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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가든> 정원학교에서 배우는 흙과 풀의 찬란,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

대한민국 산림청 2018. 1. 3. 15:00





 한 세계가 피고 지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감내다. 때로는 거센 비바람을 맞아야 하고 때로는 또 다른 세계와 생존 경쟁에서 싸워 이겨야 한다. 그렇게 꼬박 사계절, 한 세계가 대지 위에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정원에는 살아남은 생명들로 넘쳐난다. 그 생명들의 인내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정원학교


산 넘어 바다 지나 도착한 강원도 속초.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정원학교’가 있는 곳이다. 정원학교의 시작을 알리는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을 빛 머금은 정원이 손님을 맞는다. 갈대, 구근식물이 한 데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낸다. 심은 그대로 잘 자라준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들에 오경아의 계획이 반영됐다. 한 종류만 심으면 해충 공격을 피할 수 없어 여러 종류를 나란히 키웠다. 지금 정원에서 마주하는 것들은 해마다 세력 다툼을 하고 살아남은 것들. 그래서 그런지 무척이나 강인해 보인다.






그녀의 정원을 따라 걷다 보면 텃밭 정원, 자갈 정원, 하얀 정원이 차례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왜 속초였을까.


“줄곧 서울에서 살았어요.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영국 유학길에 올랐어요. 영국 에섹스대학에서 조경학 박사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후, 서울이 아닌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하고자 이곳저곳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 정원 디자인 의뢰를 받아 속초에 왔다가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 마음을 빼앗겼죠. 또 다른 이유는 속초의 온화한 기후에요. 식생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정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도시에 산다는 것은 모순 같았다. 도시가 아니어도 어디에서든 정원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정원 디자인 일 때문에 들렀던 속초에서 이 공간을 만났다. ㄱ자 모양의 전통적인 영동지방 구조를 갖춘 한옥이었다. 오랫동안 집이 비어있던 터라 잡초가 무성했지만 그녀 마음에는 쏙 들었다. 그때부터 오래된 건물을 수리해 가꾸기 시작했고, 새집 짓는 것만큼이나 오랜 시간에 걸쳐 정원학교를 완성했다.






 바깥의 영역을 안으로 끌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원 디자인’은 아직 낯설다. 쉽게 생각해 정원 디자인은 ‘주거지 내 바깥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어떤 공간에 식물을 놓을지, 사람의 쉴 자리는 어디에 둘지, 바깥과 안쪽의 경계는 어디에 세울지를 디자인한다. 오경아의 정원학교도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아무것도 없는 땅을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가꿨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정원 문화가 들어왔을까. 정원 문화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주거 환경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거 형태가 ‘자연과 어우러지는 형태’에서 ‘자연과 격리된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에서는 식물을 따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 자연 그대로도 잘 자라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물을 인위적으로 옮기는 순간, 식물을 관리하는 방법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서양 정원과 한국 정원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원은 서양 정원과는 달라요. 다른 나라 정원과 견주었을 때, 우리나라 정원은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해요. 서양 정원은 자신의 공간에 식물을 인위적으로 끌어들여요. 인위적인 형태인 셈이죠. 그러다보니 식물을 키우기 위한 재배 기술, 문화가 발달했어요. 우리나라 정원은 안과 밖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아요. 바깥의 자연을 안으로 들이기 위해 담장을 낮추거나 시야를 틔워요. 자연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겨서에요. 자연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했으니, 식물을 키우는 재배 노하우가 따로 필요 없었죠. 하지만 주거 형태가 변함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서양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게 되었어요. 그들의 재배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도 자연스레 많아졌죠. 그래서 정원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덕분에 그녀의 학교에는 다양한 이유와 물음을 가지고 방문하는 이들로 붐빈다. 일반인 대상으로 진행하는 정원학교는 정원에 관심 있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주로 문을 두드린다. 현재 대부분의 강의는 특강 형태로 진행된다.


“정원학교 커리큘럼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정원 관리 방법을 배우는 ‘원예 기초’, 정원 디자인을 배우는 ‘가든 디자인’, 그리고 농장과 가든의 접목 방법을 배우는 ‘농장 디자인’이에요. 강의는 1박 2일 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교’라 하면 젊은 학생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학교에는 다양한 연령의 수강생들로 넘쳐난다. 어떻게 하면 식물을 사계절 내내 잘 가꿀 수 있는지, 어떤 식물을 심어야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다.








 상처 받지 않을 것


과거만 해도 정원은 마당을 소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영역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물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정원은 자연스레 생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실내 정원’도 이와 같은 흐름을 잇는 새로운 개념인 셈이다. 곧, 내 집안이 정원이 될 수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베란다가 정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정원 디자인을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원 디자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몇 가지 원칙만 잘 지킨다면 정원을 디자인할 수 있어요. 공간과 식물의 조화를 생각해봐야 해요. 지금 이 공간처럼 100년 넘은 한옥에 모던하고 심플한 정원을 가꾼다면, 조화롭지 못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식물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에요. 식물이 오래도록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죠. 식물을 데리고 오기 전 관리 방법,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등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여기에 마지막으로 식물에 무한한 ‘관심’을 준다면, 정원 디자인이 완성될 거에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마인드는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자연에서 살던 식물을 인간의 공간으로 옮기는 일은 식물에는 인위적인 이동이 된다. 때문에 그 과정에서 당연히 식물이 죽어갈 수도 있고 제대로 자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상심할 필요는 없다. 관리하지 못했다는 자책보다 식물이 적응에 실패했다고 홀가분하게 여기는 것이 좋다.


정원학교 공간 한편에는 그녀의 남편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이곳에 누구나 머물다 가고 누구나 정원과 관련한 책을 열람할 수 있는 ‘복합 가든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더욱 많은 사람과 정원을 나누고자 함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꿈을 꾼다. 평화로움이 가득한 정원 생활을. 내 공간으로부터 멀지 않은 정원을 꿈꾼다면, 그녀의 정원학교를 방문해 보자. 정원이 곧 생활이 되는 지혜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오경아의 정원학교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 누구나 가드닝과 가든 디자인을 배울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강의는 1박 2일 동안 진행된다.


홈페이지   blog.naver.com/oka0513
주소   강원도 속초시 중도문길 24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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