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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JOB! 숲 속 일자리> 숲에서 만난 숨은 영웅 산불진화대원

대한민국 산림청 2017. 11. 23. 13:30




 ‘화재 진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소방관입니다. 하지만 ‘산불 진압’으로 바꾸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산불 진압’에도 소방관일까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빠는 거짓말쟁이! 산불 끄러 갔다면서! 텔레비전 보니까 소방관 아저씨와 소방헬기가 불을 끄고 소방부서에서 인터뷰 했어요. 아빠는 어디 갔다 오셨어요!”


산불을 끄고 뒤늦게 집에 돌아오니 어린 아들이 묻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가지는 생각이란 걸 알지만 왠지 허탈감이 듭니다. 산림청 공무원으로 일한지 10년째, 그동안 많은 산불을 겪고 진화했지만, 아직도 제가 산불을 진화했다고 말씀드리면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 산불이 나면 국민들이 가장 먼저 소방서를 통해 소식을 접하기 때문에 모든 불은 `소방당국'이 끄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소방차나 소방헬기가 언론에 쉽게 노출되기에 그런 점도 있겠죠. 그러나 분명 일반화재와 산불화재는 크나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화재는 작은 공간에 장비를 집약적으로 투입하여 소방관이 진화하지만 산불진화는 산불화재는 지형적 특성으로 헬기가 물을 뿌려 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산불은 속이 빈 나무, 낙엽 아래 등 헬기 방화수가 미치지 않는 곳이 많아 사람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작은 불씨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만 합니다. 


즉 산불현장에 보이는 소방당국 분들은 산 하단부에서 방화수를 지원해주시고, 산 위에서 산불을 직접 진압하는 것은 산림부서에서 산림진화대원을 주축으로 하는 것입니다.


놀라셨나요? 하지만 국민들의 인식과 상관없이 오늘도 매일 출동준비태세를 갖추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산불진화대원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늘 그 분들 중 한 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몇 년 전 산림청 양구국유림관리소에 초임 입사했을 때 1박2일을 산불 현장에서 꼬박 샌 후 맥이 빠져 축 늘어져 있는 제게 물통을 건네며, 그가 저에게 처음 건네준 말이 “고생했어” 였습니다.


그는 새까만 손과 얼굴에 불내와 잿더미로 뒤덮인 진화복을 털어내며 다른 진화대원들의 안전을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는 강산이 2번 변화되는 20년 넘는 세월동안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해 매년 자원봉사 형식으로 참여하고 늙어가는 숨겨진 영웅이라고 합니다.


그를 알게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3월 오후 2시경....
갑자기 산불이 발생하여 진화대원들과 저는 현장에 신속하게 투입했지만, 가파른 경사와 산지환경의 악조건으로 진화작업은 야간산불로 이어졌습니다. 야간산불 진화는 연기와 어둠으로 퇴로가 보이지 않아 랜턴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작업을 해야 해서 질식ㆍ추락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입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2시30분, 다급한 구호 무전이 들어왔습니다. 진화작업을 벌이던 대원 3명이 절벽 아래쪽에 고립되었다는 것입니다. 119안전센터의 구조 요청을 하고 기다리기엔 너무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위기의 순간, 절벽 주위에서 기계톱 엔진 소리가 들리더니 20m 정도의 소나무가 절벽 옆쪽으로 넘어갔습니다. 무슨 일인가 귀를 기울여보니 희미한 불빛 하나가 재빠르게 내려가고 있었고, 그 불빛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였습니다.


그는 진화차의 진화 호스를 몸에 감은 채 넘어뜨린 소나무를 지지대 발판삼아 그 가파른 길을 내려갔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방연 마스크를 벗어 호흡이 곤란한 진화대원에게 씌운 뒤, 나머지 2명과 함께 부축하여 안전한 지형을 찾아 이동하였습니다.





그렇게 동이 트고 유관기관의 지원 인력과 진화헬기가 다시 투입되면서, 아무런 인명과 재산피해 없이 산불진화 작업은 끝이 날 수 있었고, 구조된 요구조자들 또한, 가족들의 품으로 무사히 귀가하여, 무재해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철수하는 저에게 한국전쟁 이후 황폐했던 우리 숲이 이제는 풍성하게 자랐고, 우리가 맑은 공기로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숲이 건강하기 때문이며, 푸르고 울창한 숲을 우리 후손들에게 자연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숲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분들이야 말로 우리 기관에 자랑이자 이 시대의 없어서는 안 될 진정한 영웅이라고...






이와 같이 산불은 산림부서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이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일했기에 진화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불진화의 고단함을 날려주는 것은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지역주민들의 따듯한 응원입니다. 주민들게서 고마움을 표현해주시면 그간 힘들었던 피로가 산불을 진화하며 흘렸던 땀방울과 함께 모두 날아가 버리고 벅찬 뿌듯함과 보람이 차오릅니다. 국민들의 따듯한 응원이 더해진다면, 산림부서 공무원을 비롯한 산불진화대원들에게 더없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들은 미래의 푸른 숲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자긍심 하나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