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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그리고 사람> 좋은 사진을 만드는 눈과 좋은 나무를 만지는 눈은 같다

대한민국 산림청 2017. 10. 30. 13:30

<산 그리고 사람>

좋은 사진을 만드는 눈과

좋은 나무를 만지는 눈은 같다

- 조남룡 사진작가 & 목공예가






 자연스러움. 사진작가 조남룡의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들라면 아마 일상, 그 주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화려한 피사체에 담백한 감각을 더함으로써 그는 카메라 앵글 안 세계의 균형을 잡는다. 그런 그가 나무를 만질 때는 어떤 모습일까. 용인 수지에 위치한 그의 가구 공방을 찾았다. 이름은 ‘굿 핸드 굿 마인드(Good hand Good mind)’. 좋은 손과 좋은 마음으로, 좋은 사람을 위한 좋은 가구를 만든다는 의미일터다. ‘굿 핸드’와 ‘굿 마인드’로 사진을 찍어왔을 그로부터 나무와 함께하는 일상에 대해 들어봤다. 어떤 대답 도, 어떤 표정도, 어떤 제스처도 자연스러웠던 조남룡 사진작가. 때문일까. 그의 손을 거친 모든 것에는 편안함이 묻어있었다.




 사진작가, 목공예가가 되기까지


국내 1호 패션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조남룡 사진작가. 베테랑 모델들의 워킹과 포즈, 디자이너의 세련된 감각이 담긴 순간을 찍어온 그는 화려한 패션사진도 이토록 담백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시즌마다 새롭게 선보여지는 수많은 의상, 그 의상을 소화하는 모델 들의 관능적인 포즈가 압도하는 화보 현장. 하지만 조남룡 사진작가는 결코 눈앞의 피사체에 압도되지 않은 채 오롯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앵글을 매만졌다.

좋은 손(good hand)과 좋은 마음(good mind)을 가졌기 때문일까. 그의 손을 거친 모든 것은 언제나 불필요한 거품이 걷혀진다. 그것이 사진이든, 혹은 나무든 말이다. 그의 사진 만큼이나 담백하면서도 멋스러운 그의 가구는 용인 수지에 위치한 공방에 전시돼 있다.


작은 카페와 함께 손님을 맞이하는 이곳은 그와 동료들이 만든 다양한 생활 가구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방문 객을 맞아주는 것은 고요하게 숨 쉬는 나무들이었다.





“목공에 관심을 갖고 직접 나무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지 14년 정도 됐어요. 오랫동안 아파트에 살다가 이곳에 직접 집을 짓고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나무를 만지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지금은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여러 좋은 프로그램이 많지만 당시에는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었거든요. 목조주택학교에서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는데, 집을 완성한 후 나무의 매력에 더 푹 빠지게 됐어요. 한 번 쓰고 버릴 가구가 아닌,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품질의 가구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자 싶었죠.”



 나무가 건네준 노동의 가치


나무를 만지기 위해서는 나무를 잘 아는 과정이 필요했다. 친해지고 관계를 맺는 시간이랄까. 조남룡 작가는 “나무를 알기 위한 첫 번째 과정은 나무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라고 했다.


“나무들은 다 가치가 있어요. 특히 큰 나무들의 경우 모두 쓸 데가 있더 라고요. 사실 국내 나무들도 좋은 게 많지만 아직 기술상 문제 때문인지 가구를 만드는 데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대부분 수입목을 쓰죠. 나무라는 게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인내심과 기다림을 요구해요. 가공하는 과정뿐 아니라 가공된 나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과정 역시 그렇 죠. 재단과 조립, 마지막 마감 단계까지, 하나라도 서툴게 하거나 급하게 일을 처리하면 금세 티가 나고 말아요. 진득하게, 모든 과정에 공평한 시간을 배분하는 게 중요하죠.”


