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숲지도사의 하루를 소개합니다 -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자주 듣는 말은 ‘오늘도 산에 가시네요. 등산을 좋아 하나 봐요’ 입니다. 그럴 때 마다 ‘네, 숲으로 출근해요’ 시원하게 대답을 해도 아주머니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나봅니다.
여러분도 제가 궁금하신가요? 저는 바로 유아숲지도사 입니다. 조금 생소한 이름인가요? 숲의 안내자가 되어 어린이들을 오감의 세계로 인도하고, 어린이들이 숲에서 느낀 모든 감성의 세계를 함께 공유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유아숲지도사의 역할입니다. 그럼 저의 하루를 함께 해보시겠어요? 숲과 아이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출근길에 누가 묻습니다. ‘배낭 속에 무엇이 들어 있어요?’ 궁금하신가 봐요. 가방 속에는 늘 아이들과 함께할 숲속 보물들과 도시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가방을 둘러멘 어깨에는 아름다운 행복이 단풍처럼 빨갛게 물들어 있습니다. 숲 공부를 한지 10년차, 저는 이렇게 9년 째 숲으로 출근합니다. 집에서는 가정주부이지만 숲에서는 깡총깡총 달리기를 잘해서 ‘토끼 샘’ 이라고 불리는 숲 선생님입니다.
처음 숲에서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막연했습니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잠시라도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안전하게 숲에서 놀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유아의 연령별 발달에 맞는 숲 놀이교육을 배울 수 있다면 어디로든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생명체들의 이름이나 특징들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려고 하면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오감의 세계를 방해하는 가장 잘못된 숲 해설입니다. 우리는 숲이 보여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들이 느끼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연결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숲에서의 공부는 아이들이 눈을 감고 숲 속 친구들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입니다. 그들이 들은 숲 속의 소리를 들어보면? 다람쥐들이 산책하는 소리, 잠자리가 날갯짓하는 소리, 엄마 새가 아기 새에게 맘마 주는 소리.. 아이들이 표현하는 숲 속 친구들의 세계는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햇빛에 반사되는 나뭇잎의 색깔을 각자가 표현하게 하면 아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진녹색 계열보다 더욱 많은 색깔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왜 검정색 이고 갈색 인지를 색깔에 대한 이유를 묻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숲이 우리들에게 베풀어주는 각종 먹거리와 수많은 병을 고쳐주는 각종 약재들에 대해 배우기도 합니다. 직접 열매와 씨앗들을 먹어 보기도 하면서 숲의 고마움을 느낍니다. 또한 상큼한 숲 냄새와 맡고 나무를 안아보며 넉넉한 숲의 품속에 안겨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틀에 박힌 교육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다채로운 숲의 품에서 창의력과 감성을 기르며 성장 나이테를 들이는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고나면 조용해진 숲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은 늘 무언가를 하십니다. 경력이 오래된 선배 숲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소통을 위해 아직도 열심히 공부를 하러 다니시고, 유아숲체험원 풀 깎기와 안전점검을 하시며 다음 날 수업준비를 하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가르침을 이어받아 처음으로 개원한 ‘가리산유아숲체험원’의 유아숲지도사로 근무를 배치 받았을 때는 지난 시간의 노력과 열정이 헛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숲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감성의 숲 프로그램을 짜시는 숲 선생님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유아숲체험원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 내가 갖고 있는 숲 보따리를 풀며 숲길을 걸을까?
숲의 따듯함과 풍요로움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가슴이 뛰고 설렙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나라도 더 그들의 가슴에 숲을 담아 주고 싶어 오늘도 숲 선생님들은 아낌없이 주는 숲으로 출근합니다. 우리들은 앞으로도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오감의 모든 감성들을 촉감 상자 속에 가득 담아갈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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