서 능을 만나볼 수 있다.
처음 경주에 왔을 때, 이 차창 밖 특별한 풍경에 특히나 매료되었던 것 같다.

 


역사기행 + 산행을 동시에 즐기는 특별한 보물山
산림청이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 <경주 남산>

 

 

 

 

버스를 타고 남산 서쪽 자락에 있는 <삼릉>에 도착했다. 평일 오전 이른 시간이라 더 조용하고 한적해서 신비롭기까지 하던 산의 입구. 우리와 함께 버스에서 내린 사진 속 젊은 부부는 외국인이었는데, 한국인인 나도 처음 와본 이곳에 지도 한 장만을 의지한 채로 주변을 살피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맞은편 <남산안내소>에서 지도를 건네받고 코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곳 남산은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삼릉에서 용장리까지 대략 6.3km 총 6시간이 소요되는, 삼릉의 웅장한 소나무 숲을 지나 계곡과 능선을 따라 금오봉 정상을 거쳐 용장 계곡으로 내려오는 <서남산 삼릉골 코스>를 선택했다. 이 길 위에서 20개가 넘는 삼국시대에서 고려 초기의 신라 불상을 만나볼 수 있다. 남산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데 694점의 문화유산이 남아있고, 이 중 국보 1점을 비롯하여 48점이 우리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신라의 시작과 끝은 모두 남산에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산 전체가 자연 유산이 아닌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사례는 매우 드문 전례라고 한다. 게다가 남산은 국립공원 중 가장 작은 산이다.

 

 


<경주 남산 연구소> www.kjnamsan.org 사전 예약을 하면 무료로 전문 해설가와 함께 코스별로 남산 답사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반나절이 걸리는 산행에 도시락은 필수. 생활의 달인에도 소개된 경주 <교리 김밥>

 

 

 

 

 


엘튼 존(Elton John)이 반한
삼릉, 천 년의 토종 우리 소나무 숲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우리 민족에게 남산, 그리고 소나무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묘 주변에 소나무를 심었다. 우뚝 솟은 소나무의 생명력이 액운을 물리치리라는 믿음이었다. 삼릉 소나무 숲은 외래종에서 느낄 수 없는 토종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자태가 커다란 왕릉을 호위하고 있는데, 옛날 신라인들이 궁궐과 집을 짓고 땔감을 위해 곧은 소나무를 모두 사용한 터라, 굽은 소나무만 남았다는 설도 전해진다. 또한, 이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 숲이 더더욱 유명해진 이유가 있는데, 바로 배병우 작가의 삼릉 소나무 사진 때문이다. 그가 찍은 사진이 2005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가수 엘튼 존에게 팔린 후, 안개 낀 이른 새벽 이곳 삼릉에는 그 장관을 담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소나무 숲에 서 있으니, 그 기상을 고스란히 전달받는 기분이 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이 이따금 나타나, 산림청과 경주시에서는 이 소중한 우리의 자연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소나무 숲의 감흥을 뒤로 하고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탐방로를 지나자마자 첫 번째 불상과 마주쳤다.

 

 


왼쪽: 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상 (지방유형문화재 19호)
오른쪽: 삼릉계곡 석조여래좌상 (보물 666호)

 

 


그러니까, 남산은 이런 식이다. 산행을 하다 한숨 돌려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바라보며 호흡을 하는데, 그 틈으로 순백의 기운을 마주한다. 깜짝 놀란다.

 

특별한 화살표도 없다.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 초행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게 남산은 지도 속 구석구석 숨겨진 보물을 찾는 재미가 있는 보물 산이다.

 

 

 


몇 개의 불상들을 만나고, 또 나무 계단을 쉼 없이 오르다 숨이 턱까지 가빠올 때쯤 중턱에서 상선암을 만나볼 수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나니, 신라의 벌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경주 지역이 분지임을 고려하면, 남산은 이 일대에서는 우뚝 솟은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산의 높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금오봉 468m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만난 부부.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아주머니께서 하신 말씀 한마디가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이 작은 산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 거대한 문화유산은 고작 500m밖에 되지 않는다. 명산은 산의 높이, 산새가 전부는 아니다. 산행하는 내내 두 손을 꼭 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를 토닥이던 부부가,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젊은 처자 둘이 좋다고 그리 기념사진을 찍고 있으니 "예쁜 아가씨들이네." 하고 말씀해주신 아저씨 한 분도. 산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남산의 기운이 깃들기를, 행복하기를, 마음으로 기원했다. 우리는 마지막 종착지인 용장사지 3층 석탑을 찾아 다시 걸었다. 이제부턴 하산 길이다.

