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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그리고 사람> 나무가 사람 치료하듯 사람도 나무 보살펴야죠 - 강전유 국내 1호 나무의사

대한민국 산림청 2017. 12. 14. 13:30

<산 그리고 사람>

나무가 사람 치료하듯

사람도 나무 보살펴야죠

- 강전유 국내 1호 나무의사





 올해 나이 82세. 강전유 나무종합병원장은 국내 1호 나무의사다. 오랜 세월을 아픈 나무를 보듬고 살려내며 보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환자’들이 셀 수 없을 정도. 나무가 없으면 사람도 없다는 그에게서 하나의 일에 오랜 시간 깊이 매진해온 인간의 고결함과 위대함을 엿보았다. 강전유 원장에게서 나무에 대한 각별한 철학을 전해 듣는 시간은 감동 그 자체였다.


*강전유는 국내 1호 나무의사이자 국내 수목진료 분야 최고 권위자이다. 1976년 국내 최초로 나무종합병원의 문을 열고 전국 각지의 병든 나무를 치료하고 있다.






 나무 치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1976년 대한민국의 신문에는 한 소식이 대서특필됐다. ‘나무병원 생기다’라는 헤드라인 아래, 강전유 원장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보도된 것이다. 나무에게도 의사와 병원이 필요한 지, 아니 나무도 아플 수 있는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나무병원이 생긴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생경한 것이었다.


“1962년 국립산림과학원에 들어갔어요. 그 때 사회적으로 변화가 빠를 때니까, 여기저기 건물도 많이 세우고 공단도 설립될 때였거든. 당시에는 나무도 많이 심기 시작했죠. 헌데 그 나무들이 다 죽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게 사회문제가 되면서 임업시험장으로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 때 공무원이니까 민간에서 연락 온다고 근무 시간에 여기저기 다 출장 갈 수 없잖아요. 그 때 생각이 들었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는구나’라고. 그래서 사표 내고 나왔어요. 나오자마자 건물 하나를 얻어서 ‘나무병원’ 간판을 달았죠.”


개원만 하면 여기저기서 일이 들어올 것 같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그렇게 지내길 한참 후에야 민간에서 하나 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주로 부잣집 마당에 식재된 나무를 치료해달라는 ‘진찰 의뢰’였다.


“기관이 아니라 개인 집에 있는 나무들 고치러 다녔어요. 그 일을 꾸준히 했는데 신문사에서 원고를 써달라고 청탁이 오더라고요. 내외경제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기 시작했어요. 나무가 잘 걸리는 병, 나무에 치료가 필요한 이유 등에 대해서 계속 글을 썼죠. 그런데 어느 날 문화재청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천연기념물에 문제가 생겼대요. 충남 예산의 백송이었어요. 예산의 백송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버지 따라 중국 다녀오면서 가져온 소나무에요. 고조부 묘소 앞에 심어서 지금까지 살아있죠. 중요한 천연기념물인데 문제가 생기면 안 되잖아요. 왕진가방 들고 냉큼 기차에 올라탔죠.”


현장에 가보니 가지가 죽어가고 있었다. 원줄기에 남은 살아있는 부분이 0.33m에 불과했다. 줄기 하나는 고사한 지 오래였다. 45도 기울어진 채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가지를 살리려면 더 이상의 부패를 막는 게 최우선이었다. 강 원장은 외과수술을 택했고, 여러 단계의 치료를 거쳐 백송을 건강하게 되살릴 수 있었다.


“정이품 소나무도 진료한 적이 있는데, 토양 환경이 변하면서 토양의 산소가 부족해진 것이 문제였어요. 나무의 호흡작용이 부진해지면서 병이 생긴 경우였죠. 나무의 생장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에는 환경이 변화하면서 외래 해충이 많이 들어와 나무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재선충도 과거에는 없던 해충이에요. 교역이 늘어나면서 한국에 들어온 거죠. 1988년 부산 동래에서 한국 최초의 소나무재선충병이 보고됐는데 그 때도 제가 치료하러 직접 부산에 갔죠.”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전염되는 병이다. 솔수염하늘소는 이동거리가 짧아 원거리 비행이 힘든데, 타 지역으로 이 병이 나타나는 이유는 피해목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솔수염하늘소는 피해목에서 월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 때 목재가 여러 곳으로 운반되면서 재선충병도 여러 지역으로 전파된다. 실제로 1988년 부산 동래구에서 소나무재선충병 보고가 있었고 1997년 전남 구례, 1998년 경남 진주 등에서 피해가 잇따른 바 있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도 없다


“나무가 없으면 사람도 없어요. 사람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죠.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뱉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근본부터 제공하는 존재가 나무에요. 하지만 그걸 인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헌데 신기한 건, 나무를 치료하다보면 이런 것들을 아주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무가 잘못되면 인간도 곧 잘못됩니다. 우리가 나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쉽게 삼림을 파괴해버리면 결국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특히 강전유 원장은 도시 속 나무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주변에 큰 도로가 많아 콘크리트와 매연, 여러 소음에 시달리는 등 힘든 환경에 노출돼 있어 정상적으로 자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갈수록 나무의사는 더 필요합니다. 국가에서도 그 필요성을 절감했는지 지난해 12월 나무의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아주 기뻤어요. 그동안 아무나 나무에 약을 뿌리고 외과 수술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거예요. 이 제도가 통과되고 나서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덩실덩실 춤이 다 나오더라고요. 나무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일이잖아요.”


산림청은 지난해 12월 27일 나무의사 관련 내용을 담은 산림보호법개정안을 공포한 바 있다. 그동안 수목관리 비전문가인 실내소독업체 등에서 독한 농약을 수목에게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나무의사제도 도입으로 정확한 나무병명 진단과 안전한 수목진료가 이뤄질 전망. 국가자격시험을 거쳐 뽑힌 나무의사가 기후변화로 다양해진 수목피해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공포된 산림보호법 개정안은 2018년 6월부터 시행되며 산림청은 앞으로 하위법령을 마련해 나무의사 양성과 지원에 힘쓸 예정이다.


8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정정한 강전유 원장. 평소 나무들 건강을 관리하는데, 본인의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냐고 물으니, 껄껄 웃는 강 원장은 “왕진 다니잖아”라며 시원하게 즉답했다.


“전국을 다 다니는데, 그게 운동이지 뭐. 나무는 아무리 아파도 나한테 직접 오지 않거든. 나보고 오라 이거예요. 그럼 난 또 가야지.(웃음) 전국에 안 간 곳이 없어요. 광주 토박이보다 내가 광주를 더 잘 알아요. 이젠 고속도로도 뚫리고, 기차도 빨라져서 세상 참 편해졌지. 예전에 비하면 일하기 아주 좋아졌어요.”


나무의사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강전유 원장은 “꼭 끝까지 이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나무의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더 많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직업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나무랑 함께 하면서 여기저기 다니면 아주 좋아요. 나무가 건강해지는 모습 보면 그건 진짜 좋고. 나무의사는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키보다 몇 자나 더 되는 나무를 두 손으로 치료할 때 삶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강전유 원장. 나무가 주는 위로가 오랜 시간 이 길을 걷게 한 원천이었다는 그에게서 굳고 반듯하여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를 떠올린다. 이 둘이 서로 닮은 것이 아주 우연은 아닐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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