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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숲> 도레미 송과 함께 산책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대한민국 산림청 2018. 2. 9. 14:30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함께 부를 때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미라벨 정원부터 마리아와 폰 트랩 가족이 나치 치하에 놓인 오스트리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넘어야 했던 거대한 알프스 산까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명곡이 오스트리아의 풍광과 어우러진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나면 콧노래 흥얼거리며 가까운 숲이라도 찾아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림 같은 배경과 아름다운 OST


<사운드 오브 뮤직>을 전혀 보고 듣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보고 들은 사람은 없으리라 장담한다. 국내에도 1978년, 1995년, 2012년, 2017년 등 4차례에 걸쳐 재개봉했고, 매년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 어딘가에서 방영되는 고전 중 고전인 만큼 한 번만 보고 듣기가 더 어려운 노릇일지도 모른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잘 알려진 것처럼 폰 트랩 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견습 수녀 마리아가 내면의 상처가 있는 폰 트랩 가족에 가정교사로 입주, 사랑과 음악의 힘으로 가족을 치유한다는 이야기로, 나치 치하에서 스위스로 망명하기까지의 이야기를 177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담은 영화다. 실화가 주는 진정성, 줄리 앤드루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퍼포먼스, 짱짱한 뮤지컬 넘버는 물론 오스트리아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영화다.


노래를 좋아하는 마리아는 밝고 명랑한 아가씨지만 워낙 말괄량이 캐릭터라 수녀원 내에서는 그녀가 훌륭한 수녀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러던 중 아내를 잃은 퇴역 군인 폰 트랩 대령은 7남매를 돌볼 가정교사를 소개해 달라는 편지를 원장 수녀에게 보내고, 마리아가 대령의 집으로 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폰 트랩 대령은 군인 출신인 데다 아내를 잃고 마음을 닫은 지라 아이들을 엄격한 군대식으로 키우고 있었고, 아이들은 이런 아버지의 애정을 갈구하고자 일부러 가정교사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등 엇나가고 있던 상태였다. 다섯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크고 작은 고민을 안고 있는 7남매의 마음을 마리아는 ‘따뜻한 진심’과 ‘노래’로 사로잡는다. 그렇다. 이 영화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뮤지컬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는 데는 누구나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이 큰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번안곡이 있는 ‘도레미(Do-Re-Mi)’ 송과 ‘에델바이스(Edelweiss)’는 특히 유명하며 이 외에도 ‘My Favorite Things’, ‘Sixteen going on Seventeen’, ‘So Long, Farewell’, ‘Sound of Music’ 등의 곡들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아이들의 절묘한 화음이 펼쳐지는 미라벨 정원


재미난 건 영화에서 이 노래들이 불린 장소만 짚어도 훌륭한 오스트리아 여행 루트가 된다는 사실이다. 먼저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Sound of Music’을 보자. 영국 데일리 메일이 ‘최고의 영화 오프닝 장면’ 설문조사 시 1위로 꼽은 영화가 <사운드 오브 뮤직>일 정도로 유명하다. 마리아 역을 맡은 줄리 앤드루스가 광활한 알프스 초원의 언덕을 뛰어오르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드넓은 자연과 함께 담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모차르트의 어머니 고향으로도 유명한 장크트길겐 마을을 배경으로 했다. 영화 오프닝을 보면 저토록 아름다운 자연에서라면 나도 모르게 노래가 튀어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레미 송’은 노래를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마리아가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음계를 가르치는 신나는 곡인데, 가장 유명한 곡답게 가장 많은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다. 처음 마리아가 기타를 치며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던 곳은 잘츠부르크 도심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베르펜 마을. ‘도레미 송’은 이른바 ‘도레미 언덕’이라 불리는 베르펜 마을의 아름다운 푸른 언덕을 시작으로, 자전거를 타고 누비는 볼프강 호숫가, 잘츠부르크의 중심이자 랜드마크인 호엔잘츠부르크 성, 그리고 대망의 미라벨 정원에서 끝난다. 마리아와 아이들이 미라벨 정원 곳곳을 질주하다 페가수스 조각상이 서 있는 분수대를 지나 그 앞 철문 계단에서 위풍당당한 포즈와 절묘한 화음을 넣으며 노래를 끝마치는 장면이 팬들에게는 새록새록할 것이다. 잘 가꿔진 꽃들과 수많은 분수와 연못, 대리석 조각들로 장식된 미라벨 정원은 17세기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를 위해 지었다는 로맨틱한 스토리가 담긴 곳이다(다만 성직자의 사랑이라 마냥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이러니).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정원을 둘러보고 분수대를 가로질러 ‘도레미 송’ 엔딩신의 계단에서 인증샷을 찍곤 한다.






 알프스 산을 넘듯 어떤 시련이든 극복하라


<사운드 오브 뮤직> 팬이자 잘츠부르크 여행을 알차게 하고픈 여행자들에게 미라벨 정원 외에 놓쳐선 안 될 곳으로 헬브룬 궁전을 추천한다. 폰 트랩 대령의 첫째 딸 리즐이 남자친구 롤프와 함께 풋풋하게 사랑을 속삭이며 ‘Sixteen going on Seventeen’을 불렀던 가제보(서양식 정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유리로 된 팔각 정자 안에서 열여섯 살 소녀에게 열일곱 살 소년이 ‘너보다 나이 들고 현명한 조언자인 내가 너를 돌봐줄게’라고 노래 부르는 장면을 되새김질하노라면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이 정자에서 사랑을 속삭인 커플은 리즐과 롤프만이 아닌데, 폰 트랩 대령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마리아가 겁에 질려 수녀원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대령을 만나 이곳에서 사랑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10대 커플과 대비되는 원숙한 사랑이 어두운 정자를 배경으로 흐른다. 다만 영화 속 리즐과 롤프 커플을 따라 정자 안에서 춤추다 다리를 다친 관광객이 생기면서 가제보의 문은 굳게 닫힌 상태다.








나치 치하에 놓인 오스트리아를 등지고 스위스로 탈출하고자 ‘Climb Ev’ry Mountain’을 부르며 알프스 산을 넘는 마리아와 폰 트랩 가족의 모습이 담긴 엔딩 또한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임팩트가 크다. 꿈을 찾기까지 어떤 시련이든 극복하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며 가족들이 산을 넘는데, 드넓게 비춰진 알프스 산맥과 대자연이 무엇이든 도전해보라고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다시금 장담컨대 ‘나는 자연보다는 도심이 좋아’하는 도도한 시크족이라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 가까운 공원이라도 산책하고 싶어질 것이다. 물론 도심의 공원에서 큰 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고성방가가 될 수 있으니 이어폰 지참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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