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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디자인> 버려진 종이의 변신 - 폐지 업사이클

대한민국 산림청 2017. 12. 26. 18:30

<에코 디자인>

버려진 종이의 변신

- 폐지 업사이클


글. 김대호(에코크리에이터)


 많은 에코 디자인 회사들이 재생용지를 생산하는 단순한 방식을 넘어 폐지의 특성을 활용한 업사이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창조적인 디자인과 멋스러움까지 갖춘 종이의 변신에 주목해보자. 종이뿐만 아니라 쉽게 썩지 않는 각종비닐과 포장지를 활용한 아이디어도 함께 소개한다.






 신문지로 만든 매력적인 가구


하루 중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는 무엇일까? 두 가지 정도 꼽자면 페트병과 종이일 것이다. 그중 종이는 하루에 버려지는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집과 사무실에서 나오는 생활폐지, 폐박스, 신문지 등을 생각해 보라. 폐지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 만큼 잘려나간 나무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종이를 아낀다는 것은 단순히 폐기물을 줄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숲을 지키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폐지는 생활폐기물 중 비교적 재활용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재생 용지 기술 덕분이다. 그러나 재생 용지 비용이 일반 용지에 비해 비싼 편이라 수요가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더욱 다양한 폐지 재활용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미크 메이어(Mieke Meijer)는 집안에서 흔히 나오는 신문지를 활용해 가구 디자인을 선보였다. 공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1차로 다량의 신문지를 겹쳐 별도의 압축 공정을 거쳐 재활용 원목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원목을 하나하나 결합해 테이블, 수납장, 책장 등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겹겹이 압축된 신문지가 마치 나무의 나이테를 연상시킨다. 또한 바랜 듯한 색감이 더해져 빈티지 느낌이 잘 살아있다. 일반 원목 가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예술적 아우라도 느껴진다. 굳이 업사이클 가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슬로베니아 출신의 디자이너인 피터 플랜탄(Peter Plantan)과 누사 수팬크(Nusa Zupanc)는 버려진 신문지와 잡지를 활용해 독특한 모양의 의자를 디자인했다. 모아둔 종이 수백 장을 물에 불리고 밀가루 반죽을 활용해 흡착시켰다. 이를 금형틀에 넣어 압축시킨 뒤 의자의 모양의 모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총 9개의 모듈을 다시 연결시켜 의자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들이 완성한 의자의 이름은 페이퍼 체어(Paper Chair). 탄성이 좋아 사용자의 인체의 맞게 형태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재활용 디자인이 아닌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한 점이 돋보인다. 페이퍼 체어는 지난 2012년 국제적인 디자인 대회인 AWR(Architecture Workshop in Rome)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디자인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그 어떤 화학 용품 또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신문지나 잡지 같은 일상 속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재활용 했다는 점에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았다.





 쓰레기를 수입하는 디자인 회사


버려진 신문지나 폐지를 활용한 업사이클 디자인이 또 있다. 바로 미국 뉴욕의 위치한 브랜드 홀스티(Holstee)이다. 이 회사는 버려진 비닐과 신문 등을 모아 작은 지갑을 만든다. 지폐를 넣고 카드를 사용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폐지를 구해오는 방식이다. 홀스티는 인도에서 쓰레기를 수입해 온다. 쓰레기를 돈 주고 산다는 게 사실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홀스티가 쓰레기를 수입하는 것은 업사이클을 통한 환경보호 목적도 있지만 빈민 구제에도 의미를 둔다. 인도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될 정도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인도 최하층 계급 중에는 거리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정리하는 넝마주이(Rag pickers)가 있다. 공식적으로 인도에서 카스트제도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카스트 제도 아래서 신분 상승의 기회조차 박탈 당한 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구걸을 하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일 외에는 수입원이 없다. 홀스티는 인도 비영리 단체와 제휴해 공정한 임금을 주고 이들에게서 쓰레기를 구매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교육과 건강 관리 등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홀스티의 업사이클 제품을 구입하면 인도 빈민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며 환경 보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버려진 비닐도 다시 보자


폐기물 중 유독 고약한 것이 바로 비닐이다. 오랫동안 썩지 않고 지구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닐로 된 소재를 재활용하는 것은 지구 환경에 큰 부담을 덜어준다. 미국의 위치한 디자인 회사 에코이스트(Ecoist)는 코카콜라, M&M 등 여러 식음료 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산업 폐기물을 모은다. 이들이 모은 것은 다름 아닌 사탕 포장지, 식품 패키지, 음료수 라벨, 지하철 지도, 비즈니스 카드 신문, 캔 뚜껑 등이다. 이렇게 모인 식품 포장지는 다양한 형태로 업사이클 된다. 특히 이들이 제작한 사탕 봉지를 재활용한 핸드백은 이미 뉴요커들에겐 인기 상품이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팝아트적인 색감이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스라엘의 디자인 스튜디오 ‘Kulla’는 버려진 비닐과 공사장에서 쓸려나오는 나무 가루마저 디자인에 활용한다. 나무의 톱밥과 버려지는 비닐을 섞어 탁상용 램프를 디자인한 것이다. 비닐의 색감과 톱밥의 결이 어우러져 유니크 한 스타일의 램프가 탄생했다. 마치 꽃잎이 섞인 포푸리를 보는 듯하다. 따뜻한 질감의 톱밥과 다채로운 색감의 비닐이 요상하게 어울린다. 심미적으로도 여느 램프 디자인 못지않게 예쁘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스마트 시대가 열렸다.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기술은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전자책 시장 역시 확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활 소비재로 종이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매년 줄어가는 지구의 숲이 이를 증명한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다행인 것은 종이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물은 정화해서 다시 마실 수 있듯 폐지 역시 정화하면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우리의 의지와 약간의 아이디어가 필요할 뿐이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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