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산림청/Magazine 숲

땅에서 만드는 봄의 향기 남해 보물섬황칠 ‘땅두릅’

대한민국 산림청 2017. 5. 4. 09:30

에서 만드는 봄의 향기

남해 보물섬황칠 ‘땅두릅’



 세상에 정말 인연이라는 게 있나 싶은 순간이 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황칠공예 명인이자 남해에서 땅두릅 재배로 첫손에 꼽히는 김용준 대표 역시 그런 순간을 경험했다. 어쩌면 그에게 절체절명의 순간, 남해에서 땅두릅을 만났다고 한다.





 하루가 시작되다


땅두릅, 이라는 이름에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두릅이라 부르는 것은 4월이 지나면서부터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손바닥 길이의 푸른 산나물. 보통은 두릅나무의 새순이기 때문에 식탁에 오르기 전, 아니 시장 좌판에 깔리기 전까지는 나뭇가지에서 솟아난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땅두릅은? 말 그대로 땅에서 자라나는 두릅일까?


“새순이 땅에서 솟은 게 땅두릅입니다. 보통은 나무두릅과 땅두릅으로 나누는데, 나무두릅은 다시 참두릅과 개두릅으로 나뉘고요. 요즘은 땅두릅이 시장에 많이 풀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방송국에서 촬영을 와 한나절 동안 일을 하지 못했더니 웃자란 두릅이 여기저기 보여서 맘이 급해진다는 김용준 대표는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보통은 아침 여섯 시가 안 돼 일어나고, 대충 빵에 우유로 아침을 해결한 후 밭으로 나간다는 김용준 대표. 밭으로 나가면 대략 일곱 시가 된다.





 땅두릅 거두기


준비를 마친 후 부부는 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부부는 서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땅두릅을 캐기 시작했다. 워낙 여린 작물이라 기계를 쓸 수 없어 오직 호미와 칼로만 캘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온몸에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저희 땅두릅은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아요. 그래서 언제나 풀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게 제일 힘들죠. 그래도 그렇게 해야 진짜 땅두릅 맛이 나요.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써지거든요. 땅두릅이 원래는 얼마나 향기롭고 달콤한데요.”


이나미 씨가 이제 막 땅에서 캐낸 땅두릅의 껍질을 벗겨 내밀었다. 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땅두릅의 진한 향기가 남해의 깨끗한 바닷바람을 타고 금세 주위로 퍼지는 것 같았다. 땅두릅을 베어 물었더니, 알싸함보다는 청량한 향이 입안에 확 퍼졌다. 목구멍 근처에는 쌉쌀한 향이 기분좋게 머물렀다. 그동안 먹었던 두릅과는 상당히 다른 맛이었다.




“땅두릅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특히 밥을 지어 먹으면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없어요. 볶음요리에도 정말 잘 어울리고요. 특히 제육볶음 같이 강한 양념이 들어간 요리에서 땅두릅은 향이 죽지 않고 오히려 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죠.”


특히 여러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데쳐 먹는 것만으로는 땅두릅의 가치를 모두 알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땅두릅의 향기, 상자에 가득 담아


땅두릅을 딴 후 부부는 포장을 위해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모든 농사가 다 그렇겠지만, 땅두릅은 특히나 타이밍이 중요해요. 조금만 웃자란다 싶으면 상품가치가 확 떨어지거든요. 그런데 또 크다고 해서 나쁜 건 아녜요. 오히려 시장에서 흔히 보는 것들보다 조금 더 큰 게 맛도 좋고 영양도 더 풍부해요.”


이나미 씨는 그래서 보물섬황칠 땅두릅을 처음 받아본 분들은 깜짝 놀라서 전화를 해온다며 웃음 지었다. 


“무슨 두릅이 이렇게 크냐는 거죠. 이렇게 크면 질겨서 못 먹는 거 아니냐고 말예요. 그런 전화를 받으면, 괜찮으니까 그대로 드시고 혹시 정못 드시겠으면 배송비 없이 환불을 해드리겠노라 말씀을 드려요. 그럼 처음엔 긴가민가하시던 분들이 오히려 입소문을 내주시더라구요.”


포장에 열심이던 김용준 대표가 두릅을 들어보였다. 


“이렇게 잎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그 가운데에 세 번째 잎이 올라오려는 때가 영양상으로는 가장 좋아요. 사포닌이 제일 풍부할 때 거든요.”


그는 땅두릅 재배를 시작하며 경상대학교의 산림환경자원학과를 여러 차례 오갔다고 한다. 더 좋은 땅두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땅두릅이었을까.


“처음 밭을 샀을 때 심어져 있었거든요.”


씨익 웃으며 답하는 김용준 대표의 말에 조금은 허무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쩌면 그게 땅두릅과 인연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만 해도 마늘금(값)이 훨씬 좋았어요. 땅두릅이야 판매 목적이 아니라 빈 땅 놀리기 싫으면 심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마늘이나 땅두릅이나 시세가 비슷해요. 그런데 마늘보다는 손이 덜 가니까 심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땅두릅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개인은 물론이고 각종 단체에서도 김용준 대표 부부를 찾는다.


그런데 한 가지 난감한 게 있다. 땅두릅은 보통 4월 1일부터 수확을 시작해서 5월 20일 전후로 수확이 끝난다. 수확과 동시에 새로운 벌브를 식재해야 한다. 그리고 11월쯤 되면 두둑 위로 오른 새순을 자른 후에 다시 흙으로 덮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줄기 아래 하얀

부분이 짧아져서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땅두릅 배송하기


두릅을 따고 두 번째 포장을 마친 부부는 싱싱한 땅두릅이 가득 담긴 상자를 차에 싣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전날 들어온 주문에 맞춰 작업을 했기에 남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없는 양이었다. 우체국에는 벌써 다른 농가에서 가져다 놓은 여러 개의 땅두릅 상자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무농약’ 인증 마크가 선명한 김용준 대표의 상자는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내년부터는 유기농 인증마크도 획득할 계획입니다. 물론 매일 같이 영농일기도 작성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겠지만, 그래야 더 좋은 품질의 땅두릅을 생산할 수 있으니까요.”


일 년 동안 정성들여 키운 땅두릅을 전국 각지로 실어보낸 부부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 밭으로 향했다. 청량감이, 기분 좋은 향이 맴도는 뒷모습으로.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