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10월 두 번째 주말에 단풍과 절경으로 유명한 충청북도 단양군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아직 좀 이르다 싶었지만 실제로 소백산맥에 위치한 단양을 방문해 보니 단풍이 어느 정도 들어있더군요. 그중에 으뜸은 바로 단양 8경이었습니다. 단양 8경으로는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사인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있는데요, 저희 가족은 관광소개소에서 추천한 곳을 위주로 돌았습니다. 팔경 모두를 돌기엔 시간도 부족했기에 사인암, 도담삼봉, 석문을 먼저 구경하고, 거기다 이곳과는 사뭇 다르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수동굴과 구인사를 들러 본 것입니다. 단양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바로 사인암이었습니다. TV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도 다녀간 곳으로 아름다운 기암절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은 기암절벽 위에 서 있는 멋스러운 노송과 아래로 흐르는 푸르고 깨끗한 계곡물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70미터 높이의 이 기암절벽은 고려 말의 학자 우탁(1263~1343년) 선생이 정4품 ‘사인재관’ 벼슬에 있을 때 휴양하던 곳이라 해서 사인암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인암 앞에는 긴 흔들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가 놓인 계곡은 운선계곡으로 단양팔경의 계곡 중 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그며 사인암과 그 주변을 바라보니 신선이 된 듯했답니다. 아직은 한 낮이라 그런지 계곡물이 시원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도담삼봉이었습니다.
남한강의 맑고 푸른 물이 유유히 흐르는 강 한가운데에 위치한 도담삼봉은 늠름한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좌우로 첩봉(딸봉)과 처봉(아들봉)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자신의 호를 삼봉으로 정할 만큼 멋진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장군봉에는 ‘삼도정’이라는 육각정자가 있는데 이곳의 석양을 보고 퇴계 선생은 주옥같은 시 한수를 다음과 같이 남겼다고 합니다.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석양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별빛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도담삼봉에서 석문으로 가는 길엔 1998년 음악분수대가 설치되어, 도담삼봉과 석문을 찾는 관광객이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야간에 분수대에서 춤을 추는 듯 한 물줄기는 한층 더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도담삼봉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도 약간씩 다르더군요. 그 다음 행선지인 석문은 바로 도담삼봉 주변에 있었습니다. 음악분수대를 지나 가파른 산을 오르면 볼 수 있는데 가는 중간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각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 본 도담삼봉 모습입니다.
잠깐 정각에서 쉬다 다시 힘을 내서 걷다보니 독특한 모습의 석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구름다리 모양의 돌기둥 자연경관자원 중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으로 학술적 가치도 크다고 합니다. 석회동굴이 붕괴되고 남은 동굴 천장의 일부가 마치 구름다리처럼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석문 자체의 형태도 특이하고 아름답지만, 석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한강과 건너편 농가의 전경이 마치 사진 프레임을 보는 듯이 아름다웠습니다. 석문 안에 살았다는 마고할미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등 희귀하고 아름다운 곳이기도 합니다. 석문 주변이 조금씩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지금도 아름답지만 좀 더 울긋불긋해지면 더 환상적일 듯합니다. 석문과 도담삼봉은 지근거리에 있으므로 같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곳은 유료주차장입니다.
석문을 보고 다음으로 간 곳은 고수동굴입니다.
남한강 상류 충주호반의 단양읍 금곡천 냇가에 위치한 이 동굴은 1976년 9월 1일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 받은 화려하고 가치 있는 문화재 동굴입니다. 고수동굴은 1976년에 유신학원에 의하여 석회암 동굴의 자연관찰 현장학습장으로 개발되었답니다. 이곳은 대부분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일정 장소에 한하여 사진촬영을 허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일하게 사진 한 장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종유석, 석순, 돌기둥, 유석 등이 있는데, 등우봉 줄기인 고수봉 지표면의 둘리네(doline)에서 투수(透水)된 지표수가 상층부를 확장시키면서 동굴 내에 갖가지 2차생성물의 지형지물을 이루게 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짧지 않는 거리이지만 다양한 내부 모습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부 온도가 낮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험난한 동굴내부를 돌다보니 약간 더울 정도였습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여정은 구인사입니다. 사찰규모가 크고 그 곳에 있는 건물이 색달라서 유명한 사찰인데요, 사실 사찰주변도 좋았지만 그곳을 가는 길이 참 예뻤습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구인사 가는 길은 주변 단풍으로 많은 포토 존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구인사는 계곡을 끼고 지어졌는데 천태종 총본산이랍니다. 소백산 줄기에 절묘하게 지어진 사찰들은 그 규모도 커서 꼭 중국을 온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구인사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대조사전에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릅니다. 하지만 제일 높은 곳, 대조사전에 오르면 이런 고생도 싹 가십니다. 이 대조사전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입니다.
다시 구인사를 내려오면서 살펴보니 오를 때는 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풍경을 여유롭게 보며 내려오다 주변 농가에서 재배한 옥수수를 파는 가게에 발길이 자연스럽게 멈추더군요. 배도 고프고 신선해 보여 여기서 한 묶음의 삶은 옥수수를 사 먹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오늘 하루 동안 들른 곳에 대해 애들과 두런두런 얘기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단양은 팔경도 유명했지만 그 외에 찾아가 볼 곳이 많았습니다. 어느 한 지역이 아니더라도 단양 곳곳이 가을 여행하기에는 참 좋은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단양팔경 중 사인암, 도담삼봉, 석문을 보더라도 왜 단양팔경이 가을 여행지로 으뜸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가족과 함께한 참 즐겁고 행복한 가을여행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