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시작으로 이룬 남다른 성공 - 경북 김천 삼도봉 오미자 농장
푹푹 찌는 날씨 때문에 시원한 무언가, 가슴 속까지 찌르르 울릴 한잔을 갈구 하게 되는 계절. 이런 때에 오미자만큼 반가운 게 또 있을까. 탄산음료에서는 찾을 수 없는 복잡하면서도 싱그러운 맛은 금세 몸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니까.
삼도봉 오미자 농장에서는 바로 그런 오미자가 자라고 있었다.
6시 싱그러운 오미자를 만나러 가는 시간
경상북도 김천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삼도봉. 잘포장된 길이 산 중턱까지 이어진 이곳에는 오미자를 재배하는 가구가 몇 곳이나 된다. 그리고 삼도봉 오미자 농장은 이곳에서 가장 먼저 오미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곳. 그래서일까. 그 어느 곳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리 늦어도 새벽 6시에는 밭을 둘러봐야죠. 이곳 삼도봉을 중심 으로 총 여섯 곳에 밭이 있는데, 당일 작업할 곳을 빼고 나머지 밭은 전부 확인을 합니다.”
삼도봉 오미자 농장의 이윤호 대표는 “작물은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뭐 큰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물이 잘 흐르고 있는지, 혹시 물구멍이 막혀 마른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잡초를 제거하는 정도니까요.”
그가 가리킨 곳을 보자 검은 호스에서 물이 한 방울씩 흘러내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비가 내리지 않은 지 꽤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오미자 묘목들은 싱그러운 모습이었다.
“물이 마르지 않는 계곡이 옆에 있는 덕분입니다. 계곡물을 저 위쪽의 물탱크에 저장해놓고 호스를 연결해 묘목들에 직접 물을 흘려줄 수 있게 만들었는데, 전기 같은 동력은 하나도 필요하질 않아서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지요. 하루에 두 번 정도 물탱크 입수, 출수 부위의 필터만 청소해주면 크게 신경 쓸 일도 없고요.”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윤호 대표는 하지만, 엄청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부산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제가 이곳에 터를 잡은 게 2002년이 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오미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남들 하는 것처럼 고추 같은 밭작물부터 시작하고 있던 때였죠. 물론 시작 전에도 나름의 고생은 좀 했습니다. 원래 다랭이논이었던 걸 전부 밭으로 만드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으니까요. 부산의 친구가 올라와 꼬박 한 달을 고생했는데……” 태풍 루사가 모든 것을 휩쓸어버렸다.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다음 해에 태풍 매미가 들이닥쳤다. 그의 손이 닿았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하지만 제 손으로 가꾼 농장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엔지 니어로서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았는데, 충북 옥천에 있는 회사였지요. 꼬박 2년 동안 그곳에서 일하며 재기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며 싱긋 웃는 이윤호 대표 뒤로 어느새 해가 밝게 떠올라 있었다.
09:00 농사의 달인, 애정으로 오미자 밭을 보살피다
아침 식사를 마친 이윤호 대표가 향한 곳은 올해 식재한 오미자 묘목이 자라고 있는 밭. 오미자 나무는 다년생 식물이지만 첫 수확 이후부터는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여섯 곳의 밭에서 오미자를 순환 재배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렇게 작은 묘목들이 한 해 동안 훌쩍 자라서 내년에는 열매를 맺을 겁니다. 그러면 올해 오미자를 수확한 밭에는 새로운 묘목을 심는 거죠. 그런데 처음 오미자 농사를 지으려는 분들은 이런 장기적인 계획 없이, 그저 될 수 있는 한 많이 심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깝죠.”
그래서 그는 농장으로 견학 오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한 해 더 기다 리는 한이 있더라도 계획부터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 하고 있었다.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토질은 적합한지, 구획은 어떻게 정리 할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농사는 급한 마음만으로잘 지을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밭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둘러보며 잡초를 뽑아내는 그의 손길은 야무졌다. 처음부터 무농약으로 시작했던 터라 손으로 짓는 농사에는 이제 달인이 되었단다.
“위판장에 내놓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무농약을 선택하지도 않았 겠지요. 더군다나 이런 청정환경에서는 더더욱 화학약품이나 화학 비료를 써야 할 이유도 없고요.”
이윤호 대표가 선택한 판매방식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 여기에는 카메라를 들고 아버지의 뒤를 쫓는 아들 준근 씨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일손이 부족하니까 도와드리기 위해 시작한 거였는 데, 이제는 저도 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이제는 대를 이어 오미자 농장을 가꾸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던 준근 씨는, 아버지 로부터 ‘비전’을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윤호 대표 역시 그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선친께서 한의사셨거든요. 평소에도 한약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제가 농사를 결심했을 때 추천하셨던 작물이 바로 오미자였습니다. 내내 잊고 있다가 태풍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되자 제게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던 거죠.”
삼도봉 오미자 농장에는 대를 이은 세 남자의 희망과 꿈 그리고 집념이 알알이 열매를 맺고 있었다.
15:00 방방곡곡으로 떠나는 오미자
“일손이 가장 부족할 때는 수확철입니다. 8월 말부터면 정말 정신 없이 바빠져요. 그래도 그때면 바람도 선선해지고, 무엇보다 오미자 나무 안쪽에서 작업하니 크게 힘이 들지는 않다는 게 다행이죠.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잠시 숨을 돌리던 이윤호 대표는, “이제 곧 택배를 보내야 할 시간”이라며 일어섰다.
“가끔은 지나가다 들렀다며 불쑥 저희 집을 찾아오는 분들이 계세 요. 인터넷을 통해 저희 오미자를 구입하셨던 분들인데 어떤 곳인지 궁금해 일부러 이 산속까지 들어오시는 거죠. 그럴 때면 얼마나 고마 운지 몰라요. 물론 그렇게 찾아오신 분들은 이곳의 좋은 환경을 보신후 저희 오미자에 대해 더 큰 믿음을 갖고 돌아가시게 되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앞으로도 더 좋은 오미자를 생산해야지요.”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오미자를 그리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체험형 농장’으로의 진화를 준비 중이라는 삼도봉 오미자 농장.
거기에서는 한여름의 끈적함을 깨끗이 씻어낼 어떤 싱그러움이 마르지 않는 계곡물처럼 내내 흐르고 있었다.
#내손안의_산림청,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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