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이 넘실대는 함평 모악산과 영광 불갑산 연계산행
해마다 9월 중순이면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 등 남도의 유명 사찰에는 빨간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꽃무릇' 이 환상이죠.
때맞춰 이곳에선 꽃무릇 축제도 열리는데요, 한국 최고의 꽃무릇 군락지인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를 하루에 다 볼 수 있는 등산코스를 여러분에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광주에서 국도 22호선을 따라 영광을 가다 보면 국군함평병원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함평 용천사까지는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찾아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꽃무릇의 고장답게 용천사로 가는 길가는 온통 꽃무릇으로 덮여 있는데요, 한국 3대 꽃무릇 군락지인 '용천사' 에 핀 꽃무릇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해 보니 벌써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산행코스 안내
오늘 산행은 함평 용천사에서 출발해 용봉과 구수재를 거쳐 영광 불갑사로 하산할 예정인데요,
도상거리 5.73km에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32분이며 전체적인 난이도는 매우 쉬운 코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복장으로도 쉽게 갈 수 있는 코스가 되겠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의 꽃무릇을 보여주기 위한 코스로 짧게 잡았지만, 불갑산 정상인 연실봉을 거쳐 노루목 방향으로 하산한다면 약 2.5km 정도 더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함평 용천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부도전이 있는데요, 꽃무릇에 스민 아침빛이 매우 좋아 한참을 머물다 가게 됩니다.
용천사 경내에도 꽃무릇이 만개했는데요, 백제 침류왕 원년(384년)인도에서 온 마라난타 스님이 영광 불갑사와 함께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함평 용천사는 일본에서 발견된 사료로 확인된 창건연대는 백제 22대 왕인 문주왕(475~477) 때로 행은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용천사에 이어 갈 영광 불갑사는 백제시대 처음으로 불교가 들어온 사찰인데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불교가 전래한 것은 고구려 17대 왕인 소수림왕 372년 6월로 약 12년 정도 고구려보다 늦게 불교가 백제에 들어왔답니다.
'용천사 꽃무릇' 은 약 30만 평에 이르는 한국 최대의 자연 상태 꽃무릇 군락지로 해마다 9월 중순이 되면 불자 외에도 꽃무릇을 보고자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용천사를 찾는데요,
오늘 안내하는 코스로 불갑산 연실봉을 거쳐 불갑사로 내려가는 코스가 '인기코스'입니다.
백제 최초의 사찰인 영광 불갑사에 이어 나주 불회사가 세워졌는데요,
그다음 세워진 것이 바로 함평 용천사입니다. 지금은 비록 불갑사보다 사찰규모가 작지만, 용천사는 통일신라 원성왕 1년 (785년) 중국 선종의 중흥조인 육조 혜능대사의 제자인 행사존자에 의해 서남해의 대사찰로 발전하다가 조선 인조 10년 (1632년)에 대웅전을 중창하고 1638년에 쌍연선사와 개연선사가 그 외 당우를 짓고 단청을 마쳤다는데요, 정유재란 때 불타고 그나마 남아있던 건물들도 6.25를 거치면서 모든 건물이 불타버리고 석조물 등만 남았었는데, 1990년대 들어 대웅전, 지장전, 요사채, 사천왕문 등 천년고찰 용천사 복원 불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꽃무릇은 용천사 경내뿐만 아니라 모악산기슭에도 만발했는데요, 그야말로 꽃무릇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방은 아직 신록으로 우거졌는데, 유난히 붉은 꽃무릇이 그 틈 사이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군요.
영광 불갑사 꽃무릇은 주차장부터 불갑사까지 잔디밭에 조성된 꽃무릇도 장관이지만, 불갑사에서 구수재까지 이어지는 동백골이 더 압권입니다. 용천사 꽃무릇도 용천사 뒤에서 용봉까지 이어지는 산자락이 장관인데요, 꽃향기에 취해 금세 용봉까지 오르고 말았답니다.
'용천사 꽃무릇 군락지의 특징'은 구절초와 함께하는 멋이 있다는 것인데요,
구절초뿐만 아니라 색을 달리하는 수십 종의 야생화까지 피어나, 그야말로 총천연색 꽃 파노라마가 펼쳐진답니다.