 
 
대한민국 산에서 가장 높은 석탑을 만나러 가는 길
남산, 용장 사지 3층 석탑

 

 


그렇게 한참을 걷고 걸어 주변 장관을 살펴보고 감탄하던 중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던 그 순간.
드디어, 용장 사곡 삼층석탑 (보물 186호)을 만나다.

 

 

 

정말로 난데없이 나타났다. 석탑을 발견한, 그때의 그 기분을 다시금 떠올려도 생생히 벅차오른다. 사실 경주 남산에 오르기로 선택하고,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다. 이 용장 석탑 하나를 바라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웅장함에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벅차올랐다. 석탑의 높이는 4.5m에 불과하지만, 해발 380m의 산을 기단으로 하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탑이라고 할 수 있다. 석탑 아래는 아찔한 절벽이고, 석탑이 딛고 서 있는 그 아래 용장 사지에서 7년을 머물며 김시습은 금오신화를 지었다.
 
굳건한 세월의 바위틈에서도 그 기상을 뻗어 나가는 나무줄기가 숭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용장 계곡으로 하산하는 가파르고 험한 길목에서 밧줄과 맞닥뜨렸을 때 기꺼이 잡아주시고 "느그들 어디에서 왔노?", "퍼뜩 따라오너라. 여기 또 위험하데이." 산행을 끝마칠 때까지 우리를 살펴 주셨던 잊지 못할 경상도 아저씨 두 분. 지역은 달라도,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늘 좋았다. 경주 남산에서 만난 사람들 한명 한명은 더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용장 계곡에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
뒤를 돌아볼 것, 그리고 감탄할 것
 
삼국유사에 의하면, 남산에서 모임을 하고 나랏일을 의논하면 반드시 성공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용장 계곡 어디에서나 뒤를 돌아보면 삼층석탑이 보인다. 나무들 사이에서 석탑의 끄트머리가 뭉클하게 솟아있다. 1000년 전 누군가도 저 멀리 삼층 석탑을 바라보며, 기도했을 것이다.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산에 오면 늘 그렇다. 이 자연 앞에 서면 잠시나마 모든 걸 내려놓고 내 진짜 마음속 소망을 들추게 된다. 솔직하게 나를 바라볼 용기가 생기고, 내 안에 미움과 상처를 내려놓고 싶다. 다시금 잘 살아가고 싶은 하는 희망 같은 것. 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그런 것이다.

 

지난번 경주 여행에선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역사의 진짜 경주를 체험한 그런 산행이었다. 천 년 고도 신라의 유물과 유적 앞에서, 우리의 자연 유산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가꿔가는 사람들을 만났고, 또 새로운 천 년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그 길 위에서 우리도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었다. 돌에 그 마음을 새기며, 길을 걸었을 누군가의 염원이 내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서, 내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남산은 우리에게 천 년의 시간 여행을 선물했다.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틀간의 짧은 여행 중 꼬박 하루를 내어 쓴 땀의 시간은 그토록 값졌다.

 

 

 

 

정일근, <경주 남산>
 
마음이 길을 만드네
그리움의 마음 없다면
누가 길을 만들고
그 길 지도 위에 새겨놓으리
보름달 뜨는 저녁
마음의 눈도 함께 떠
경주 남산 냉골 암봉 바윗길 따라
돌 속에 숨은 내 사랑 찾아가노라면
산이 사람들에게 풀어놓는 실타래 같은 길은
달빛 아니라도 환한 길
눈을 감고서도 찾아갈 수 있는 길
사랑아, 너는 어디에 숨어 나를 부르는지
마음이 앞서서 길을 만드네
그 길 따라 내가 가네.

 

 

 


 Tip Tip Tip

 

▶ 도움이 될 만한 웹 사이트
경주시 문화관광 관광안내지도 무료 신청
산림청 100대 명산 <남산>
경주 국립공원
경주 남산 연구소 
 
 
▶ 경주, 남산이 소개된 TV 프로그램
MBC 스페셜 504회 <이 가을 남산 이야기 2010. 11. 19>
KBS 1박 2일 356회 <유홍준 교수와 함께한 남산 답사기 2011. 10. 16> 
 
 
▶ 경주 남산을 이야기하는 추천 도서
강운구 <오래된 풍경>, 열화당
박홍국 <신라의 마음 경주 남산> 한길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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