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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는 이의 삶이 아름다워야 정원도 아름답다 - 정원사 김장훈

대한민국 산림청 2018. 4. 16. 11:00



 김장훈 정원사와 도시정원사들이 함께 탄생시킨 ‘오소정원’은 스쳐 지나가는 정원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정원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원은 곧 자연에서 얻은 감동을 기록하는 곳이자 사람이 함께 호흡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라고 말하는 김장훈 정원사에게 만남을 청했다. 그와 도시정원사들이 함께 꾸린 행복한 아틀리에, 오소정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 황무지를 정원으로 ‘함께’ 일궈내다


광활한 서울숲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공간이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이미지로 발길을 끄는 곳이 있다. 바로 오소정원이다. 지난 2016년 ‘꽃 피는 서울상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 오소정원은 2014년 서울숲 도시정원사들의 실습정원으로 출발한 곳이다. 서울숲 한 구석에 쓸모없이 버려져 있던 땅이 2년간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다. 도시정원사들의 땀과 열정이 값진 양분이 된 것이다. 이곳 오소정원을 탄생시키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김장훈 정원사다. 도시정원사들은 9개월간 매주 세 시간 이론수업, 세 시간 워크숍 실습으로 이뤄진 김장훈 정원사의 수업을 수강하며 저마다의 테마를 가지고 그에 적절한 식물을 심고 가꿨다. 사계절을 정원과 함께하는 ‘가드닝의 참맛’을 교육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는 김장훈 정원사에게도 오소정원은 남다른 애정을 갖게 하는 곳이다.





“미국의 정원수도라 불리는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롱우드가든에서 연수를 받았을 때, 그곳의 정원문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원을 경험하는 시민문화가 발달해 있었거든요. 롱우드가든에서 돌아온 후, 시민들에게 가드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함께 정원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침 서울숲으로부터 이같은 제의가 들어온 거죠.”


도시정원사들은 이곳에서 식물을 마음껏 기르고 관찰하며 정원 디자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식물을 보는 눈과 경험이 부쩍 성장했으며 식물과 교감하는 행복을 만끽했다. 김장훈 정원사는 오소정원의 사례처럼 지역마다 고유의 정원문화가 생활 속에서 이뤄지고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함을 강조했다. 특히 식물원과 수목원은 정원문화가 싹트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지역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수목원을 만드는 것은 정원사이자 수목원 전문가로서 그가 하는 일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 즐거운 삶이 피어나는 정원사의 아틀리에


오소정원이란 이름은 ‘나 오(吳), 웃을 소(笑)’를 써서 ‘웃으며 가드닝 하는 마음’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누구든 오소(와라)’라는 뜻을 지녔다. 이곳의 이름처럼, 도시정원사들이 정원에서 맛본 행복감은 강한 결속력으로 꽃 피었다. 도시정원사 실습은 끝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정원을 가꾸기 위해 오소정원에 모인다. 김장훈 정원사 역시 여전한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매주 1회씩은 ‘몸풀기 가드닝’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가드닝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전히 서울숲 공원돌보미를 비롯한 자원봉사를 하고 가드닝 창작소 ‘오소’를 운영하며 정원 가꾸기를 하고 있지요. 저도 도시정원사들에게 알려드릴 부분이 있어 그런 활동에 가급적 참여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도시정원사들은 정원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할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전문 조경사로 성장하기도 했다. 정원을 가꾸면서 그들의 삶도 변화한 것이다.


“정원의 모티브가 되는 자연의 실제 모습에서 주로 가드닝의 영감을 얻는데요,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묻고 고민하다 보면 거기서 삶을 보기도 해요. 가꿔야 할 정원과 삶에 대한 방향성을 함께 얻는 거죠.”


사람이 식물을 심어 정원을 가꾸면, 저절로 곤충과 새들이 찾아와 생명력 넘치는 공간이 된다. 정원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과 정원에 깃들어 사는 자연이 공존하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 정원에는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 공존의 가치를 아는 이가 삶도 정원도 잘 꾸릴 수 있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최근 『겨울정원』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정원사에게 겨울은 가드닝이 어려운 계절이지만 카메라를 들고 나가 겨울 경관이 아름다운 곳들을 기록했다. 『겨울정원』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 계절이든, 어떤 정원이나 삶 모두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줄 아는 그의 정원은 그래서 더 포근함이 느껴진다. 사람과 정원의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는 김장훈 정원사와 행복한 정원 산책에 나서고 싶다.





 정원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Q&A


Q. 정원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나요?


A. 관련된 전공을 하는 것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조경, 원예, 산림, 환경 등이 해당 관련 전공입니다. 무엇보다 가드닝은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숙련된 정원사와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기본부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천리포수목원에서 실습생 과정을 밟으며 수목원에서 정원사들과 함께 기본을 익혔습니다. 요즘에도 이런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으니 해당 과정을 수료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저의 경우 롱우드가든에서 연수를 하며 가드닝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좋은 경험을 했는데 이런 기회도 가질 수 있다면 좋습니다. 어쨌거나 현장에서 많은 것을 익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정원사가 되기 위한 덕목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식물을 비롯한 살아있는 것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합니다. ‘가꾸는 이의 삶이 아름다워야 정원이 아름답다’는 말씀을 해주신 분이 있었는데 정말 와닿았습니다. 자신에 대한 애정,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 환경과 자연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좋은 정원사가 되기 어렵습니다. 가드닝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삶을 가꾸는 것이기에 삶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좋은 정원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직업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A.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개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최근 들어 사회적인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올해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10년 전과는 달라진 것이 많습니다. 관심도가 많이 상승했고 관련 산업도 아주 활발해졌습니다. 정원박람회나 시민정원사 프로그램도 다수 생겼고, 사회적 후원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비전은 만들어가는 것이니, 더 많은 분들이 정원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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