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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1장> 정직한 자연을 닮아갑니다 - 슬로우파머 정성훈 대표

대한민국 산림청 2018. 7. 18. 17:00




 손으로 풀을 뽑고 길을 내어 반딧불 반짝이는 깊은 산 속에 이토록 아름다운 농장을 꾸렸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이곳에 산마늘을 심고 오래 썩힌 퇴비를 뿌렸다. 거칠고 단단했던 땅은 부드럽고 촉촉한 흙으로 변화했고 이곳에서 나는 산마늘은 유독 진한 향과 맛을 타고 나게 됐다. 도시인이었지만 자연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지닌 정성훈 대표의 손길이 그대로 묻어나는 따뜻한 공간, 슬로우파머를 찾았다.



 무작정 귀산촌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부동산 개발 기획과 1조 원을 넘나드는 굵직한 규모의 건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정성훈 대표는 참 치열하게도 살았다. 밤 12시에 회의를 시작하는 일은 다반사,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자신의 일에 열정과 애정을 갖던 그였지만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언젠가는 자연에서 살리라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마침 제게 물려받은 산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간 세금만 내왔는데, 이제 이 산을 활용해보자는 생각을 한거죠. 2010년 12월 31일 퇴사를 한 후, 관련 교육부터 듣기 시작했어요. 2011년 천안연암대에서 12주간 합숙 교육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산림교육원, 한국임업진흥원, 농촌진흥청 등을 찾아다녔습니다. 특히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면 전국 어디든 쫓아다녔죠. 담당 직원 분이 절 알아보시고는 나중에는 이런 교육을 진행한다고 먼저 전화까지 주실 정도였으니까요. 교육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산림 관련 전문가들과 자연스레 친분을 쌓으면서 조언을 구한 적도 많고요.”





정 대표는 귀산촌과 임산물 재배에 대한 교육을 듣고, 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도 꼼꼼히 세웠다. 임야의 3차원 모형을 만들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충주시청에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답변 역시 긍정적이었다. 관련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80%에 달하는 사업비용도 충당할 수 있었다. 건축설계와 기획을 하던 그만의 강점이 여기서도 빛을 발한 것. 이후 본격적으로 산에 길을 닦고, 농장을 꾸렸다. 자신의 산에 취나물이 잘 나는 것을 보고 비슷한 종류이면서 손이 덜 가는 산마늘을 작물로 선택했다. 2012년 종구를 식재해 2013년 봄에 첫 수확을 했다. 채취 방법이나 작물 포장 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정 대표는 다시 전문가를 찾아다니고 백화점과 마트에 시장 조사를 다니며 문제를 하나씩 극복해갔다. 그렇게 귀산촌한 지 7년, 이제 슬로우파머의 산마늘은 향과 맛이 진하고 신선하기로 유명하다. 이곳의 산마늘 페스토, 산마늘 장아찌 역시 인기다. 슬로우파머에서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눈개승마를 비롯해 참두릅, 두메부추, 자연산 머위, 모과도 만날 수 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정성훈 대표만의 정성과 땀이 고인 결과다.






 건강하고 정직하게 일군다


정성훈 대표는 지금도 1년에 100시간은 교육에 투자한다. 최근에는 체험 기획과 관련된 교육 과정과 산양삼 재배 과정을 이수하고 있으며 유기농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묻자 단번에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그다.


“실패하지 말아야죠. 임업인으로서 내려온 것이니 엄연한 사업이잖아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전문지식입니다.”


정 대표는 귀산촌의 경험을 바탕으로 2년 전부터 충북대와 한국임업진흥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수강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 역시 시간을 두고 배우고 준비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농장 한편에는 산양삼, 오디, 오미자 등 다양한 작물을 시험 재배하고 있었다.


“작물을 정했으면 그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가야하고, 환경을 정했으면 그곳에 가장 잘 맞는 작물이 뭔지 알아보기 위해 1년은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면 거기서 자생하는 애들이 보이는데, 그 애들은 병에 잘 걸리지 않아요. 병이 없으면 굳이 약을 쓰지 않아도 되죠. 귀산촌을 준비하다보면 ‘그거 안 될 거야, 이게 잘 되더라’하는 말을 많이 듣게 될 텐데 다른 사람들 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직접 알아보고, 배우고, 시험하다보면 답이 보일 겁니다.”






소비자에게 진정한 자연의 맛을 전하는 것이 매출이나 판매보다 더 중요하다는 그는 굳이 약을 쓰지 않아도 땅에 잘 적응하는 작물을 택하고 관리하는데 가장 신경 썼다. 반음지성 식물인 산마늘은 우거진 숲 사이로 적당히 볕이 걸러 들어오는 그의 땅에서 특히나 잘 자란다. 약을 안 쳐도 맛과 향이 진하고 잎이 얇고 부드럽다. 같은 산이라도 해가 바로 드는 곳에 심은 산마늘은 잎이 빳빳하고 많이 크질 않는단다.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실제로 정 대표의 산마늘 농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 한국임업진흥원의 ‘청정숲푸드’ 인증을 받았다. 청정숲푸드는 생산작물이 아닌 토양을 검사하는 것으로, 땅에 어떤 농약 성분이나 화학비료 성분도 나오지 않아야 인증 받을 수 있다. 인증 기간은 딱 1년. 매년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슬로우파머는 초기에 농장을 설계하면서 벌목한 나무에 미생물을 뿌려 만든 자연비료만 뿌린다. 땅이 깨끗하니 거기서 나는 작물도 깨끗한 것은 당연지사. 정 대표는 처음 이곳을 일굴 때 제초제 하나 쓰지 않고 일일이 허리까지 오는 풀들을 손으로 뽑았다. 땅이 오염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그가 소비자에게 장아찌 등의 가공식품이 아닌 생채로 먹길 자신 있게 권하는 이유다. 실제로 생 산마늘에 고기 한 점을 올려 싸먹거나 밥을 해서 먹으면 알싸하고 그윽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지면서 그 맛이 일품이다. 정 대표는 제때 나온 것을 제때 생으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곧 자연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다.






▶ 자연에 대한 특별한 철학


슬로우파머를 찾은 날, 입구에서 1km 정도 산길을 올라와서야 정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길이 맞나 싶은 불안감에도 자연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워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 대표를 만나고 나서 처음 한 인사는 “여기 너무 예뻐요!”였다. 이곳에서 정성훈 대표는 또 다른 꿈을 꾼다. 핸드폰 전파가 닿지 않는다는 단점을 되레 콘셉트로 내세워 완벽한 힐링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 산마늘을 테마로 한 체험활동과 숲속야영장 등을 준비 중에 있다.


“자연과 함께 하다 보니 순리대로 사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처럼, 저 역시 남을 속이지 않고 최대한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충주소방서와 협업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소방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농장에서의 멋진 하룻밤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와 8ha 규모의 농장을 둘러본 후 농장 꼭대기에 올랐다. 그날은 유독 바람이 크게 불었는데, 봄날의 햇볕이 산 깊숙한 곳까지 비추니 모든 게 명징하게 보였다. 건너편 산들도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졌다. 거기 심겨진 나무들이 큰 바람에 따라 느리게 흔들렸다. 평화롭다 못해 장엄한 그림. 이런 그림을 매일 보고 살면 어떠냐고 물으니 정 대표가 꺼낸 말은 ‘순리’였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곳과 그의 꿈이 닮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슬로우파머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탑골1길 177

문의 : 010-9750-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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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산림청 격월간지 '매거진 숲'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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