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4년(5기)

제주 올레길에서 발견한 장모의 사위사랑

대한민국 산림청 2014. 10. 18. 11:02

 

제주 올레길에서 발견한

장모의 사위사랑

- 사위질빵 -

 

산림청 블로그 일반인 기자단 김화일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다. 하지만 세상의 어느 성문 헌법에도 여자의 변신을 두고 구체적인 죄형을 거론한 적은 없다. 아이로 태어나서 소녀로 성장하고 어느덧 여자가 되면서 급기야 엄마가 되고 아줌마를 거쳐 할머니로 소멸해가는 것이 오늘날 이 땅을 사는 여자들의 변신이다. 우리 엄마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게 살다간다. 하지만 여자의 변신 중 딱 하나, 자신의 의지로 될 수 없는 게 있으니...

장모~! 딸을 여럿 두어도 딸들의 협조가 없으면 절대로 될 수 없는 자리가 바로 장모이다.

 

 

과년의 연식을 살고도 여태껏 엄마를 장모로 만들어 주지 못한 불초의 중죄인인 여인들 세명이 찾은 제주 올레길, 거기서 우연히 발견한 남의 이야기 같은 장모의 사위사랑을 소개한다.

 

 

이 녀석은 이름도 "사위질빵"이다. 너무나 보수적이고 너무나 향토색 짙은 이름이다.

꽃처럼 생겼으나 잎도 지고 꽃도 일찍이 져버린 채 지금은 그 자리에 탐스런 결실을 달고 있는 중이다. 따뜻한 제주 땅에 살고 있는 탓에 지금은 푸른 열매를 달고 있지만 조만간 검은 색으로 익어 갈 것이다. 사위질빵...

이름그대로 사위의 멜빵끈(지게끈)이라는 뜻이다. 하필이면 사위의 지게 끈일까, 머슴도 있고 남편도 있고 아들도 있을텐데.

 

 

사연인즉...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그 시절에는 사위가 처가의 농사일을 도와주던 관습이 있었다. 그 때 사위를 너무나 아끼던 장모가 있었는데, 처가의 일을 헌신적으로 돕고 있던 사위가 혹시라도 무거운 짐으로 인해 허리를 다칠까봐 사위의 지게끈을 약하고 잘 부러지는 사위질빵의 줄기로 바꿔 달아주고, 보다 질기고 강인한 할미밀빵(할미밀망)의 줄기는 자신의 멜빵끈으로 사용했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사위를 자신의 몸보다 더 아끼는 장모의 사랑이 눈물겹다.

 

 

여름에 피는 사위질빵의 꽃이다. 한의학에서는 사위질빵을 ‘위령선’, ‘백근초’로 부르기도 하는데, 요통, 관절염에 효능이 있지만 생으로 잎이나 줄기를 먹었다가는 입이 헐고 위장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옛날 옛적,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어린잎을 나물로도 먹었는데 반드시 삶아서 독성을 제거한 후에 식용해야 한다.

 

 

봄에 피는 할미밀빵(할미밀망)의 꽃이다. 이 꽃 사진은 지난 초여름, 태백의 검룡소 가는 길에 찍은 것인데, 사위질빵과 할미밀빵은 사실 구별이 쉽지 않다.

 

 꽃의 총상으로 보면 사위질빵은 군락을 이뤄 단체로 피고, 할미밀망은 드문드문 떨어져서 핀다는 것이 차이인데, 잎을 보면 세잎구조로 된 것이 사위질빵이고, 다섯잎 단위로 된 것이 할미밀망이다. 또 꽃이 봄에 피면 할미밀망이고 여름에 피면 사위질빵. 둘 다 풀이 아니라 덩굴성 목본류이며 우리나라 특산종이기도 하다.

 

아무튼, 사위를 아끼는 장모의 사랑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꽃나무 이름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나무하나, 꽃이름 하나에 녹아든 우리 선조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 어머니께는 아직 만들어드리지 못한 이름, ‘장모’! 제주 올레길 14-1코스에서 발견한 보물인 사위질빵은 그래서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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