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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1장> 산촌에서 희망을 보다 장성 별내리마을 오덕수 사무장의 이야기

대한민국 산림청 2018. 3. 20. 14:30




 우리네 인생은 가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오덕수 사무장의 인생 또한 그랬다. 아니 좀 더 유별날 수도 있겠다. 작지만 잘 운영해오던 벤처기업을 한순간의 화재로 모두 잃은 뒤 산촌에서 인생의 2막을 열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산촌에서 단순히 기회와 가능성을 넘어 희망과 행복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연히 시작된 귀산촌 그리고 시행착오


장성 별내리마을은 내장산국립공원 내 남창계곡을 품고 있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닌 산촌이다. 이곳에 산림청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으로 산촌체험관이 들어선 것은 지난 2013년. 회의실, 사무실,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진 다목적 건물이었지만 정작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화재로 인해 사업을 접고 집에서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오덕수 사무장은 때마침 지인과 바람을 쐬러 이곳에 잠시 들르게 됐다.


“정말 ‘인연’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당시 별내리마을 정동일 이장님과 남창계곡영농조합법인 김성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우연히 마을에서 산촌생태마을을 운영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에 마을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됐죠. 마침 홍보와 운영에 좀 더 전문성 있는 외부인을 찾던 중이었어요.”


오 사무장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뒤 다시 마을을 찾아 면접을 봤고, 이후 산촌생태마을 사무장 겸 영농조합법인 사무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오 사무장 앞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의 특성과 상황, 자원 등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산촌마을의 경우 소득작물을 채취하거나 이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마을의 경우 협곡에다가 국립공원에 편입되어 있다 보니 농지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소득작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해보려고 했습니다. 체험부지를 활용해 썰매장을 만들기도 했고, 곤충체험학습장도 만들었어요. 하지만 생각처럼 잘 운영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제대로 세팅되기까지 3~4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산촌학교’라는 꿈


2012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계속 적자로 운영되던 별내리마을은 2015년 말을 기점으로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 근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이다.


“별내리마을을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 세운 원칙은 딱 2가지였어요. 운영자금에 있어서 절대 마을에 손을 내 밀지 않겠다는 것과 별내리마을 숙박으로 인한 매출 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수준으로만 제한하는 것이었죠.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마을 분들도 있었기에 그분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고 생각 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초창기에는 기름값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쓸 조그마한 난로조차도 가져다 놓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별내리마을에서는 다양한 체 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호응이 좋은 체 험은 ‘천문 체험’이다. 마을 앞산에 첨성대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있어 아이디어를 얻었다.






“처음에는 건물 옥상에 마련된 천체 망원경을 통한 야간 관측 체험만 가능했는데, 여러 지원 사업을 통해 날씨와 계절, 시간대에 상관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시 설을 증축했어요. 이외에도 숲 해설가 자격을 지닌 마 을 주민과 함께하는 숲 체험, 마을 곳곳에 존재하는 숯 가마터에서의 도자기 만들기 체험 등 주로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찬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갔다. 덩달아 산촌마을 6차산업 활성화 사업과 농촌체험휴양마을 등 다양한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 사무장은 이러한 국가의 지원을 통해 단순히 마을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 회적으로 환원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산에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기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산촌체험마을은 단순히 무언가를 체험하면서 놀 다 가는 것을 넘어 사회적인 정화, 치유, 인성 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몸과 마음이 부쩍 자라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더욱이요.”


오 사무장은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보완하고 발전시켜 향후 산촌학교를 세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유학기제에 맞춰 학생들을 모집하고, 마을의 다양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이곳 에 와서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갈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것이다.





 귀산촌,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삶


어느덧 산촌생활 6년 차를 맞이한 오 사무장이 별내리마을에 온전히 정착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성향이 이곳 생활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지만, 오 사무장처럼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자유롭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도시에서는 늘 바쁘지만, 산촌에서는 휴기가 있어요. 지금과 같은 겨울이 바로 그럴 때죠. 무언가를 새롭게 구상하고 준비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보통 귀산촌을 한다고 하면 가서 뭐 하고 살지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더라도 산촌생활과 자신의 성향이 맞지 않으면 오래 버틸 수 없죠.”


무엇보다 오 사무장은 귀산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했다. 귀산촌은 어디론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오랫동안 터를 잡고 그 곳에 스며드는 일이 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이 가고 싶은 곳을 찾기 보다 귀산촌인을 원하는 마을을 찾아가는 것을 고려해보길 권한다.






“오랫동안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원주민들을 존중 하고, 어떤 일을 진행할 때도 항상 이 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보지는 않을지, 그리고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은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갈 때 더 의미 있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그런 삶을 실천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소외계층 학생을 초청해 무료로 1박 2일 캠프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오덕수 사무장. 큰 비극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산촌에 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처럼, 희망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귀산촌을 통한 인생 2막에 도전하기를 기대해본다.



 귀산촌 6년 차, 오덕수 사무장이 전하는 귀산촌의 오해와 진실!


1. 귀산촌하려면 무조건 ‘작물’을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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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촌 하면 꼭 무언가를 심거나 키우는 것만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그것 외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도시에서는 흔한 기술이나 일들도 산촌에서는 특별함이 될 수 있거든요.

 

2. 귀산촌은 ‘더불어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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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도 살지 않는 첩첩산중에 들어가서 살 것이 아니라면, 어느 지역으로 가든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과 함께하게 됩니다. 그들의 삶을 존중하고, 함께 융화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3. 성향과 상관없이 ‘의지’만 있다면 귀산촌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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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귀산촌에 있어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하지 만 자신의 성향이 귀산촌 생활과 맞지 않는다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귀산촌을 계획하기 전에 자신의 성향이 그 생활과 맞는지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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