용천사에서 용봉까지는 약 700m로 경사도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데요, 산책로가 잘 조성돼 모악산과 용봉으로 이어지는 꽃무릇 힐링코스는 평상복으로도 쉽게 다닐 수 있습니다~
함평 용천사에서 모악산을 거쳐 용봉으로도 내려올 수 있는데요, 불갑사까지 가지 않아도 다시 용천사로 내려가면서 충분히 꽃무릇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승용차 편으로 용천사를 찾았다면 이렇게 한 바퀴 빙 돌고 내려가 차를 가지고 다시 불갑사로 가서 동백골까지 다녀오면 되는데요,
차량이용 TIP : 꽃무릇 축제 기간 에는 두 곳 모두 주차하기가 만만치 않아서 될 수 있으면 용천사에서 불갑사로 등산하는 코스를 택해 택시를 이용해 차량을 회수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용봉에서 구수재까지는 대숲 우거진 길로 200m 정도 가면 나오는데요, 거의 평지나 다름없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답니다.
'구수재'입니다. 구수재는 불갑사와 용천사 갈림길인데요, 계속해서 등산하고 싶다면 불갑산 정상인 연실봉 방향으로 직진하면 됩니다.
오늘은 꽃무릇 힐링코스를 안내하려고 하니 구수재에서 좌측 동백골로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영광 불갑산은 비교적 야트막한 산이지만, 계곡이 있어 시원한 물줄기를 볼 수가 있는데요, 계곡물에 반영된 꽃무릇이 수채화처럼 흐트러져 있어 또 한참을 머물게 합니다.
꽃무릇을 '상사화'와 헷갈리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은데요, 둘 다 수선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야생구근식물로 잎이 지고 나서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기에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인 것은 같습니다.
꽃무릇은 석산이라 부르는데요, 9월 중순 이후 피고 색깔도 붉은색이지만 상사화는 꽃무릇보다 한 달 정도 빠른 7~8월에 꽃을 피우고 색깔도 노란색, 흰노란색, 분홍색, 붉은색 등 다양합니다.
주로 사찰 주변에 꽃무릇이나 상사화가 많은 것은 뿌리에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이 방부효과가 있어 스님들이 탱화를 그린 후 그림을 보존하기 위해 쓰기 위해 사찰 주변에 심은 것이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꽃무릇은 원산지가 일본, 상사화는 한국이 원산지라고 합니다.
돌 틈 사이로 핀 꽃무릇이 훨씬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뿌리내리기 쉽지 않은 척박한 땅에서도 꼿꼿하게 뻗은 꽃대가 마치 기개가 드높은 선비 같아서인데요, 솔숲과 잘 어우러집니다.
동백골을 중심으로 사방이 모두 꽃무릇 천지인데요, 해가 중천에 떴음에도 햇빛 조차 스며들지 않은 동백골은 불갑사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꽃무릇 관광객으로 넘쳐납니다.
불갑사로 가까워질수록 꽃무릇의 붉은빛도 더 강렬해집니다.
꽃무릇은 사진 찍기가 상당히 어려운 피사체인데요, 꽃대가 길어 바람에 잘 하늘거리고 꽃도 가느다랗고 길어 초점이 잘 안 맞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아침 빛이 좋은 곳은 어둠 속에서 꽃무릇이 유난히 더 빛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기 때문입니다.
함평 용천사가 경내에까지 꽃무릇이 피었다면 영광 불갑사는 뜻밖에 경내에 꽃무릇 개체가 적은데요, 대신 대웅전에서 팔상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핀 배롱나무꽃이 아직도 화려한 모습을 유지해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영광 불갑사는 백제 최초의 사찰로 침류왕 원년인 384년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 스님이 세웠다고 합니다.
법성포의 옛 이름이 아무포(阿無浦)였고, 마라난타 스님에 대해 선광사 연기(善光寺 緣起)에 적힌 내용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불갑사 무각선원' 앞에도 꽃무릇이 만개했는데요, 무각사 앞은 노랑 상사화 군락지였는데 한 달 정도 일찍 피고 져버려 지금은 볼 수가 없습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잎은 꽃을, 꽃은 잎을 그리워한다'는 뜻에서 상사화(相思花)인데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오늘은 산림청 대표 블로그 '푸르미의 산림이야기'를 찾은 분들에게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 대한민국 3대 꽃무릇 군락지 중 두 곳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채 6km가 안 되는 적당한 산행과 함께 무려 100만 평에 이르는 꽃무릇 군락지를 거닐며 그 향기에 흠뻑 취해 봤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단풍철에 접어든 10월이 되었음에도 여기저기 꽃무릇이 많이 보이는데요, 내년 꽃무릇 산행 계획이 있다면 오늘 제가 안내한 코스를 따라가 보면 어떨까요?
산행으로 건강도 얻고 '꽃무릇 산책'으로 힐링도 경험할 수 있는 알뜰살뜰한 산행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