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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사람들> 사막 위에 뿌리 내린 단단한 희망, 사단법인 미래숲

대한민국 산림청 2017. 12. 1. 13:30

<내일을 여는 사람들>

사막 위에 뿌리 내린 단단한 희망
사단법인 미래숲





 중국 쿠부치사막의 면적은 약 186만 ha. 여기서 발생한 모래먼지는 베이징까지 2일, 한국에는 4일이면 도착한다. 미래숲은 우리나라 황사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곳에 숲을 일군다. 모래 위에 나무를 심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 일이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황량한 사막에 희망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는 미래숲의 이야기가 특별하다.


*미래숲은 국내 유일의 유엔환경계획(UNEP) NGO다. 중국 내몽고자치구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고 있으며 다양한 한중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차세대 환경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세계시민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사막화는 국경이 없는 문제


중국 내몽고자치구 오르도스 고원 북부에 위치한 쿠부치사막은 우리나라 황사 피해의 발원지다. 동서길이 약 262km, 면적 약 186만 ha에 달한다. 중국에서 7번째,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사막이다. 이곳 모래바람은 봄이면 편서풍을 타고 며칠 내 우리나라에 이른다. 한국으로 불어오는 황사의 약 37%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전 주중대사(1998~2000)였던 미래숲 권병현 대표가 중국의 사막화 문제를 실감했던 것은 1998년 봄. 중국대사로 처음 부임한 후 북경에 발을 디뎠을 때 그를 맞이했던 것은 눈앞을 뿌옇게 가리던 황사였다. 이튿날 딸에게서 한국에 황사가 심해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전화를 받은 후 사막화는 곧 가족의 문제, 국경이 없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의 산림녹화 경험과 기술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 생각한 권병현 대표는 퇴임 후 이듬해에 미래숲을 출범했다. 중국 다라터치 시와 협약을 맺고 2006년 쿠부치사막 조림사업에 착수했다. 산림청이 녹색복권기금 수익금으로 산림과 도심환경 개선, 환경기능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지원하는 ‘녹색자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미래숲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녹색장성’이라는 이름의 숲을 쿠부치사막 제일 동쪽에 위치한 약 16km에 달하는 도로 주변에 조성했다. 더 이상 북경 쪽으로 사막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에는 도로 안쪽 더 많은 면적에 나무를 심어 녹색생태원을 조성하는 35년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녹색장성이 쿠부치사막이 동쪽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저지하는 교두보라면 녹색생태원은 교두보를 발판으로 녹지를 넓혀가는 거점이다. 미래숲은 이러한 거점을 늘려 다라터치 시 잔단자오 일대의 사막화 지역 전체를 녹지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미래숲은 쿠부치사막 3,000ha 대상지에 약 900만 그루(2016년 말 기준)의 나무를 심어냈고, 산림청은 2006년 이후 매년 미래숲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모래땅 위에 나무가 뿌리내리기까지


모래 위에 나무를 심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괭이나 삽으로 30~40cm 정도 깊이로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심으면 되지만 사막에서는 파내는 모래의 양도 많고 1m 정도 깊이로 구덩이를 파야한다. 퍼낸 모래는 다시 덮어 두 발로 틈틈이 다진 후, 양동이로 떠온 물을 붓는다. 나무와 나무 사이 거리는 150cm 정도를 유지한다. 그럼 이렇게 심은 나무는 잘 살아남을까? 봄에 조림한 것을 그 해 가을에 활착률 조사를 하면 약 85%에 달한다. 하지만 겨울을 지나고 나면 매년 약 5%가 유실된다. 그동안 사구의 높이는 낮아지며, 유동사구는 반유동사구로 변한다. 5~6년 후 같은 지역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 그동안 유동사구가 점차 고정된다. 모래는 단단해지고 나뭇잎이 떨어져 썩으면서 땅에 유기질이 살아난다. 미생물과 벌레, 그걸 잡아먹는 새도 찾아온다. 이 같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숲도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황량하고 거친 사막에 자연의 순환이 시작되게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미래숲의 노력은 쿠부치사막을 넘어 세계 사막화 방지로 향해 있다. ‘사막에 10억 그루 나무심기(Billion Trees in the Desert)’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기부를 통해 세계 모든 시민이 내 이름으로 된 나무를 사막에 심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 파견된 녹색봉사단원들이 기부자의 이름을 적은 나무를 직접 심어주고 관리하며, 기부금은 사막을 숲으로 바꾸는 조림활동(가식, 식재, 사장, 관수, 나무관리, 보식 등)에 사용한다. 미래숲의 사막화 방지 사업은 국제사회에서도 그 성과를 인정받아 국내 유일의 유엔환경계획(UNEP) NGO로 인증받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CCD)의 옵저버 자격도 획득했고 권병현 대표는 최초의 지속가능한 토지관리 챔피언(SLM Champion)으로 임명됐다.




 환경보호로 통하는 한중교류


미래숲의 활동은 중국인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이어진 쿠부치사막 조림사업은 중국인에게 ‘좋은 이웃과 함께하는 모범적 협력사업’이라는 생각이 크다. 중국 내에서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사막화 문제에 대한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 사막화 방지는 새로운 생태문명을 건설하는 중국의 핵심과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래숲은 ‘환경보호’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통해 다양한 한중교류 프로그램을 엮어내며 새로운 외교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2002년부터 중국에 파견하고 있는 ‘녹색봉사단’이 대표적이다. 매년 선발된 약 100명의 청년들로 이뤄진 녹색봉사단은 중국 사막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청년들과 포럼, 역사문화 탐방 등의 시간을 갖는다. 녹색봉사단은 2015년 유엔기구들과 함께 ‘지구 살리기 그린코어’라는 이름의 글로벌 환경보호단체로 확대되어 일본, 미국 등 다른 국가 청년들도 참가하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미래의 우수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 역시 미래숲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2015년부터 실시한 ‘주니어 그린코어’ 사업은 차세대 환경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기획된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와 환경 문제를 이해하고 사막에서 직접 활동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2016년에는 외교부와 공공외교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구살리기 사막워크 캠프’를 개최하기도 했다. 농아인 국가대표 선수 등 청각장애인 청년을 포함한 국내외 대학생과 청년 50여 명이 일주일간 중국에 체류하며 지구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키워내고 새로운 문화를 싹 틔우는 미래숲의 이야기는 듣는 내내 숲에 통하는 바람을 느끼는 것처럼 청량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들의 건강한 가치가 더 큰 기적을 이뤄내길, 이들의 숲이 더욱 커지고 그 땅은 보다 비옥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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