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st 소셜 기자단 -/2016년(7기)

호랑이가 살고있는 '국립수목원'

대한민국 산림청 2016. 9. 6. 14:03

 

호랑이가 살고있는 국립수목원

 

 

 

 

산림청 블로그 전문필진 고영분

 

 

 

무더위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 무렵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 찾았습니다.
계절상으로 약간 애매하지만 워낙 숲을 좋아하는 조카 덕분에 길을 나서게 됐습니다.
늘 산만 다니다가 수목원에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인위적인 숲을 좋아하지 않아서 혹시나 지루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그곳엔 의외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광릉 국립수목원은 미리 예약을 하고 입장해야 합니다.

하절기와 동절기 입장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꼭 시간을 확인하셔야 하고, 무료입장이라도 예약은 필수입니다. 예약은 국립수목원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http://www.forest.go.kr

 

 

우리는 오른쪽으로 해서 산림박물관을 지나 산림동물보존원까지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것보다 꽤 거리가 되기 때문에 걷기 위한 편안한 복장한 운동화 정도는 준비해야 합니다. 7살 조카를 포함해서 우리가 걸은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목원 입구 주변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매점이 없기 때문에 음료와 약간의 간식은 챙기는 게 좋습니다.

 

 

예약을 확인하고 수목원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어린왕자가 반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왕자라고 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서 옆에 앉으면 거인왕자처럼 보였습니다.

 

 

이곳은 가을이 되면 더 환상적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나무들이 빽빽한 곳이라 가을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산림박물관 주변에는 엉겅퀴와 비슷한 꽃에 나비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왠지 그 모습이 본격적인 가을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힘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분주한 나비들 옆에서 벌도 덩달아 서두르는 듯했습니다. 온몸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꽃 속에 머리를 묻고 있는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 혼자 백두대간을 할 때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계절별로 산을 찾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눈으로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산에서 들리는 소리가 계절마다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5월에는 아카시아향과 함께 개구리 소리가 사방에서 울립니다. 그러다 6월이 되면 밤낮으로 새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새소리가 차츰 들리지 않을 무렵인 7월에는 매미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풀벌레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때에 맞춰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그때는 무척 신기했습니다.

 

 

수생식물원 쪽으로 가면 제법 많은 연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젓가락에 꽃송이만 있는 것 같은 처음 보는 꽃도 보았는데 아쉽게도 이름이 뭔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숲은 이미 가을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은 어찌 이렇게 때를 잘 알고 스스로 준비하는지, 종종 때를 놓치고 사는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사마귀도 갈색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난 야생화는 무척 고왔습니다.
봄에 피는 꽃도 있고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이렇게 가을이 시작될 즈음에 피는 꽃도 있는데, 우리는 너무 일찍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며 사는 듯합니다.

 

 

조카는 이곳에 몇 번이나 왔었기 때문에 호랑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호랑이가 있는 수목원이라니 좀 의외긴 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깊은 산속에 살았던 야생동물들을 위한 곳이라 수목원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이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꽤 가파른 곳이라 유모차나 휠체어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7살짜리 조카는 그 가파른 길도 제일 먼저 가겠다며 뛰어서 올라갔습니다.

 

 

땀을 뻘뻘 홀리며 올라간 그곳에서 드디어 백두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 호랑이는 뒷짐지고 걷는 할아버지처럼 안에서 계속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러더니 저렇게 털썩 주저앉아 크게 하품을 했습니다. 귀엽게 혀를 내민 장면을 포착하긴 했지만 갇혀 있어도 호랑이는 호랑이였습니다. 우리가 있는 동안 어-흥, 어-흥, 어-흥 하면서 소리를 내는데 정말 호랑이 소리가 맞았습니다. TV나 영화에서 보고 들었던 것보다 더 크고 웅장한 소리였습니다. 아마 주변에 야생 멧돼지는 고라니 등이 있었다면 기겁을 하고 도망쳤을 겁니다.
매일매일 사람들이 와서 쳐다보고 웃고 사진 찍는 모습에 호랑이도 적응이 됐는지 크게 의식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가까운 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이 백두산 호랑이는 1994년 3월 장쩌민 중국 주석이 중국을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에게 수교 기념으로 선물했다고 합니다. 한 쌍을 기증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본 건 한 마리뿐이었습니다. 참고로 백두산 호랑이는 조만간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옮겨진다고 합니다. 더 이상 서울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없게 되어 아쉽지만 호랑이 입장에선 더 좋을 듯합니다.

 

 

수목원에는 큰 멧돼지도 3마리나 있었습니다. 모두 낮잠을 자고 있다가 조카 녀석이 던져주는 도토리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먹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옆에는 늑대도 있었지만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해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사람이고 짐승이고 눈빛이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늑대의 눈빛은 날카로웠습니다.

 

 

그리고 반달곰도 만났습니다. 사실 동물원에 가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데 이곳에서 만난 동물들은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왠지 친숙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반달곰은 생각보다 무척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고 말로만 듣던 곰 발바닥도 무시무시했습니다. 지리산에 풀어 놓은 반달곰도 저렇게 크게 자랄 텐데 등산객들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을지 살짝 걱정도 되었습니다.

 

 

커다란 맹수를 보고 난 후 흥분을 가라앉히고 전나무숲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 숲길은 침엽수림이라 여름에 걷기에도 좋을 듯했습니다.

 

 

여기는 육림호인데 근처에 카페에 있어서 쉬어 가기에 좋았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날 바닥에 쌓인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 따뜻한 차 한 잔 한다면 그보다 낭만적인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휴게광장 쪽으로 가다 보면 쉬어갈 곳이 아주 많았습니다. 날 좋은 날 도시락 싸 들고 나와서 소풍 가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안 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스마트폰에선 오늘 만보를 걸었다며 축하해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곳에 나무만 있어서 심심하다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살고 있는 꽃과 작은 곤충들도 볼 수 있습니다. 동물을 볼 수 있는 수목원이 또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아울러 찬란한 가을이 되면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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