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2월 10일, 사람들의 시선은 숭례문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최초 속보로 숭례문의 화재 소식을 전했을 때 그저 연기 있을 뿐, 곧 진압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숭례문의 화재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결국 목조로 된 1,2층 누각 전체가 전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치솟는 불길 속에서 생중계 속에는 여기저기 탄식의 목소리와 함께, 숭례문의 운명처럼 현판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장면은 가슴 아픈 한 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2008년 2월, 숭례문의 화재는 우리에게 목조 건축물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숭례문의 현판, 화재 당시 현판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 소방관의 모습이 생생하다.
많은 이들이 아연실색하면서 지켜본 이 날의 숭례문 화재는 많은 이들에게 허탈감과 충격을 안긴 사건이 되었습니다. 국보 1호라는 상징성과 함께 그 원인이 방화였다는 점에서 불길 속에 사라져가는 숭례문의 비극적인 모습은 문화재 관리의 실태와 함께 목조 건축물의 안전과 관련해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화재와 함께 전소된 숭례문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이내 숭례문에 대한 복원에 대한 관심과 여론이 집중이 되었습니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3코스 구간을 향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
이러한 복원 과정을 통해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복원에 쓰일 소나무, 특히 ‘금강송’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강송’은 소나무의 일종으로 대개 궁궐이나 사찰 등의 국가의 중요 건축물을 지을 때 사용이 되었습니다. 목재의 재질로서 뒤틀림이 적은 소나무는 건축물의 기둥으로 제격인데요. 하지만 당시 복원에 쓰일 금강송이 마땅치가 않았기 때문에, 광화문 복원에 쓸 부재를 우선 사용하는 한편, 삼척 준경묘의 금강송을 비롯해 국민들의 소나무 기증 속에 무사히 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측면에서 바라본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
전면에서 바라본 표석의 모습
당시 대중매체를 통해 채벌하기 전 ‘어명이오!’라며 도끼로 소나무의 하단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나무에 대한 쓰임새가 다양했기 때문에, 궁궐에 쓰는 나무의 경우는 조정에서 직접 산림보호를 위한 표석을 설치하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과 ‘문경 황장산 봉산 표석’으로, 이를 통해 나무의 벌목을 금지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경 황장산 봉산 표석의 전경, ‘봉산(封山)’은 국가에 의해 나무가 관리되었음을 알려주는 상징성을 가진다.
오늘로 치면 일종의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것과 같은데요. 과거에도 이러한 산림보호 정책이 있다는 건 재미있는 일입니다. 다만 지금과 달리 당시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나무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렇게 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으면 마구잡이로 벌목을 해서 민둥산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정책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봉산 혹은 봉계 표석의 존재는 조선판 산림보호 정책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경 황장산 봉산 표석에서 바라본 황장산의 모습, 산림을 보호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엘리너 오스트롬(1933~2012)의 책인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 등장하는 공유지의 비극과 비슷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의 왕실, 특히 궁궐이나 장례 등에 쓰이는 나무는 귀한 대접을 받았고, 울진에 있는 황장목의 경우 표석을 세워, 어길 경우 엄벌에 처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산림보호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볼만한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
이러한 ‘금강송’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울진과 삼척, 봉화 등의 일부 지역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가 되고 있는데요. 사전 예약을 하지 않고는 갈 수 없지만, 걷기 여행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한 곳으로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이 소개된 바 있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손꼽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무는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혜롭게 산림을 보호했던 선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봉산 혹은 봉계 표석을 통해 산림보호라는 것이 과거의 일만 아닌 지금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손안의_산림청,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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