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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찍GO 오르GO, 짜릿한 매력 가득한 빙벽 등반

대한민국 산림청 2017. 12. 6. 13:30


<마운틴> 

찍GO 오르GO, 

짜릿한 매력 가득한 빙벽 등반


글. 김은성(자유기고가)





 등산장비를 이용해 얼음벽을 오르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빙벽 등반이라 한다. 바위가 아닌 얼음을 오른다는 것이 암벽 등반과의 차이. 온몸의 감각을 섬세하게 벼리며 얼음벽을 오르는 재미에, 머리칼 쭈뼛 서는 스릴에 추위가 오히려 날아간다.


“‘낙빙’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빨리 고개를 들어. 얼음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확인해. 그래야 피할 수 있지. 단, 피할 때 고개를 너무 숙이는 건 안 돼. 헬멧이 아닌 목뒷덜미에 맞으면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어.”


빙벽 등반 교육을 받았던 2015년. 처음으로 배운 건 얼음 위에서 걷는 기술이 아니었다.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피하는 요령이었다. 앞선 팀이 피켈(등반용 얼음 도끼)로 빙벽을 찍을 때마다 얼음 파편이 쏟아졌고, 우선 두려움을 버려야만 했으므로.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보며, 제대로 피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빙벽인이 되었다. 한발 한발에 모든 체중을 실어, 온몸이 하나가 된 듯 타고 올랐던 순간. 떠올릴 때마다 온몸이 쩌릿하다. 차갑고 날카로운 얼음만큼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생애 첫 빙벽이었다.





 설악산 토왕폭을 아시나요


얼어붙은 폭포를 오르는 것을 빙벽 등반이라 한다. 등반인들은 ‘얼음을 한다’라고 부른다. 기존의 암벽 등반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19세기 말 알프스의 모든 산봉우리를 등정하고, 더 이상 정복할 곳이 없어지자 설벽과 빙벽 등 더 험난한 루트를 찾아 새로운 등산 방식을 시도한 것이 빙벽 등반 역사의 시초다. 우리나라에선 1976년 설악산 토왕성 폭포(이하 토왕폭, 320m)를 완등하며 시작됐다. 당시 동국대 산악부가 하단을, 다음 해 크로니산악회가 상·하단을 정복했다. 무려 4박 5일이 걸렸다. 이후 국내 빙벽 등반 기술과 장비가 차츰 발전했다. 1984년에는 청주대 산악부가 약 6시간만에 상·하단을 모두 등정했다. 처음 등반된 지 7년 만에 ‘당일 등반’이 이뤄진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믹스 등반’으로 발전했다. 자연폭포가 아닌 인공폭포나 빙벽과 바위가 혼합된 지역을 말한다. 최근에는 지자체별로 인공폭포를 조성하는 일이 많다. 관광지 개발을 위해서다. 덕분에 인공빙벽 등반이 더욱 인기가 높아진다. 최근 인기 있는 곳은 청송군 얼음골과 영동군 영동빙장. 겨울철 빙벽 등반 경기도 있는데, 청송군에서는 국제대회인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컵을 2010년부터 매년 유치하고 있으며, 영동군과 아웃도어업체에서도 전국 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 아이스 클라이밍 박희용 선수가 2011년 아시아인 최초로 아이스 클라이밍 월드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피켈과 아이젠은 등반인의 손과 발 


빙벽인에게 손은 피켈이며 발은 아이젠이다. 피켈은 등반용 도끼라 할 수 있고 아이젠은 빙벽화 아래에 붙이는 것으로 얼음을 디딜 수 있도록 한다. 등반 과정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낫처럼 생긴 피켈로 빙벽을 탁, 찍고 두 팔을 당기며 아이젠으로 벽을 디뎌 올라간다. 몸을 등산용 로프와 연결해주는 안전벨트를 허리에 차고 헬멧을 쓰면 빙벽 등반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모두 끝난다.


입문자는 장비를 고를 때 특히 신중해야 한다. 신제품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란 점을 기억하자. 요즘 출시되는 피켈은 손에 걸 수 있는 손목걸이가 없는 제품이 많으므로 주의. 이는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용이다. 손목걸이가 없으면 등반 중 실수로 피켈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 위험하다. 때문에 입문자는 반드시 손목걸이가 있는 피켈을 사용해야 한다.


아이젠은 빙벽화의 크기와 꼭 맞는 제품을 고르자. 빙벽화에 아이젠을 달아보고 끈을 매지 않은 채 들어보자. 이때 아이젠이 벗겨지지 않아야 한다.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이젠이 빙벽화보다 커도 작아도 안돼요. 크면 등반 중 벗겨질 수 있고 작으면 원하는 곳에 디딜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헬멧은 빙벽 등반을 할 때 머리를 보호한다. 특히 인공빙장처럼 클라이머들이 많이 모인 곳은 낙빙에 늘 대비해야 한다. 국제산악연맹(UIAA) 승인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빙벽화는 가죽화와 플라스틱화 두 가지가 있다. 가죽화는 등반 시 착용감이 플라스틱화보다 낫고 가볍지만 보온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긴 시간 빙벽 등반을 하지 않는 입문자라면 가죽화가 낫다. 등산화를 선택할 때 한 치수 큰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빙벽화는 반드시 정사이즈로 구매할 것. 그렇지 않으면 등반할 때 발과 신발이 따로 움직인다.





