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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숲> 왕의 숲에서 국민의 숲으로 , 500년의 역사가 깃든 광릉 숲

대한민국 산림청 2017. 8. 18. 13:30

<어제의 숲>

왕의 숲에서 국민의 숲으로
500년의 역사가 깃든 광릉 숲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광릉 숲. 지금은 예약을 통해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다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광릉 숲은 일반인이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이었다. 경작과 매장은 물론, 풀 한 포기 뽑는 것 조차 ‘금지’된 지역이었다. 제7대 임금 세조가 생전에 직접 이곳을 둘러 본 후, ‘능(陵)터’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전나무 노거수에서 느껴지는 광릉 숲의 역사
 
‘광릉 숲’의 시작인 광릉 내 길을 들어서면 길의 좌우로 나무가 속삭이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암벽의 진달래, 봉선사 천변의 귀룽나무, 개벚 나무를 지나 봉선사부터 시작되는 전나무의 노거수는 광릉 숲의 역사 성과 원시성을 반영한다. 광릉을 조성하면서 심어진 전나무, 잣나무 등은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을 매료시키며 지난 세월의 역사와 숲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한다.


광릉 숲의 ‘광릉’은 조선의 7대 왕 세조(1468년 승하)와 정희왕후의 능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광릉이 죽엽산과 소리봉 사이에 위치하면서약 100여 정보( 1정보는 3,000평으로 약 9,917.4㎡에 해당), 31만여 평이 ‘광릉내’라 불리는 능역(왕의 무덤이 위치한 구역)으로 조성되고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를 심고 산직을 두어 철저히 관리했다. 이것이 광릉 숲의 시작으로 1913년 이곳에 ‘시험묘포’와 ‘광릉시험지’가 설치 되면서 우리나라의 임업시험사업이 ‘광릉시험림(2,286ha)’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우리 선조들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1960∼70년대의 도벌꾼, 폭력배 난동 등 많은 시련 속에서도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540여 년 이상 광릉 숲을 잘 보전해왔으며, 1983년 광릉수목원이 조성되면서 임업시험장 기능에서 수목원 기능으로 전환되는 변화를 맞게 된다.


오늘날 광릉 숲의 전체 면적은 2,240ha로 1993년 확정되었으며 천연림과 인공림이 2,223ha, 시험묘포와 각종 시설 부지가 17ha이다. 인공림에는 산림청에서 권장하는 조림수종 78종이 식재되어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의 이상이 실현되는 곳, 광릉 숲
 
‘광릉’을 둘러싼 광릉 숲은 540여 년간 인간의 훼손으로부터 잘 보존 되어 중부지방의 온대활엽수림이 극상을 보인다. 자생식물 983종, 동물 4,376종(조류 166종, 포유류 29종, 곤충류 4,181종), 숲의 분해자인 버섯류는 681종, 천연기념물만 20여 종에 이른다.


이 숲은 단위면적당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광릉 숲’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동시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세계 적으로 주목받는 세계인의 숲으로 재탄생했다.


생물권보전지역이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며 문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유네스코(UNESCO)가 지정 하는데 핵심지역(core area), 완충지대(buffer zone), 전이지역 (transition area)으로 구성된다. 광릉 숲은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간섭을 최소화한 생태계 모니터링, 조사, 연구를 진행하는 핵심지역인 시험림(1,723ha)과 이를 둘러싸고 환경교육, 생태관광, 연구 등의 건전한 생태적 활동이 가능한 국립수목원(500ha)이 위치한 완충 지역, 그리고 농경지와 주거지를 포함한 지역 자원을 함께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전이지역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생물권보전지역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나무들의 대화가 들리는 광릉 숲의 자연림
 
광릉 숲의 자연림은 약 1,200ha로 소나무를 비롯하여 갈참나무·졸 참나무의 참나무류,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함께 자란다. 광릉숲의 주봉인 소리봉을 중심으로 극상림인 서어나무 군락이 있으며 이는 중부지방에서 유일한 광경이다. 안정된 숲에는 갖가지 식물과 곤충, 새들이 조화롭게 살아간다.


얼마 전 민족사관학교 선생님이 광릉 숲의 자연림을 탐방하던 중 오래된 큰나무를 보고 흥분된 목소리로 ‘mother tree를 볼 수 있다 니…’ 감탄하면서 소리쳤다.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가 테드(TED) 강연에서 「어떻게 나무들이 소통하는가?」 에 등장하는 mother tree이다. 수잔 시마드는 “숲은 나무들을 연결하고 소통 하게끔 해 마치 지능이 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했다. 즉 땅속의 뿌리는 균근(菌根, 균류와 나무뿌리의 공생 관계)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탄소, 질소, 인뿐만 아니라 물과 방어를 위한 정보도 함께 교환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어미 나무(mother tree)는 수백 그루의 다른 나무들과 연결될 수 있다. 이 어미 나무는 균사체 네트워크를 통해 묘목들에게 남는 탄소를 내보내고 공간을 만든다. 이러한 어미 나무가 위협에 처하면 다음 세대의 씨앗에게 지혜의 메시지를 보내며 서로 소통한다고 한다.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전자와 어미 나무들, 균근 연결망의 보고인 오래된 숲을 지켜야 한다. 우리 선조들이 천막 치고 광릉 숲을 지켜 잘 보존된 이숲에서 ‘mother tree’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후손 역시 숲에 들어왔을 때 감탄사를 내 뿜을 수 있는 숲, 조상에게 존경심이 깃들게 하는 숲으로 보존해야 한다. 이러한 숲을 지키기 위해서는 광릉 숲이 섬이 되지 않도록 우리나라 DMZ 생태축과 연결해 남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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