기다리지 않으면 쉽게 좋은 결과물을 내어주지 않는 나무의 특성. 그 덕에 조남룡 작가는 땀 흘린 만큼 좋은 결과를 얻는 노동의 가치를 체득할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나무를 만지는 일은 분명 노동이에요. 헌데 나무를 만지기 시작한 덕분에 노동의 즐거움을 알기 시작했어요. 몸을 움직임으로써 사람이 얻는게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예전에는 머리가 몸을 움직이게 했는데, 요즘에는 몸이 머리를 쓰게 해요. 그래서 목공이 좋은 것 같아요. 몸을 많이 움직이니까 머리를 잘 쓰게 되거든요. 일부러 몸을 약간 혹사시키 기도 해요. 오히려 그때 오는 쾌감이 있어요.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화이 트칼라’ ‘블루칼라’ 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머리로 하는 일과 육체로 하는 일을 이분법적으로 나눴잖아요. 분명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몸을 움직여 땀 흘리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데요.”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구체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몸이라는, 손에 잡히는 물질을 거치는 행위인 셈이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손에 잡히는 물질을 통해 이루는 구체적인 결과. 조남룡 작가는 나무를 만지 면서 얻은 가장 큰 것이 구체적인 성취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진을 찍고 나서도 헷갈릴 때가 많아요. 제가 찍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찍은 건가? 싶을 때가 있거든요. 뭐랄까, 어쨌거나 사진은 눈앞에 있는 한순간을 포착한 결과물이잖아요. 제가 직접 만들 어서 나온 게 아니니까 어떤 점에서는 다소 추상적이죠. 반면 나무는 달라요. 손에 잡히는 물성이 아주 정확하고 또렷해요. 그것을 다듬고 매만진 결과가 눈앞에 놓여있기 때문에 성취감이나 만족감 혹은 후회 등의 모든 감정이 아주 즉각적으로 다가와요.”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는 나무와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결과도 문제도 모두 눈앞에 놓여있는 만큼, 해결의 방법 역시 구체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목공예를 하면서 힘든 순간은, 별로 없었어요. 힘에 부친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게 힘든 건 아니에요. 오히려 같은 작업을 계속 반복할 때 오는 지루함이 있죠. 헌데 그 지루함도 견뎌야 하는 게 나무를 만지는 일인 것 같아요. 늘 바쁘게만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오히려 좋은 자극이죠.”


나무를 만지기 시작하면서 성격도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바뀌었다는 조남룡 작가. 그는 나무의 자연스러운 매력 덕분에 그것을 더 소중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나무를 만지는 일은 나이를 먹어서도 꾸준히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사실 노년에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그런 점에서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무와 함께 하면서 삶도, 만나는 사람들도 많이 다양해졌어요. 사진을 찍을 때는 아무래도 업계 종사자들과 주로 만나왔는데, 나무를 만지기 시작한 후에는 다양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 점이 좋은 것 같아 요. 해외 촬영지에 나가서 해외 스탭들과 대화를 나눌 때 제가 목수라고 하면 다들 흥미로워하더라고요. 친근하게 느껴지나 봐요.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고 풍성해져요. 삶을 이루는 요소가 하나 더 생기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취미로 사진을 찍기 시작해 결국 사진작가로 활동하게 된 것처럼, 그는 나무 역시 취미로 시작했지만 결국 목공예가가 됐다.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는 일에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는 조남룡 작가는 바로 이런 점에서 사진과 나무가 비슷하다고 했다.


“사진을 찍을 때와 나무를 만질 때의 환경은 매우 달라요. 무엇보다 사진은 많은 스탭들 사이에서 하는 일이고 나무는 오롯이 저 혼자 하는 일이죠. 하지만 둘 다 창조적인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해요. 좋은 사진을 만드는 눈과 좋은 나무를 만지는 눈은 결국 같거든요.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을 하고, 감각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비슷 하죠. 거기에 더해 저만의 색깔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의 고유성이 드러나는 거죠.”


원하는 것은 무조건 하는 게 좋다는 조남룡 작가. 이러한 생각 덕에 나무를 만질 결정도 할 수 있었다는 그는 앞으로 ‘굿 핸드굿 마인드’를 100년이 넘는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내보이 기도 했다. 자신이 없어지면 끝나는 회사가 아닌, 꾸준히 누군가에게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회사에 대한 바람이었다. ‘굿 핸드’ 와 ‘굿 마인드’ 로서.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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