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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가든> 옥상 문을 열면 펼쳐지는 초록 세상, 도시농부 파릇한 절믄이

대한민국 산림청 2017. 8. 10. 13:30

<원더가든>

옥상 문을 열면 펼쳐지는

초록 세상, 도시농부 파릇한 절믄이






 앞다투어 높게 솟아오른 수많은 건물 중 한 곳, 씨앗 모양의 스티커가 붙은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옥상으로 난 철문이 있다. 여느 건물들과 다를 바없는 구조. 그러나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된 듯 새로운 세상과 조우한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색하지만, 그래서 더 반갑고 더 필요한 공간. 파릇파릇한 옥상 텃밭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신나게 자라고 있다. 일상에 쫓기던 도시인은 옥상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여유로움을 지닌 도시농부가 된다.



 옥상을 가득 채운 파릇한 절믄이들의 파릇한 농작물


“이쪽은 키친 가든이에요. 음식 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잎채소류랑 바질, 민트, 레몬밤 등 허브류가 있어요. 여기는 옥상에서 제일 잘 자라 줘서 5년 째 꾸준하게 기르고 있는 기특한 방울토마토가 있고요. 바로 따서 식탁으로 직행할 수 있는 오이나 참외도 있어요.”





친구를 소개하듯 애정 가득한 설명을 건네는 이는 도심 속 공중 놀이터, 옥상 텃밭을 운영하는 파릇한 절믄이의 김나희 대표. 도심형 농사활동을 펼치는 파릇한 절믄이(이하 파절이)의 시작은 2011년 서울 홍익대 재학생들의 소규모 프로젝트였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 파릇하게 살자며 시작했던 파절이는 도시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 면서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고 광흥창 옥상 텃밭 1호를 만들었다. 여세를 몰아 크라우드펀딩으로 연남동 옥상 텃밭 2호도 만들었지만 열정으로 끌고 가기엔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계약 문제로 옥상 텃밭 2호를 포기했고, 농작물 판매점 계획마저 소송에 휘말리며 복잡해졌다. 결국 협동조합 간판을 내리고 해체의 수순을 밟았지만 파절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절믄이들은 다시금 시작했고 현재 파절이는 김나희 대표와 6명의 운영진, 도심 농사에 관심 많고 도심 속 푸르름을 사랑하는 회원들이 모인 비영리단체로 전환되어 광흥창과 마포 두 군데에서 옥상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이 공간 자체가 없어진 다는 게 싫었어요. 파절이라는 단체가 더 이상 없다는 것도 견딜 수없었고요.”


대단한 건 아니라고 수줍게 웃지만 김 대표가 없었다면 이 소중한 공간도 없었을 터다.






 직접 선택하고 함께 키워내는 우리의 먹거리


조경을 전공한 김 대표는 정원 디자인, 도시환경에 대해 꾸준히 공부 해왔다. 그 후 환경단체에서 일하며 다양한 환경 이슈 중 특히 먹거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로컬 푸드, 파멀 푸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다다른 꿈이 도시농부였다. 그렇기에 김 대표에게 파절이와 옥상 텃밭은 꿈 그 자체인 것.


판매를 목적으로 했던 협동조합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도시 농업의 판매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현재의 파절이는 수확한 작물을 나누어 먹고 소비하며 일반후원금, 기업후원금, 정부지원금으로 운영하는 선순환 형태를 띠고 있다. 도시 농업에 관심이 있는 20~30대가 모여, 먹기 위해서도 키워보고 키워보고 싶어서도 키워본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제대로 된 결과물을 수확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노력을 아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기반으로 더욱 풍성한 텃밭을 만들어 간다.


“키워볼 수 있는 건 다 키워보는 편이에요. 우리는 전문 농사꾼이 아니잖아요. 실패하면 조금 덜 먹으면 돼요. 옥상에서 잘 자라는 지 안자라는 지 테스트해 보는 모든 과정이 다 소중해요. 지난해에 라벤더를 심었는데 실패했어요. 라벤더는 습하고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키워야 한다는데 옥상은 많이 건조하거든요. 아쉽지만 라벤더는 옥상 정원 리스트에서 제외되었어요. 올해에는 토종종자와 맥주 원료인 홉키우기가 목표에요.”


옥상 텃밭의 흙은 일반 텃밭과는 다르다. 하중 문제로 ‘펄라이트’라는 가벼운 흙을 쓰는데 물이 금방 빠지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옥상이다 보니 바람 많고 햇볕이 뜨거워 물을 많이 뺏긴다. 여러모로 건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장마나 태풍에도 더 취약해 지주대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단지 그것 뿐”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텃밭 가꿀 시간을 낸다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혼자 모든 걸 신경 써야 한다면 더더욱 어렵겠지요. 하지만 파절이 옥상 텃밭은 매일, 매 순간 농부들이 있어요. 오늘 시간 나는 사람이 물 한 번 더 주고 내일 시간 되는 사람이 지주대 하나 더 마련해주는 거예요.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건 부담도 덜어주고 의지도 되는 굉장한 장점이 있어요.”


‘내가 원하는 작물을 부담 없이 편하게 키울 수 있는 우리의 정원’은 도시인들을 끊임 없이 도시농부로 변화시키고 있다.





 회색빛 도심을 건강하게 물들이는 초록빛 물결


파절이는 서울 한복판에 더 많은 공중 텃밭이 생기길 원한다. 바쁜 일상을 뒤돌아 볼 여유를 찾고 함께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또한 농부의 시간을 경험함으로써 우리 먹거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 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0% 미만이에요. 그나마도 쌀을 제외하면 더 낮아지지요. 사실상 많은 채소와 과일이 수입되고 있어요. 결코 건강한 움직임이 아닙니다. 망가진 땅이 다시 경작할 수있는 땅이 될 때까지 3~5년 이상 필요해요. 점점 외국 농작물에 의지 하게 되겠지요.” 김 대표의 걱정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TV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위 ‘먹방’ 프로그램을 보면 새로운 맛,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가감 없이 분출하지만 정작 우리 농작 물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있다”는 김 대표는 “파절이를 통해서 농사를 쉽고 재미있게 경험하면서 동시에 먹거리의 중요성, 농사의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먹는 걸 좋아하면서도 어디에서 오는지, 무얼 먹어야 건강한 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게 흐름이라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야 하기에 파절이와 함께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김 대표의 각오는 도시 농업,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 사업 참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단한 땅을 닮은 노력과 올곧은 심지는 김 대표가 롱런 하는 도시농부로 남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매주 목요일이면 파릇한 절믄이의 옥상 철문이 열리고 공중 파티가 시작된다.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모여 함께 수확하고 함께 요리를 만들어 함께 먹는다. 이른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이다. 옥상 바비 큐와 시원한 맥주를 곁들인 공중 밥상은 회색 도시를 푸르게 물들이는 첫 걸음이며 자급자족을 위한 하나의 발상이고 지친 일상을 파릇 하게 해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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