 등반 교육은 생명과 직결된 문제


“등산을 자주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암벽에 빠져들고, 어느새 빙벽에 미쳐있더라고요.”


빙벽 등반 강사님은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두 문장으로 요약했다. 실제로 아이스 클라이밍 동호회에 가보면 비슷한 순서로 빙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가 많다고. 그들은 수많은 암벽을 오르내리며 필요한 근육이 단련해 나갔다. 때문에 땅에서 수직으로 올라선 빙벽을 오르는 것에 큰 두려움이 없다. 빙벽 등반은 온몸을 고루 사용하면서 창의적으로 움직이는 스포츠다. 팔 힘보다는 아이젠으로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다리 힘과 유연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특징. 물론 손에 든 피켈로 얼음을 찍어야 하므로 어깨와 등 근육도 많이 사용된다. 


무엇보다 빙벽 등반의 묘미는 자신이 올라가야 할 등반 라인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나간다는 점이다. 장비를 사용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판단력과 모험심도 필요하므로 힘보다는 요령과 테크닉이 크게 작용하는 흥미로운 스포츠다. 경험을 쌓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데, 피켈을 어느 곳에 찍는 것이 유리한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확한 부분을 찾아 찍어야 얼음이 깨져 추락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로프를 매달고 등반하므로 허공에서 1m 정도 미끄러지는 것을 말한다.


암벽 등반에 능한 사람이라 해도 교육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등반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게다가 손과 발을 직접 사용하는 암벽 등반과 피켈과 아이젠 등 장비를 사용하는 빙벽 등반은 전혀 다르다. 등반 장비를 점검하고 튜닝하는 방법, 어느 지점에 피켈을 꽂을 것인지, 얼음 지형에 따라 어떤 등반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이론과 실전 기술을 습득한 다음 빙벽장으로 가야한다. 국내에선 코오롱등산학교, 한국등산학교 등에서 겨울철 빙벽등반 교육을 실시 중이다.





기본 장비

1. 피켈(등산용 도끼)

얼음을 타격하면서 등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사가 완만한 얼음에서는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고, 미끄러질 때 제동을 가할 수 있다. 너무 뭉툭해도 미끄러질 염려가 있고, 너무 예리해도 다칠 위험이 있다.


2. 아이젠

빙벽 등반에서 사용하는 아이젠은 발톱 12개가 모두 날카로워야 한다. 앞발톱과 두 번째 발톱의 각도는 얼음을 얼마나 잘 뚫고 들어가는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3. 로프

등반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장비. 로프 설명서에서 가장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은 충격력이다. 보통 충격력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


4. 헬멧

등반 전이나 후에도 곧바로 헬멧을 벗지 않는 것이 위험을 줄여준다. 헬멧의 탄력성과 견고함 등을 평가해 표준을 정하는 UIAA 승인 표시가 있는 것을 구입한다.


*참고 서적 《겨울산행과 빙벽등반》 정갑수 저, 열린세상 출판


입문자에게 좋은 국내 빙벽장


초보자라면 기억할 것. 등반 길이는 짧고, 수직각이 70~80도면서 반복 등반이 가능한 곳이 좋다. 또한 사람이 적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클라이머가 많으면 잦은 낙빙 때문에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➊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빙벽장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인공빙벽장. 빙벽인이라면 한 번쯤 가봐야 한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빙벽교실을 운영한다.

· 위치 서울 강북구 삼양로173길 52

· 길이 높이 20m, 폭 8m 빙벽 3개, 높이 8m 얼음기둥 3개

· 경사도 70도~80도

· https://www.kolonschool.com, 02-3677-8519


➋ 가래비 빙벽장

채석장 터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빙벽장이라서 더 흥미롭다. 초급에서 중급까지 이용할 수 있다.

· 위치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 산5

· 길이 하단 10m, 상단 30m

· 경사도 70도~90도


➌ 영동 빙벽장

4개의 빙벽코스를 갖춘 야외 인공빙벽 등반장이다. 썰매장과 먹거리장터을 운영하므로 가족 나들이로도 좋다.

· 위치 충북 영동군 용산면 빙벽장길 15

· 길이 제1봉 사과봉 40m(초중급자용), 제2봉 배봉 40m(초중금자용), 제3봉 포도봉 90m(중상급자용), 제4봉 곶감봉 60m(중상급자용)

· 경사도 초중급자용 80도, 중상급자용 80도~100도

· http://ydbb.yd21.go.kr, 043-297-8848



배울 수 있는 곳


1. 정승권등산학교

보행법, 기본자세 등 기초에서부터 중급에 해당하는 수준의 빙벽 등반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2018년 1월 개강할 예정이다.

www.chungsclimbing.com


2. 한국등산학교

암벽 등반의 기초 과정을 마친 이들을 대상으로 실전 등반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빙설벽 등반 집중 심화 과정을 운영한다.

www.alpineschool.or.kr


3. 권기열등산학교

체계적인 맞춤 교육 과정을 통해 초보자도 실전 빙벽 등반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중급반과 심화 교육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http://rocknice.co.kr


4. 김용기등산학교

정규 등산학교 과정을 마친 사람, 암벽 등반 경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3일 과정의 빙벽반을 운영한다.

www.kimcs.com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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